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안전 제일' 선언은 건설 현장에 떨어진 날벼락이었다. 반복되는 산재 사망 사고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하고, 포스코이앤씨를 향해 '건설면허 취소'라는 극약 처방까지 거론하자 시공능력평가 7위의 대기업은 전국 103개 현장의 셔터를 모두 내리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응답했다.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가 기업의 존폐를 위협하는 칼날이 되어 돌아온 순간이다.
목표의 정당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월급 300만 원 받는 노동자라고 해서 목숨값이 300만 원은 아닌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처럼 돈 때문에 생명을 희생하는 야만적인 관행은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그러나 선의로 포장된 정책의 칼날이 정작 보호해야 할 대상의 목을 겨누는 역설이 지금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안전'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수만 명 노동자의 '생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수맨개 일자리가 위험에 처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보호하려 했던 바로 그 노동자들이다. 포스코이앤씨가 공사를 중단한 103개의 현장은 서울 강남의 고급 주택인 '오티에르 반포'와 신반포21차 재건축, 노량진 1·3구역 재개발 같은 대규모 주거 시설부터 총사업비 7,700억 원 규모의 인천 제3연륙교와 같은 핵심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까지 망라한다.
이 거대한 현장들이 멈춰 서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삶도 멈췄다. 건설 현장 인력의 83% 이상이 협력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즉 일용직 근로자다. 이들에게 '공사 중단'은 유급휴가가 아니다. 당장 내일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그날 저녁 가족의 밥상이 위협받는 생존의 문제다.
정확한 인력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포스코이앤씨와 연결된 협력업체가 2,100여 곳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최소 수만 명의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보수적으로 2만 명의 근로자가 영향을 받았다고 가정해도, 2025년 상반기 기준 건설근로자 일 평균 임금인 276,011원을 적용하면 하루에만 55억 원이 넘는 돈이 허공으로 사라진다. 공사 중단이 한 달간 이어진다면 1,65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임금이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의 주머니에서 증발하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수만 가정이 겪어야 할 고통의 총량이다.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포스코이앤씨라는 거대 원청에 실핏줄처럼 연결된 2,100여 개의 협력업체들은 연쇄 부도의 공포에 떨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이들에게 한 해 지급하는 외주비는 약 6조 원에 달한다. 공사 중단은 이 거대한 자금의 흐름을 하루아침에 멈춰 세웠다. 당장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를 지급하지 못하는 유동성 위기는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업 하나를 겨냥했지만, 그 파편은 산업 생태계 전체로 튀고 있다. 한 기업을 일벌백계하려다 수천 개의 기업과 수만 명의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리는 '과잉 대응'이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
물론,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시급하다. 그러나 그 방식이 '면허 취소'라는 극단적인 처벌을 무기 삼아 산업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위험 부담을 가장 약한 고리인 일용직 노동자와 중소 협력업체에 떠넘기는 폭력적인 방식일 뿐이다.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한다면, 정책은 더 정교하고 사려 깊어야 한다. 위반의 경중에 따른 단계적 제재, 스마트 안전 기술 도입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근본적인 수술을 통해 기업이 안전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안전모를 쓰는 이유가 단지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나의 동료와 가족을 위한 최소한의 책임감 때문이어야 하듯, 기업의 안전 경영 역시 대통령의 호통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그 길을 처벌의 채찍이 아닌, 합리적인 제도의 당근으로 열어주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죽음의 위험'과 '생계의 위협'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멈춰 선 건설 현장에서 한숨짓는 노동자들의 마른기침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그들의 밥그릇을 걷어차는 방식으로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없다.
김남훈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ㅁㅅㅇ의 목표는 뭘까
내가 아는 민주당이 쓰레기 더미 아래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데 채 19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런 정당이 집권하여 그 나라에 끼치는 해악의 결과가 난 너무나도 두렵다 벌써부터 나오기 시작하는것 같기도 하고 ㅠㅠ
중단된 공사는 어찌하려는지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막무가내일까요?
산재를 예방하고 최소화하도록 해야지.. 어휴
다른 것보다 이게 제일 무서워요.
기사 잘 봤습니다
이게 독재자 마인드. 산재 발생했다고 기업 문 닫으면 문 안 닫을 기업이 어디 있겠어요?
괜히 싸패 소리 듣는 게 아니죠. 경솔한 말 한마디가 노동자의 삶을 뺏어 버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대책도 없이 그냥 질러버리는 극악스러운 인성.
이러다가 정말 우리나라가 사라질 것 같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