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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관세 협상 한일전은 '일본의 압도적 완승'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5-07-31 08:32:44
  • 수정 2025-07-31 10:26:15

  • 韓美, 무역협상 타결…"韓 상호관세 25%→15%·2주내 정상회담"
  • "韓, 美에 3천500억달러 투자금 제공·1천억 달러 에너지 구매키로"
  • "韓, 車·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 받기로"…품목별 관세 언급 없어

그래픽-가피우스

2025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예고한 '관세 폭탄'의 마감 시한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은 각각 치열한 협상 끝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양국 모두 25%의 징벌적 관세는 피하며 15%라는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무승부처럼 보이지만, 합의의 세부 내용을 숫자로 분석하면 일본의 압승이다.  


같은 15% 관세, 다른 무게감

이번 협상의 핵심은 2025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발동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해방의 날' 관세 정책이었다.  이는 모든 수입품에 10%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 적자국에 최대 50%의 상호 관세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8월 1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25%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최후통첩은 양국에 반드시 피해야 할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일본은 이 25% 위협을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별도로 부과되던 25%의 자동차 관세까지 15%로 인하하는 실질적 이익을 챙겼다.  일본 경제의 심장인 자동차 산업의 부담을 극적으로 덜어낸 것이다.    


반면 한국이 확보한 15% 관세율은 일본이 먼저 설정한 '기준점'을 따라간 수세적 결과물에 가깝다. 일본의 합의 이후, 15%는 한국이 최소한 달성해야만 하는 방어선이 되었기 때문이다. 선제적으로 판을 짠 일본과, 이미 짜인 판에 뛰어든 한국의 협상력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경제 규모 대비 두 배 넘는 한국의 부담

일본은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한국은 총 4,500억 달러의 패키지(3,500억 달러 투자+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제공하기로 했다

절대 금액만 보면 일본의 부담이 더 커 보이지만, 각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평가는 완전히 달라진다.


일본: 5,500억 달러 / GDP 약 4.5조 달러 = GDP의 약 12.2%

한국: 4,500억 달러 / GDP 약 1.8조 달러 = GDP의 약 25.0%


한국은 경제 규모 대비 일본보다 두 배 이상 무거운 재정적 부담을 진 셈이다. 만약 한국이 일본과 동일한 GDP 대비 부담률을 적용받았다면, 약속 규모는 4,500억 달러가 아닌 약 2,200억 달러 수준이어야 했다.


'완전 개방' 약속, 예측 불가능한 위험

협상 결과의 질적 차이는 더욱 심각하다. 일본은 시장 개방 요구에 대해 80억 달러 규모의 특정 농산물 구매, 기존 쌀 수입 쿼터 내에서 미국산 비중 확대 등 구체적이고 제한된 범위로 방어했다.


그러나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따르면 "완전한 무역 개방"에 동의했으며,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을 포함한 미국 제품을 수입 관세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는 한국 정부의 공식 확인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으로 발표된 내용이다.)    


이 '완전 개방'이라는 모호한 문구는 향후 미국에 무한한 해석의 자유를 준다. 미국이 이를 문자 그대로 적용하라고 압박할 경우, 한국은 농업 등 가장 민감한 산업의 보호 장벽을 모두 해제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쌀이나 소고기를 방어했다고 이 대통령은 본인의 SNS에 자랑했지만, 이 역시 미국에게 달린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한국의 3,500억 달러 투자는 "대통령(트럼프)인 내가 직접 선택한" 프로젝트에 사용될 것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이는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적 판단에 따라 한국의 자본이 사용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일본의 '전략 산업' 투자 조건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통제권을 넘겨준 것이다.   


결론적으로, 먼저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일본은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핵심 이익인 자동차 관세를 지키면서도 시장 개방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정적 부담 역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조절했다. 반면, 마감 시한에 쫓기며 막판 협상을 벌인 한국은  동일한 관세율을 얻는 대가로 경제 규모 대비 훨씬 큰 비용을 치렀고, 미래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위험한 약속을 떠안게 되었다. 이번 협상은 냉혹한 국제 무역 질서 속에서 협상 순서와 전략이 얼마나 다른 결과를 낳는지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이 얻은 이익은?

대통령은 후보시절 금기였던 한미동맹을 조롱하며 '셰셰~'를 연발하며 얻은 정치적 이익이 있을 것이다. 

집권 후 총리 형님이 한미동맹은 족쇄라면서 반미정서를 마음껏 드러내거나, 윤준병 의원이 트럼프를 깡패라고 미 대사관에서 외치거나, 여당 당대표 후보들이 나토는 안 간 대통령에게 전승절은 가라 주문하는가 하면,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트럼프의 왜곡을 바로잡겠다 큰 소리 치는 등 정치적 자유와 '성숙한 반미의식'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이 겪게 될 뼈아픈 경제적 대가는 그들의 정치적 자유에 비하면 어쩌면 작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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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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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10002025-07-31 16:43:23

    저래놓고 내가 가만히 있으니 아무것도 안한줄알더라 이러는 꼬라지 참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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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31 16:13:10

    무능한데 포장질에만 혈안이 된 자 때문에 국민 다수가 고통 속으로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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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31 15:50:43

    한명의 리스크가 국가의 리스크...현실이 되고 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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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31 15:25:55

    정말 1찍들에게 묻고 싶다. 제대로 알고나 있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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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avet2025-07-31 15:10:20

    미래가 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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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tom07242025-07-31 14:43:49

    정말 난파선에 올라탄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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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31 14:20:13

    나라가 이 지경이 될 게 뻔했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다 잘할 수 있어? 라고 1찍들은 말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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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31 13:41:08

    국방예산은 아직 시작도 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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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ngkeun22025-07-31 12:35:35

    지금까지 번 돈 모두 투자라는 형식으로 모두 돌려주는 결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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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ystory5312025-07-31 12:10:38

    제대로 알리는 기사가 많지 않은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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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s31272025-07-31 11:25:30

    이런식으로 민주당과 함깨 망해가는 건가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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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p772025-07-31 10:39:49

    에효. 욕을 부르는 무능한 대통.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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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e4fun2025-07-31 10:22:28

    참 여러모로 걱정이에요.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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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in7772025-07-31 10:15:08

    가슴이 정말 답답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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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n6er2025-07-31 10:02:57

    일본보고 최악의 협상이라고 욕하던 이들이 이재명은 또 찬양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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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eycat2025-07-31 09:33:38

    15% 숫자만 지키면 선동 가능하니 그거 빼고 다 퍼준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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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to91052025-07-31 09:22:04

    우리도 투자수익 90퍼 미국이 가져간대요 중앙일보 기사에서 그러더라고요 "러트닉 장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발표한 뒤 엑스(X)에 올린 글에서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하는 대로 투자하기 위한 3500억달러를 미국에 제공할 것이며 그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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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enfow932025-07-31 09:17:29

    100대 맞을 뻔 했는데 60대만 맞으니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역대 무능한 정부

아페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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