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버닝썬 간판과 사건 이미지 (이미지: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용산 대통령실 비서관 중에 과거 버닝썬 사건의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했던 변호사 출신 인물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것도 공직자의 규율과 기강을 바로잡고 비리를 감찰하는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한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018년에 드러난 ‘버닝썬 게이트’는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와 비뚤어진 유흥세태가 만들어낸 폭력의 극단을 드러낸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여러 관련자들이 처벌을 받았지만 권력과의 유착 의혹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버닝썬의 충격은 국가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줬다. 세계 각국의 언론은 글로벌 인기를 구가하는 케이팝 연예인들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불법촬영과 가학적 성착취 범죄를 상세히 보도했다. 불법촬영을 뜻하는 ‘몰카(Molka)’ 가 해외언론 기사에서 쓰이게 된 데에는 버닝썬의 영향이 크다.
‘버닝썬’ 은 많은 여성들이 자기일 처럼 여기며 분노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현재 진행형인 악몽이다.
그런데 이재명정부는 국민적 공분을 샀던 버닝썬 게이트의 가해자를 변호했던 전치영 변호사를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했다. 그는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재판(‘김문기 몰랐다’ 발언)의 변호인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버닝썬 변호사, 그리고 자신의 변호사이기도 한 인사를 공직에 임명한 것이다. 이미 민정수석실이 '이재명 변호인단'으로 채워졌다지만 전치영 변호사 임명은 어떤 이유, 어떤 명분으로도 부적절하다.
그러나 계속되는 비판에도 용산은 아랑곳 않고 있다. 용산 관계자는 ‘변호사 시절의 일에 대해 문제삼을 수 없다’ 고 한다. 일각에서는 “모든 사람은 변호받을 권리가 있고 변호사가 직업상 할 일을 한 것뿐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한 편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변호사라는 직업의 영역에서의 책임과, 공직자로서의 그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전치영 변호사는 버닝썬 MD를 변호하기 위해 피해 여성의 증언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전략을 썼다고 한다. 변호사 직업에 충실하기 위해 반인륜 범죄 피의자를 변호했다면 적어도 공직에는 나서지 말아야 한다.
변호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뢰인의 이익을 대변하지만 공직자는 전문성과 공적 책무로 국민 전체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 공직이 생계나 직업이라기 보다 ‘사명’ 으로 인식되고, 대중의 존중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모든 공직자가 그렇지만 특히 ‘공직기강비서관’은 업무 특성상 수준 높은 공적 의식과 도덕 기준, 사회적 감수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버닝썬 사건처럼 명백하게 반사회적인 범죄의 피의자를, 그것도 3심까지 변호했던 이가 그런 공직에 임명되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납득하겠는가.
이 와중에 더욱 씁쓸한 것은, 전치영 비서관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소위 ‘민주당계 페미니스트’ 들의 모습이다. 그간 정치인과 연예인의 성범죄 이슈에 대해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여성, 청소년, 농민, 성소수자의 대변자로 온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이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과 맞물린 이번 사안에는 모른척 입을 닫는 모습은 우습고 부자연스럽다. ‘우리편’의 잘못에 한 번 눈감고 상대편의 잘못에만 추상같다면 나머지 백 마디의 비판이 아무리 합당하다 해도 힘을 잃을 것이다. 진영에 갇혀 입장이 달라지는 '선택적 분노’ 로 어떻게 정의를 말하고 세상을 바꾼단 말인가.
대선 전에 민주당은 2030 여성들이 ‘빛의혁명’ 의 주역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여의도와 남태령에서, 추위 속에 촛불을 들고 밤을 새운 여성들과 연대할 것 처럼 장담했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 선대위에 여성담당기구는 설치하지 않았고 대선 기간 중에는 ‘정무적 판단’ 을 핑계로 여성의제와 정책제안도 거의 외면했다. ‘여성은 잡은 고기’, ‘젠더 이슈는 표가 안 된다’ 는 말이 민주당 의원 출처로 대놓고 흘러나왔다.
그렇게 출범한 정권은 또 어떤가. 여당과 용산은 ‘이대남 지지율 제고’ 에 골몰하고 대통령은 ‘남성 역차별 연구’ 를 ‘여성가족부’에 지시했다. 조만간 부처명에서 ‘여성’ 이 지워질 그 여가부에 말이다. 이런데도 소위 ‘운동가’, ‘스피커’들이 민주당 대통령이 한 일이라며 버닝썬 비서관을 외면한다면 그간 외쳐왔던 대의명분도 함께 퇴색될 수 밖에 없다.
