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민주당이 "전정권 탓"이라는 비자 쿼터 팩트체크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9-09 14:43:14
  • 수정 2025-09-09 14:50:42

  • 낯 부끄러운 책임 전가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발언하는 전현희 총괄위원장발언하는 전현희 총괄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전현희 의원이 미국 내 한국인 근로자 억류 사태를 두고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탓했다. 그 주장이 얼마나 사실을 왜곡하고 양심을 저버린 이야기인지, 명확한 팩트를 통해 명명백백히 들여다보자.


팩트의 시작은 18년 전, 바로 그 협상 테이블에 있던 당사자의 증언에서 출발한다.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김현종이 자신의 저서에서 밝혔듯, 2007년 한미 FTA 타결 당시 한국은 미국 행정부로부터 ‘한국인 전용 전문직 비자 입법을 적극 지원한다’는 공식 서한을 받아냈다. 이는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다. FTA를 체결한 뒤 1~2년 안에 별도 비자 쿼터를 받는 것은 국제적 관행이었다. 실제로 호주는 연간 1만 500명, 싱가포르는 5400명, 칠레는 1400명의 자국민을 위한 전용 비자를 일찌감치 확보했다. 우리에겐 그들과 같이 국익을 실현할 ‘골든타임’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그 기회를 걷어찬 장본인이 바로 지금의 집권 세력, 민주당이다. 2008년 당시 야당이던 그들은 국회에 최루탄까지 터뜨리는 폭력적 방식으로 FTA 비준을 4년간 가로막았다. 그 사이 미국도 정권이 교체되어 서한은 종잇장이 되어버렸고, 결국 2011년이 되어서야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단독으로 국회 비준을 통과했다. 나라의 미래가 걸린 약속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 발목을 잡는 동안, 비자 확보를 위한 외교 동력은 완전히 소실됐다. 이것이 지금 사태를 낳은 모든 문제의 뿌리이자 원죄(原罪)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주장할 것인가?


전정권을 탓하는 논리가 얼마나 초라하고 빈약한지 생각해 보면, 윤석열 정권도 여러 차례 미 의원접견과 외교장관의 노력에도 해결하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그건 문재인 정권도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이다. 다만 국민들은 매번 반복되는 ‘전정권 탓’를 비난하는 것이다. 


칠레라고 농업이 없고, 호주라고 진보 세력이 없겠는가. 그러나 국가 간 맺은 중대 합의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 그 이행을 폭력적으로 가로막은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그렇게 국익 확보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세력이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모습은 자가당착이다. 지금의 사태는 어느 한 정부의 ‘무능’ 탓이 아니라, 18년 전 국익보다 정쟁을 앞세운 그릇된 ‘선택’이 낳은 예고된 결과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wiinp72025-09-10 06:32:11

    몇 십 년을 지지했던 민주당 파면 팔 수록 혐오스럽네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9-09 16:08:47

    진영에 갇혀 속아 산 세월이 참 억울하네요. 저런 무능하고 뻔뻔한 자들이었는 줄도 모르고.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toto91052025-09-09 15:25:22

    팩트체크 감사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9-09 15:05:50

    팩트체크 감사합니다. 몰랐던 건데 역시....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09-09 15:01:54

    팩트체크 감사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9-09 14:49:59

    앗.. 그렇군요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분석] 론스타 4천억 승소 역겨운 광팔이 민주당... 3년 전에는? 2025년 11월 19일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
  2. 썩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의 차이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오묘한 냄새가 난다. 개중에는 잘 마르고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 하면, 물기를 머금은 채 질척하게 썩어가는 쿰쿰한 악취도 있다. 인간의 나이 듦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는 전혀 다른 화학 작용을 일.
  3. 민주당 '유동규 녹취록 속 대통령은 '윤석열'? 백광현 되치기 기자회견 17일 오전 백광현 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와 남욱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재명' 이름이 언급되어 있어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후속편으로,  (2023년 봄 녹음)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피고인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록에서 ...
  4.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5. 대통령의 '무지(無知)'가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다. 적대국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내뱉는 안보 관련 발언은 천금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해외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인식은 가벼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는 50년간 대북 심리전의 핵심이었던 대북 방송을 "바보짓...
  6.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대장동 항소 포기와 사법 시스템 붕괴 비판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이 19일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를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를 도와준 국가 주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
  7. 탱크만 없는 계엄령, 그 거대한 수용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
  8. YTN의 ‘자발적 복종’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
  9. 프랑켄코리아 (Franken-Korea) 정치라는 무대 위에는 때때로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것.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정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창의성 없는 방식으로, 역대 정권들이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와 가장 추악했던 .
  10. 국민연금 손대려는 정권, 그래놓고 청년더러 "속았다" 하는가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붐비는 객차 안,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고개를 끄덕이는 4050 중년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의 작은 화면 속에서는 어김없이 '그'가 등장한다. 더부룩한 수염에 특유의 건들거리는 말투, 김어준 씨다.그 화면 속에서 김어준 씨와 패널들은 혀를 차며 말...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