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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대는 강훈식(비서실장?)
  • 카타리나타 기자
  • 등록 2025-09-10 00:55:21
  • 수정 2025-09-10 10:50:17

  • 강훈식 실장의 이례적인 방미동행과 나대는 행보가 화제
  • 고위당정청에서도, 용산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 대통령 성과도 내가, 총리가 할 일도 내가 한다는 전례없는 비서실장


마가모자도 내가 받았고, 미국에 전세기 보내는 것도 내가 했다는 해맑은 강실장. 

강훈식 실장의 이례적인 방미동행과 행보들

한미정상회담 출국길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동행했다. 통상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해외방문시 대통령실을 지키며 현안을 챙기는 역할을 한다. 역대 사례를 돌이켜 봐도 비서실장이 해외 방문에 동행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가장 최근의 유사 사례는 문재인 정부 시절 임종석 비서실장의 2018년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동행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뜬금없는 일정이 아니었다. 임실장은 그 전 해인 2017년에 이미 UAE에 특사로 파견되어 전 정부의 원전 수출과 관련된 외교문제를 조율했었고 UAE의 왕족 및 정부고위층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강훈식 비서실장의 순방 동행은 그러한 맥락도 없었고 목적도 불분명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조차 비서실장의 방미 목적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일부 불편한 기류도 감지되었다. 국회와 야당 대응, 수해와 가뭄 등 대통령실이 처리할 국내 현안이 많은데 비서실장이 굳이 방미에 동행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는 불평도 들려왔다. 강훈식 비서실장도 선발대로 출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 내용과 일정에 대해 말씀드리지 못하는 것을 양해 부탁한다, 별도의 일정이 있다. 돌아와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강훈식 실장은 8월 25일 오전 10시 30분에 트럼프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수지 와일스 실장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강 실장은 회담 직전에 올린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게시글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한국 상황을 설명하고 비서실장간 핫라인 구축에 합의했다고 한다. 강실장은 자신의 설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오해' 가 풀렸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다행한 일이겠으나 결과는 어떤가? 관세협상의 협상문은 오리무중이고 우리정부 설명과 백악관 설명은 여전히 다르다. 트럼프는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날 때 나와서 배웅하지도 않았다. 다른 정상들과의 경우에 비춰 보면 확실한 결례다. 야당들은 '관세 방어도 못하고 돈만 퍼 준 굴욕회담' 이며 '젤렌스키 사례와 같은 망신만 피한 회담'이었다고 비판했다. 


4500억달러 나누기 마가모자 50개면 모자 하나 당 90억 달러다. (사진: 연합뉴스)

마가모자, 오찬 명패에 받은 트럼프 사인이 성과? 

방미 이후에도 강훈식 실장의 이례적 행보는 계속됐다. 귀국하자마자 대통령실 기자단을 상대로 방미성과 간담회를 가진 것. 그러한 설명은 안보실장 등 외교, 통상 관련 수석 참모들이 하는 것이 보통이다. 외교, 통상 문제에 대해 비서실장이 단독으로 설명하는 모습은 아무리 선해해도 어색하다. 강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인한 '마가' 모자, 정상 선물, 오찬 때 자기 자리에 놓여있던 종이명패를 기자들에게 보여주었다. 강 실장은 다소 상기된 어조로 "트럼프 대통령이 음식 메뉴판과 명패가 기념품이 될 수 있다면서 직접 서명해서 줬다. '마가' 모자에도 서명해 주더라. 미국의 따뜻한 아저씨 같은 인상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만 40∼50번을 하게 됐는데, 이것만 봐도 정성을 들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도 설명했다. 정성이라. 그런데, 어떤 나라가 우리나라에 투자와 에너지 구매로 4500억 달러를 쓴다고 하면 그깟 모자 50개 아니라 5천개, 5만개에는 서명 못할까. 


강실장은 다음 날 8월 29일에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도 출연했다. 대통령실이 정상회담 직후의 대국민소통 창구로 유튜브를 선택한 것은 일견 특별해 보이지만 이재명 대통령 체제에서는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김어준 유튜브는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채널이며 민주당의 '교리' 라 그 어떤 신문, 방송보다도 더 영향력이 있으니 말이다. 강실장은 30여 분 정도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 뒷이야기를 상세히 전했고 언론들은 그 내용을 다시 받아썼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강훈식 실장. (사진: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총리도 '패싱'하는 대통령 비서실장 

이러한 강훈식 비서실장의 '이례적' 행보는 9월 7일에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회의에서 절정에 달했다. 그 날 회의의 가장 큰 현안이자 돌발 안건은 조지아주 건설현장에서 우리 국민이 미국정부기관에 체포된(무려 쇠사슬로 결박되어) 사건이었다. 이번에도 만능해결사 강실장이 나섰다. 그는 회의 시작 전 모두발언에서 "석방교섭이 마무리 되었다.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 여러분을 모시러 출발할 것" 이라고 말했다. 강실장의 발언은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속보로 전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이 안전하게 돌아올 때까지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책임 있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김민석 총리, 조현 외교부장관, 김용범 정책실장 등이 모두 참석해 있었다. 