안타까운 현실은 결국 '대통령'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버닝썬 변호사 비서관 임명에 대한 국민적 비판, 특히 여성들의 분노에 진정으로 귀 기울여야 한다. 여성을 민주당만을 위한 팬덤으로 취급하지 마라. 우리는 집권을 위한 도구도 치어리더도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해당 비서관을 해임하고, 이번 인사가 초래한 실망과 분노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
이 기사에 2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이 사태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단순히 정쟁을 일으키는 행위로 봐서는 안 됩니다. 인간이라면,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분노하고 조치를 요구해야 하는 일입니다.
부패정권 싫다고 하다 진짜 부패한 물건을 선택한 댓가를 치루게 될텐데 그 댓가를 안찍은 사람들도 함께 치룬다는 게 문제고 그래서 정치인 공부를 유권자라면 꼭 해야한다 아무나 찍으면 나도 망하고 주변도 망하고 다 개망함
너무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완전 공감합니다
고굽척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지난 겨울 응원봉 세대가 차가운 길바닥에서 집회를 주도했고 그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여성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지 의문스러워요. 성폭행 피해자에게 2차가해 하는 사람도 한자리 주는게 참.. 하긴 눈귀막고 이재명 지지하는 여자들이 있기에 인사를 강행하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정치인 사면에는 불을 켜고 난리를 치더니 버닝썬 변호사 인사에는 우리 재명이가 생각이 있을거라고 쉴드치기 바쁘니 대통령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거라 봅니다. 부디 보은인사도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을 기용하기 바랍니다. 이대로 인사가 계속 개판친다면 중도층, 여성 지지자들 잃을거에요.
공감합니다 여성시민은 시민으로 취급 안 하니 저러는거겠지요
동의합니다 정치 이전에 인권이 걸린 문제입니다
구구절절 맞는 이야기네요. 현정부에게도 민주당에게도 민주당내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에게도 또 페미니스트이자 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에게도 버닝썬 변호사를 비판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비판하겠다는 말입니까. 정말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전치영 변호사 해임하십시오.
대한민국은 언제까지 여성을 2등시민 취급 할 거냐
내편은 죄가 있어도 죄가없고 부패해도 부패한게 아니다. 내로남불의 전형이네요
이재명이 조카 살인사건 변호하지 않았나? 심신미약으로. 그걸 민주당 테이트 폭력 비슷 무리 어영부영 그 때 민주당 여성의원 진보여성단체 페미들 그 때도 다 입꾹. 요도세자때도 오히려 이준석을 욕했지. 이래서 우리나라에서 페미가 욕 먹지
말로만 약자 찾고 젠더 갈등도 자기들이 다 키워놓고 이제와서 중립을 지키는 양 헛소리하죠
어떤 목적이든 활동가가 아주 도움이 안되는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정치가 썩으니 같이 선택적 분노하고 버닝썬을 모른척 해야하니 온갖 궤변들이 나오는데 예상은 했지만 그냥 우습네요
민주당 너무 위선적이에요 그저 내편이라면 모든 허물도 다 덮어준단 말입니까
공감합니다.
깊이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이텅이 민주 진영의 온갖 정의주의자, 진보주의자, 페미니스트, 공정주의자들을 시험하나 봐요. 이런 쓰레기를 임명해도 진영주의에 매몰된 자들은 찍소리도 못할 테니 이텅에게는 일타상피? 아니면 말고요.
민주당에게 정의 라는 것은 단지 국민의힘 공격할때 필요한 것
진영논리 정치병자들은 괜찮다 눈감아주는거죠.
그런 사람들이 무슨 페미ㅋㅋㅋ
페미를 이용하는 무리겠죠
진짜 이딴 인간들이 진보라고 나랏일 하겠다고 나대는 자체가 기가 막힙니다
중도층들이 보기엔 이런 사항에 고기 굽고 이불 개는 진보 셀럽 페미니스트? 들의 모습에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와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우리나라 진보에 멀쩡한 그룹이 있을까요
어디까지 무너지려고ㅜㅜ
진보 페미니스트 들은 왜 다 지킬하이드 박사인가 ㅉ
여성지지층에 대한 모욕을 모욕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지경이다 기만도 이런 기만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