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거액을 받고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리시험을 친 '선수'가 정작 의뢰한 학생의 평소 성적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든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이 꼭 그 짝이다.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며 등장한 정부 경제팀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기초 잣대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뭐냐는 질문에 허둥대고 기껏 알려주는 보좌진은 10이라는 자다가 봉창 뚜드리는 소리나 있으니 말이다.
그래픽 : 박주현 기초 용어도 모르는 경제부총리에게 나라의 재정이 맡겨졌다.
역대 정권에서 경제부총리는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나 다름없었다.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대통령에게 복잡한 경제 현안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하고, 최적의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박정희 시대의 남덕우 부총리가 그랬고, 전두환시대에 김재익 경제수석에게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물론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모두 경제에 밝은 것이 최상이다. 하지만 차선의 경우라도 대통령이 경제학의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지만, 그러려면 최소한 실력 있는 선생이라도 곁에 둬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최악이다. 대통령의 경제 인식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의문인데, ‘경제 과외 선생’이라는 사람까지 저 모양이니 ‘나랏빚 늘리는 게 미래를 위한 씨앗’이라는 식의 황당한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닌가.
이것은 단순한 희극이 아니다. 몇 년 전 영국을 44일 만에 나락으로 빠뜨린 리즈 트러스 총리 사태가 떠오른다. 그와 재무장관 역시 옥스퍼드 출신 엘리트였다. 그러나 이념에 사로잡힌 아마추어적 감세안은 국제 금융시장의 무자비한 공격을 불렀다. 좋은 학벌이 국정 능력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시장의 신뢰는 유리그릇과 같다. 한번 금이 가면 되돌릴 수 없다. 지금 우리 경제팀의 모습은 그 신뢰의 기반을 스스로 허물고 있는 것과 같다. 시중에서는 ‘운동권 이념, 선거 공학이 아니라 국가 미래를 책임질 전문성이 인사의 제1 기준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지금처럼 ‘우리 편’이되 실력 없는 이들을 중용하는 방식이 계속된다면 영국의 비극은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결국 모든 책임은 최종 인사권자에게 귀결된다.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경제 교사’를 고른 것인가. ‘코스피 5000’은 국민을 위한 청사진이었나, 표를 위한 공허한 구호였나. 국정을 책임지는 이들의 처참한 인재풀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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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경제도 죄다 정치 논리로 접근하니까 저 꼴. 나라만 더 망가지네요.
입절구때문에 나라 망하는 소리가 ㅠㅠ
잘봤어요
진짜 이 정부 수준에 매일 놀람
인사가 참사..
이재명 정부 큰일이네요
실력있는 사람에게 맡겨도 쉽지않은 상황인데요.
진짜 대한민국 어쩌나요…
이로써 한국 기획재정부는 주식시장의 주 자도 모르는게 명백해 졌네요. 어이가 한개도 없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