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은 나라의 빛을 되찾은 날이다.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그 의미를 되새기고 미래를 향한 결의를 다지는 날이어야 한다. 하지만 3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고 900명에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한 2025년의 광복절 아침은, 국민에게 자긍심 대신 깊은 분노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지금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나라이며, 제대로 된 리더십을 갖고 있는가.
그래픽 : 수도권 곳곳이 수해로 신음하는데 80주년 광복절에 자신의 임명식을 거행하는 게 정상인가?
경기 파주에 300mm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지고, 인천 옹진군에는 시간당 150mm라는 극한 호우가 기록됐다. 주택 145채가 물에 잠기고 도로 200여 곳이 끊겼다. 평생을 일군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잠기고, 누군가는 차디찬 물속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이런 재난 앞에서 정상적인 리더의 판단은 하나뿐이다. 국민의 슬픔과 함께하는 것이다. 예정된 축제가 있더라도 축소해 그 예산과 행정력을 복구에 쏟아붓고, 비통에 빠진 국민을 위로하는 것이 리더의 첫 번째 책무다. 그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은 무엇에 몰두하고 있는가. 온 나라가 물난리로 아우성인데, 불요불급한 ‘셀프 임명식’ 준비에 여념이 없다. 국민은 물에 잠겨 있는데, 대통령은 자기 잔치를 벌이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다. 이는 상식의 부재를 넘어, 국민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 자체가 없는 것 아닌지 의심케 한다. 재정이 부족하다며 국채를 발행을 추진하는 정부가, 이런 과시용 행사에 국고를 쓴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압권(壓卷)은 단연 윤미향씨 사면이다. 구조대가 침수된 지하도를 헤매는 그 시각, 청와대는 다른 차원의 세상에 있는 듯하다. 광복절은 누구보다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에 신음했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한이 서린 날이다. 그날에, 할머니들을 위해 쓰여야 할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로 유죄 판결까지 받은 인물에게 대통령이 면죄부를 주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는 할머니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잔인한 행위이자, 국가의 역사적 정통성을 스스로 허무는 몰상식의 극치다.
밖으로는 국가의 명운을 건 외교 전쟁이 시한폭탄처럼 다가오고 있다. 아직 세부 조건 조율이 끝나지 않은 대미(對美) 관세 협상과, 조만간 본격화될 천문학적 액수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산이 버티고 있다. 정상적인 지도자라면 이 문제들로 인한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해결에 매진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정작 자신의 임명식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당연히 ‘저런 중차대한 현안들을 앞에 두고 축배를 들 생각이 드는가’라는 말이 나온다. 국익이 걸린 협상 테이블보다 개인의 ‘잔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인가.
결국 모든 문제의 뿌리는 하나다. 리더십이 현실과 유리되어 있다. 재난 대응도, 국민 통합도, 외교안보도 그래서 길을 잃었다. 국가적 상징과 국민적 슬픔마저 사유화(私有化)하려는 리더십의 비정상적 인식이 빚어낸 당연한 귀결이다. 대통령이 있어야 할 자리는 슬픔에 잠긴 국민의 곁이지,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단상이 아니다. 이 어둡고 우울한 80번째 광복절은, 리더십의 부재가 얼마나 치명적인 국가적 재앙인지를 고통스럽게 증명하고 있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1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수령 등극식
개딸은 정상적인 언어는 쓸 줄 아니. 딱 이재명 아버지랑 똑같다 뉴스 좀 보고 생각 좀 해라. 엠빙신 김어준이 읊어준게 니 생각이라는 착각하지 말고.
항상 좋은 글, 그것도 지나칠 정도로 성실하게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잘 읽고 있습니다.
공감합니다 좋은 칼럼이에요
1찍들은 하는게 없어 존나 요란떨면서 이재명 외치더니 취임식 쥐똥만큼 가서 재명이 발작버튼 눌려서 광복절을 지 개인의 날인냥 헛짓하게 만들고 말야 이번에도 여기와서 깽판이나 치지 거기 안갔을듯 ㅋㅋㅋ 주둥이만 나불대는게 딱 그 후보에 그 지지자다움 입만 털어대고 나라에 도움 하나 안되는. 광복절을 더럽힌 죗값이나 꼭 치르길
정치걸레 개미래 평 ㅋㅋ
아무 생각이 없어도 예전의 권력에 목말랐던 이재명이라면 임명식 중단합니다
그리고 그걸 어필하는 언플을 계속 했을거구요
지금은 것도 집어 던졌죠 자기를 포장해야 해서 초조하긴 한데 배는 불러서 분간을 못해요
국민들의 빛을 지워버리고 있는 중
공감합니다
나라가 개판이네요
수해로 피해가 심각한데 축제 어쩌고 하는거 보면 끔찍합니다.
범죄를 어떻게든 숨기고픈 사람들이 많아 그 무엇보다 광복의 의미가 간절하겠지요 국민의 임명식은 국민이 원해서 하는것이지 자기가 원한것은 아니라고 쇼하겠지요 오늘 행사 도착시간도 8시15분이라니 아주 지랄도 풍년이네여..
범죄자를 뽑은 국민들이 당하는 수모와 부끄러움이지요.
빛의몰락 그리고 저그끼리 빚잔치 축제죠. 그 시간에 폭우 내리길 소말!!
누구를 위한 광복절인가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언론이 기능을 못하는데 결국 국민이 깨어야겠습니다.
진짜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셀프 임명식을 다 하냐...
이런 시기에 쇼하는 정부에게 한마디 못하는 언론도 한심하다
주변이 실제로 물난리로 아직 일상을 복구중이에요
도대체 어떻게 된 나라인지 모르겠습니다
역사에 기록되겠어요.
가장 어이없는 광복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