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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정부.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7-30 08:09:50
  • 수정 2025-08-05 04:02:09

  • 한 손은 폭탄 불 끄고, 다른 손은 기름 붓는 '헬로우 고스트' 코미디.

하도 유능하다, 유능하다 하길래 '귀신같이 일 잘하는 정부'라도 되나 기대했다. 지켜보니 귀신은 맞는데, 뭐랄까 그냥 '귀신 들린 정부'라 부르는 게 맞겠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몸뚱이에 온갖 잡귀(雜鬼)들이 빙의되어 벌이는 행태는 코미디 영화, 그 이상이다. 워싱턴에서 뉴욕, 급기야 대서양을 건너 스코틀랜드까지. 협상단이 미국 상무장관을 따라 펼치는 이 필사적인 '어메이징 레이스'는 얼핏 '21세기판 카노사의 굴욕'으로 보이지만, 국내에서는 전혀 다른 코미디가 펼쳐진다.


이 기괴하고 분열적인 광경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 열쇠는 의외의 곳에 있다. 십수 년 전의 한 코미디 영화, 바로 '헬로우 고스트' 안에 말이다.


기억나는가, 차태현이 연기한 주인공 상만의 그 유명한 장면. 담배라면 질색하는 소심한 그가 경찰서 안에서 갑자기 2대 8 가르마를 매만지더니, '꼴초귀신'에 씌인 듯 담배에 불을 붙이려 한다. 바로 그 순간, 그의 다른 손이 필사적으로 그 손을 막아선다. 몸은 하나인데, 그 안에서 서로 다른 의지가 충돌하는 완벽한 원맨쇼. 무면허라면서 택시기사라 주장하는 그를 지켜보던 경찰관의 황당한 표정. 그게 바로 지금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일 것이다.


▲ 사진 : 영화 『헬로 고스트』 갈무리. "그 유명한 파출소 담배씬"

‘관세 폭탄’이라는 불붙은 담배가 코앞에서 타들어가자, 협상단이라는 손은 그 불을 끄기 위해 스코틀랜드까지 가서 애걸복걸, 필사적이다. 그런데 서울의 다른 손은 뭐가 그리 좋은지, 그 타들어 가는 담배를 다시 빼앗아 입에 물고는 “역시 이 맛이야!”라며 연기를 뿜어대는 꼴이다. 이 코미디의 조연, 아니 몸 하나를 두고 싸우는 잡귀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왕년의 귀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느닷없이 한미 훈련 조정을 건의하고, ‘선동 귀신’ 김어준은, 마치 구한말즈음 냉동됐다 얼마 전 해동된 척사파(斥邪派)라도 되는 냥, “우리가 언제부터 미국 눈치 봤냐” 삿대질하며 딴 세상 얘기를 해댄다. 김민석 총리의 친형인 김민웅은 민노총과 손잡고 ‘주한미군 철수’라는 저주까지 외쳐댄다. 이쯤 되면 여권 내부에 ‘반미 자해 공작 TF’라도 차린 게 분명하다.


이 모든 소동을 잠재워야 할 몸의 주인, '유능함'이 증명됐다던 이재명 대통령은 대체 뭘 하고 있는가. 당선 전엔 트럼프의 '가랑이 사이라도 기겠다.'더니, 정작 마주 서면 정말 가랑이 사이라도 기게될까 봐 두려워진 것인가? 혹 이 기괴한 쇼를 팝콘이라도 뜯으며 관람하다 "내가 없으니 더 재미있지 않소?"라고 말하는 '관람객 귀신'에 씐 것은 아닌지,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그리고 코미디의 마지막엔 반전이 있는 법. 이 모든 소동의 원인이라며 그들이 내놓은 답은? "국민의힘 때문입니다!" 얼마 전 자신들이 전 총리와 경제수석을 어떻게 몰아붙여 협상 테이블을 엎었는지는 기억조차 편리하게 리셋한 모양이다.


이 끔찍한 귀신놀음, 대체 언제쯤 끝날까. 이쯤 되면 필요한 건 정책이 아니라 퇴마사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마침내 그 퇴마사가 당도했을 때 우리에게 청구할 '복채(福債)'가 상상을 초월할 거라는 점이다. 더 무서운 건, 이게 그저 유머가 아니라는 게 진짜 공포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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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ik1022025-07-30 17:16:11

    나박김치 담글 무 썰듯 침착하지만 예리한 지적, 잘 읽히는 전개, 읽는 재미까지.
    - 손 1: 박주현 선생님 사ㄹ...
    - 또 다른 손 1: 아니, 이거 아니에요. 잼칠공화국 <즈그 아저씨> 정서 따위 집어치웟

    암튼 늘 잘 읽고 있습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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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n6er2025-07-30 15:05:12

    귀신들린 정부 딱이네요
    망령들이 헛소리를 하며 나라를 망치고 있는데 한쪽에선 아무 문제 없이 일이 잘되는 듯이 일하는 척만 ㅋ

아페리레
웰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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