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당정협의회서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신설 등 확정 계획 (서울=연합뉴스)
어제(7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마침내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핵심은 78년 역사의 검찰청을 해체하고, 수사 기능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기소 기능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으로 넘긴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두 기관의 간판을 바꾸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형사사법 체계를 근본부터 뒤엎어, 사실상 행정부가 통제하는 '경찰국가'로 가는 고속도로를 까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1987년, 서슬 퍼런 전두환 정권 시절을 보자. 경찰(치안본부)은 스물두 살 청년 박종철을 물고문으로 숨기고는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변명으로 사건을 덮으려 했다. 이 음험한 시도를 뚫고 진실의 문을 연 것은 당시 최환 검사의 부검 결정이었다. 경찰의 폭주를 사법 시스템의 일부인 검찰이 막아선 것이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대로라면 이제 경찰을 견제할 최소한의 장치마저 사라진다. 국가 정보 기능과 경찰 수사권, 거기에 중대범죄 수사권까지 행안부라는 하나의 부처가 독점하게 된다. 거대 공룡이 된 경찰이 제2의 박종철 사건을 은폐하려 할 때, 대체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민주화를 외치던 세력의 후예들이 독재 시절보다 더한 권력 집중을 시도하는 것은 기괴한 자기부정 아닌가.
고위당정협의회 기념촬영 (서울=연합뉴스) 눈을 세계로 돌리면 이 시도의 종착역이 어디인지 더욱 명확해진다. 지금 헝가리에서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장기 집권하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체계적으로 무너뜨렸다. 헌법재판소 권한을 축소하고, 판사들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로 채워 사실상 사법부를 행정부의 시녀로 만들었다. 유럽연합(EU)이 ‘독재의 길’이라며 강력히 비판하는 그 수순을, 대한민국 정부와 집권당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국익과 헌법 가치 대신, 특정 정치 세력의 이해관계를 위해 나라 전체를 후퇴시키는 퇴행적 행태다. 시중에서는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막고, 정적을 겨눌 무소불위의 칼을 손에 쥐려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틀린 말인가.
물론 과거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비판받았던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검찰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크다. 그러나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의 해법은 재앙을 부를 뿐이다.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민주당의 안은 상식을 거부하고 오직 하나의 행정부처 밑에 국가의 모든 정보와 수사라는 칼날을 쥐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중국식 공안 통치로 가는 길이다.
중국식 공안 통치란 무엇인가. 모든 정보와 수사 권력이 사법부의 통제를 벗어나 하나의 행정부처, 즉 공안(公安)으로 집중되는 시스템이다. 그 안에서 개인의 통화내역, 계좌, 이메일은 정권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가 된다. 범죄 수사는 정적(政敵)을 제거하는 도구로, 정보는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된다. 이번 개편안은 정확히 그 길을 가리키고 있다. 문재인 정권시절 이관된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국내 정보 파트에 더해 중수청의 수사력까지 독점한 ‘공룡 행안부’는 사실상의 한국판 공안부 아닌가. 이는 권력분립을 포기하고 행정 독재로 가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나 다름없다.
진정한 사법 개혁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줄이되,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기능은 강화하여 인권 침해를 막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금 정부·여당이 올라탄 것은 개혁의 KTX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과거로 되돌리는 완행열차, 아니 ‘경찰국가’로 향하는 급행열차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어이 없게도 중국식 공안정치 급행열차 탓네요.
권력자들과 이텅에게만 좋은 독재의 길.
대중들이 검찰 없어지면 자기 민생사건 개망한다는 걸 언제 깨달을 까요 ㅉㅉㅉ
괴물독재국가가 실시간으로 진행중.
이러고도 지지율 나오는거 보면..우리는 진짜 개돼지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민주당이 영원히 독재를 하려고 작정을 했네. 경제와 외교에 이어 민주주의까지
무너진 후진국으로 가는 건 시간 문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