기사 메일전송
10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온 조선시대 사당 ‘관월당’
  • 카타리나타 기자
  • 등록 2025-06-24 17:38:03
  • 수정 2025-06-24 17:40:53

  • 조선 왕실 건축양식을 간직한 '관월당' 이 일본 반출 100여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 가마쿠라 사찰의 주지 겸 게이오대 교수의 노력으로 반환 성사
  • 일제 식민지 시절 반출된 문화유산의 반환, 복원의 계기가 되길 기대

‘카마쿠라 대불’ 로 국내에도 알려진 일본 가마쿠라의(鎌倉)의 유명 사찰 고토쿠인(高德院)에 있던 우리 유산 ‘관월당’(觀月堂)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은 24일 자료를 통해 “지난 23일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에 위치한 사찰 고덕원(高德院)과 협약을 맺고, 관월당을 해체해 국내로 들여왔다”고 밝혔다. 유산의 해체와 이동 작업은 한국과 일본의 전통건축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현재 부재는 경기 파주에 위치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관월당은 조선 후기 왕실의 ‘대군(大君)’급 인물을 위한 사당으로 추정되며, 현재의 서울 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단층 목조 건물로, 조선의 왕실 건축양식을 잘 보존하고 있다. 관월당은 1920년대 조선식산은행을 거쳐 일본 기업가 스기노 기세이(杉野喜精)에게 넘어간 뒤, 1930년대 고토쿠인으로 옮겨져 약 100년 동안 일본살이를 했다.


이동을 위한 해체작업 중인 관월당.(사진: 국가유산청) 


관월당의 3D 이미지. 일본으로 건너가 일부 개조를 겪었지만 조선왕실 건축 요소들을 간직하고 있다.(사진:국가유산청)

100년 만에 성사된 이번 반환은 사토 다카오(佐藤孝雄) 주지 겸 게이오대 민족학·고고학 교수의 주도로 이뤄졌다. 2002년 주지로 취임한 이후로부터 관월당을 한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던 사토 주지는 2019년부터 같은 학교의 김병철 교수, 한일 관계 연구자인 하종문 한신대 교수 등과 협의하며 관월당 반환을 위한 절차를 모색했다. 이후 국가유산청,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함께 건축물의 특징과 역사를 학술적으로 조사했고, 지난해 건물을 해체해 관련 부재를 모두 한국으로 옮겼다. 해체와 운송 비용은 모두 사토 주지가 자비로 부담했다.


사토 주지는 “조사할수록 이 건물이 매우 중요한 문화유산임을 느꼈다”며, “사당은 돌아가신 분의 혼을 달래고 기도하는 곳이므로 그 의미를 살리려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해체와 운송 비용을 부담한 데 대해서는 "문화유산을 지켜온 입장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책임." 이라고 말했다. 


해외에 있는 한국의 건축유산이 온전히 반환된 것은 관월당이 처음으로 이번 귀환이 성사되기까지 여러 어려움도 있었다. 2010년 한일 종교계를 중심으로 반환 논의가 진전되었으나 사토 주지가 일본 우익단체에게 협박을 받아 무산되기도 했다. “여러 경험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우익단체의 방해 우려로 인해 이번에는 더욱 신중하게 진행했다.” 사토 주지의 말이다. 


왼쪽부터 사토 마이코 여사, 사토 다카오 고토쿠인 주지,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 곽창용 재단 사무총장. 관월당 반환에 대한 약정서를 체결했다. (사진: 국가유산청)]

사토 주지는 이제 반환되는 관월당이 한일 문화유산 협력의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내에서도 식민지 시대에 반출된 문화유산을 반환해야 한다는 연구자들이 많다. 관월당 사례가 하나의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일 문화유산 학술교류를 지원하기 위해 1억 엔의 기금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기부하는 방안도 협의 중” 이라고 밝혔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이번 관월당 귀환은 한일 양국의 협력과 신뢰가 만든 뜻깊은 결과”라며 “이같은 경사가 광복 80주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상징적”이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프로필이미지

카타리나타 기자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6-24 18:38:50

    훌륭한일 하셨습니다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분석] 론스타 4천억 승소 역겨운 광팔이 민주당... 3년 전에는? 2025년 11월 19일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
  2. 썩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의 차이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오묘한 냄새가 난다. 개중에는 잘 마르고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 하면, 물기를 머금은 채 질척하게 썩어가는 쿰쿰한 악취도 있다. 인간의 나이 듦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는 전혀 다른 화학 작용을 일.
  3. 민주당 '유동규 녹취록 속 대통령은 '윤석열'? 백광현 되치기 기자회견 17일 오전 백광현 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와 남욱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재명' 이름이 언급되어 있어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후속편으로,  (2023년 봄 녹음)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피고인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록에서 ...
  4.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5. 대통령의 '무지(無知)'가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다. 적대국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내뱉는 안보 관련 발언은 천금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해외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인식은 가벼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는 50년간 대북 심리전의 핵심이었던 대북 방송을 "바보짓...
  6.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대장동 항소 포기와 사법 시스템 붕괴 비판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이 19일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를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를 도와준 국가 주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
  7. 탱크만 없는 계엄령, 그 거대한 수용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
  8. YTN의 ‘자발적 복종’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
  9. 프랑켄코리아 (Franken-Korea) 정치라는 무대 위에는 때때로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것.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정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창의성 없는 방식으로, 역대 정권들이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와 가장 추악했던 .
  10. 국민연금 손대려는 정권, 그래놓고 청년더러 "속았다" 하는가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붐비는 객차 안,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고개를 끄덕이는 4050 중년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의 작은 화면 속에서는 어김없이 '그'가 등장한다. 더부룩한 수염에 특유의 건들거리는 말투, 김어준 씨다.그 화면 속에서 김어준 씨와 패널들은 혀를 차며 말...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