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첫 방일 정상회담은 겉으로는 ‘셔틀외교 복원’이라 포장됐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빈약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공백은 중국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공동발표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며 중국을 정조준했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에는 중국이란 단어조차 없었다. 미·중 전략 경쟁이 국제질서를 흔드는 와중에, 한국 대통령이 굳이 입을 다물어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23년 6월 17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한 비핵화 관련해서도 입장차
비핵화 문제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드러났다. 일본은 원칙적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분명히 했지만, 이 대통령은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추상적 표현을 고집했다. 이 차이는 단순한 문구가 아니다. 남북 대화의 여지를 남긴다는 명분이겠지만, 결과적으로 한미일 공조를 흐리고 일본과의 입장 차이만 확인시켰다. 결국 구속력 있는 공동선언문은커녕, 구속력 없는 ‘공동 언론발표문’으로 마무리된 이유다.
2023년 6월 17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대회를 개최한 더불어민주당 (사진=연합뉴스)
위안부와 후쿠시마는 꺼내지도 못했다
역사 문제도 똑같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줄곧 철회를 외쳤던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피해자 중심의 해결을 외치며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정치인이, 정작 대통령이 되어 일본 총리와 마주 앉은 자리에서는 입을 다문 셈이다.
더 나아가, 불과 2년 전 민주당 대표 시절 직접 시위에 나서며 후쿠시마 원전 ‘핵폐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던 이 대통령이다. “핵오염수라고 해서 고발당한다고 하니 앞으로는 아예 핵폐수라고 부르겠다”고 목청을 높였던 그가, 이번에는 후쿠시마 문제를 제대로 꺼내지도 않았다. 당시에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던 결연한 목소리가, 정상회담장에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부인 이시바 요시코 여사와 양국 정상 부부 친교 행사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일 정상회담 결과물이 워킹홀리데이
결국 이번 회담에서 남은 것은 저출산·고령화 대응 협의체와 워킹홀리데이 기회 확대뿐이다. 물론 인적 교류가 의미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17년 만에 채택한 문서의 성과라 치기에는 지나치게 가볍다. 외교의 본령은 상징이 아니라 실질이다. 중국을 언급하지 못하고, 북한 문제조차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정상회담이 워킹홀리데이 확대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를 두고 과연 외교 성과라 부를 수 있겠는가.
외교는 말을 아끼는 것이 미덕이 아니다. 오히려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외교야말로 가장 위험한 외교다.
김남훈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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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인 듕궈를 깔 수는 없고 그렇다고 영혼의 동반자 니뽄을 깔 수도 없고..난감하네 이거
무능도 부족해서 바보짓 하고 돌아왓네
그럴줄 알았지만 예상보다 더 비겁한 이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