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야심 차게 준비한 '국민임명식' 행사를 두고 쓴소리가 이어진다.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이틀에 걸쳐 언론 인터뷰를 통해 행사의 명칭과 형식, 그리고 집권 세력의 태도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행사가 최근의 '정치인 사면 논란'을 덮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기획이라는 분석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은 확산하는 모양새다.
김 전 처장은 15일 YTN 특별 생방송 [국민임명식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에 출연해 '국민임명식'이라는 명칭 자체에 강한 의문을 표했다. 그는 "오늘의 행사에 큰 타이틀을 국민임명식으로 왜 했을까. 이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라며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아시겠지만 대통령실에서 80명을 선정한 거 아니겠습니까? 단순화시킨다면 대통령실에서 임명한 사람들한테 국민임명식이라는 명명을 붙이는 것은 좀 갸우뚱해져서 오히려 어쩌면 국민과의 약속이라든가 아니면 대통령의 다짐이라든가 이런 형식으로 했으면 좀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좀 있긴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은 전날인 14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더욱 날카롭게 제기됐다. 김 전 처장은 집권 세력이 '국민'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야당이라든가 저항세력이 국민의 이름을 빌릴 때는 상당히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정권이 집권세력이 국민의 이름을 자꾸 내걸 때는 국민을 동원한다는 느낌이 듭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집권세력의 경우에는 국민을 자꾸 이렇게 하면 국민을 동원으로 본다거나 포퓰리즘의 이미지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실천적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TN 특별 생방송-국민임명식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 - YTN 유튜브 캡쳐
결국 행사는 야당의 전면 불참으로 '반쪽 행사'로 전락했다. 김 전 처장은 "지난번 약식 취임식 때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에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야당은 들러리 서지 않겠다라고 참석하지 않는 것 아니겠습니까? 반쪽이 돼버린 느낌입니다"라며 통합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한 점을 꼬집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을 통해 "진정한 국민 통합을 외면하고 지지층만을 위한 행사에 참여해 들러리를 설 수 없다"며 "최근 불거진 '제 식구 감싸기'식 사면 논란에 대한 해명도 없이 축포를 쏘아 올리는 행사에 동조할 수 없다"고 불참 이유를 명확히 했다.
야당이 언급한 '사면 논란'은 이번 행사가 '정치적 기획'이라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최근 여권 내부에서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과거 인사들에 대한 8.15 특별사면론이 고개를 들자, '내로남불',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이처럼 어수선한 국면을 전환하고 핵심 지지층을 재결집하기 위한 이벤트가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YTN 보도에 출연한 최수영 정치평론가 역시 "최근에 사면논란부터 여러 가지 정치적인 변곡점이 있는 것 같은데 아마 이것을 다잡기 위한 정치적 기획으로 저는 생각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김 전 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구속된 상황을 거론하며, 전임 정권에 대한 단죄를 주도하는 현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그는 "시대착오적인 행동으로 전 대통령 부부가 구속돼 있는 상황에 책임을 엄격하게 묻고 단죄를 지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런데 단죄를 주도하는 정권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아주 겸손한 태도를 보여야 된다라고 봅니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로마 개선장군의 일화를 담은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를 인용하며 "이전의 정권에 내란 비슷하게 한 것을 강한 단죄를 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그 책임을 지고 있는 것만큼 스스로 겸손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한쪽으로는 서슬 퍼런 단죄의 칼날을 휘두르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대규모 축하 행사를 여는 것이 국민에게 오만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따끔한 지적인 셈이다.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1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정말 기괴합니다
잘봤어요!
어쩌면 윤석열보다 더빨리 탄핵당할지도 몰르겠네요 ㅋㅋ
표독하게 국민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제멋대로 하는 꼴 못 보겠다.
스스로 당선된 걸 부정하는듯. 그러니까 자꾸 내가 낸데 이러고 있지.
그들만의 잔치 .
국민이라 칭하지만 그들에게 국민은 개딸들!
촌철살인 입니다 ㅎ
맞습니다. 조삼모사 입니다.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괴하고 해괴한 셀프대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