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심의 시작하는 국회 보건복지위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문신 시술 합법화 법안, 이른바 '문신사법'이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1992년 대법원 판결 이후 30년 넘게 '의료행위'로 간주되어 왔던 문신 시술에 대해 비의료인의 시술을 허용하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거센 반발과 더불어 국민 보건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법안 통과는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안의 핵심은 '문신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신설하고, 자격 시험과 위생·안전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박주민 복지위원장은 법안 통과 직후 "문신은 우리 국민의 30% 정도가 경험한 일상이자 문화이고 30만명이 넘는 문신 관련 종사자들에게는 생업"이라며 "오늘 마침내 오랜 기다림을 딛고 문신사법 제정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법의 사각지대에 머물렀던 한국의 문신이 이제 제도의 문을 열고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수많은 논란이 숨어 있다. 이미 여러 선진국들은 문신 시술에 대한 위생 및 안전 기준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아예 비의료인에게 시술을 전면 허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이 '타투이스트'라는 특정 직업군을 양성화하려는 대통령의 선거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정치적 행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 취임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청년층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문신 합법화를 꾸준히 공약해왔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를 단순한 규제 완화나 일자리 창출이라는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의료 전문가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 단체들은 문신 시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 알레르기 반응, 피부 질환 등을 들어 시술 행위가 반드시 의료 전문가의 관리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왔다. 특히 B형 간염, C형 간염, HIV와 같은 혈액 매개 감염병의 위험성은 문신 시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번 문신사법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다. 과거 한 연예인이 방송에 문신을 드러내면서 문신이 '패션'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지만, 그 이면에는 엄연한 의료 행위의 영역이 존재한다. 문신 시술은 단순히 바늘로 피부에 색소를 주입하는 행위가 아니라, 피부 조직에 미세한 손상을 입히고 감염과 부작용의 위험을 내포하는 침습적 행위다. 미국의 경우에도 각 주마다 규정이 다르지만, 대부분 시술자에 대한 위생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시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경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의 이번 법안은 이러한 해외 사례의 심각성을 간과한 채 오직 '제도권 편입'이라는 명분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박주민 위원장은 "의료계 등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고 국민의 안전을 두텁게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는 마치 '일단 통과시키고 보완은 나중에'라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들린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국민의 건강권을 뒷전으로 미룬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당분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문신사법 통과가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의 시작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제도의 안착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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