 

조지아주 건설현장에서 미국 당국에 체포된 국민에 대한 귀국 계획을 설명하는 강훈식 실장. 옆에 김민석 총리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연합뉴스)

아무리 봐도 이상하고 어색하다. 일부 내각제적 요소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외교와 국방은 대통령이, 내각의 통할은 총리가 담당해 왔다. 재난, 재해나 재외국민의 위험상황에 대한 조치는 보통 총리가 주도하고 부처에 지시한다. 

비슷한 예로 2018년 리비아 무장단체에 납치되었던 한국인 노동자가 315일 만에 석방되었던 사건이 있다. 당시 이낙연 총리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리비아 정부에 감사를 표하며 특히 UAE 정부의 결정적인 도움에 각별히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감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탁을 받고 전하는 것' 이라고 언급했다. 총리가 그정도인데, 외교 통상 현안의 전면에 비서실장이 나서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 조지아주 우리 노동자 체포 문제와 같은 일은 대통령과의 협의를 통해 총리가 대응하고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전세기로의 귀환 대책을 말하는 강훈식 비서실장 옆의 김민석 총리 모습이 기자에게만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총리급에서 주도하고 총리가 전할 말을, 대통령 비서실장이 나서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나대는 비서실장은 없었다

이재명정부의 첫번째 대통령비서실장은 강훈식 비서실장은 전례와 관행에 비춰 볼 때 대단히 이례적인, 나쁘게 말하면 '나대는' 비서실장이다. 보통 나대는 사람들은 막무가내다. 주변을 고려 안 하고 자기 말만 하며 사방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의 '나댐'에는 그런 저돌성보다는 '천진함'이 있다. 우리 국가 예산의 몇 배가 되는 돈을 바치고 온, 사실상의 굴욕회담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빨간 마가모자를 보여주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따뜻한 아저씨" 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바로 강훈식이다. Kang Hoon-sik, Chief of Staff 라고 적힌, 종이로 된 오찬 명패가 미국 대통령이 준 '기념품'이라며 자랑하는 순수함과 천진함이 그에게는 있다. 국회의원을 그만큼 하고, 대통령 참모가 되어서도 그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나대는 비서실장의 행동은 때로 주변에 폐를 끼친다. 7일 고위당정청회의에서 강실장은 '석방교섭 마무리 됐다', '전세기가 출발할 것' 이라고 공언했지만 11일이 된 현재까지 전세기는 뜨지도 못했고 미국의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놈은 우리 국민들이 '추방' 되는 것이라고 말해 충격을 주고 있다. 구금시설에 있는 우리 국민들이 어떤 상태인지, 어떤 환경에서 갇혀있는 것인지도 여전히 알 수 없어 가족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무슨 교섭이 마무리 됐단 말인가. 

결국 국회에 불려간 조현 외교부장관이 외통위 질의에서 야당의 강한 질타를 받았다. 공격적인 질의세례에 '멘붕'이 왔던 것일까. 조 장관은 '미국과 대강 합의' 했다고 실언으로 답변하는 그 바람에 비난만 무수하게 받고 미국행 비행기를 타게 됐다. 


강훈식 실장의 최근 행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피해자, 조현 외교부장관. 교섭 다 됐다던 강훈식 실장의 설레발 덕에 국회에서 욕만 실컷 먹고 실언('대강' 합의했다) 하고 미국으로 날아갔다. (사진: 연합뉴스) 

대통령의 순방 성과(라는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를 막후에서 내가 조율했다며 기자들 불러 자랑하고, 대한민국에서 4500조를 받아간 트럼프는 '미국 따뜻한 아저씨'라고 평하는 사람. 국무총리를 바로 옆에 앉혀놓고 비장하게 '우리 국민을 지키겠다' 고 말하는 비서실장. 

전례없이 나대는 '강실장'의 행보는 어디까지 이례적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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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8ko2025-09-10 23:26:16

    대텅이 얼마나 우스웠으면 청래도 나대고 훈식이도 나대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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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dongong2025-09-10 13:46:40

    촐랑촐랑거리다 미끄러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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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9-10 13:25:45

    저질정부 막장정부 미친정부 무능정부 깡통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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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9-10 13:21:05

    청래의 끄나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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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9-10 11:42:59

    강훈식이도 정ㅊㄹ처럼 허황된 용꿈이라도 꾸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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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9-10 11:42:00

    아산의 망신 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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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9-10 08:33:17

    상당히 날카롭고 통찰력이 있는 기자 양반 이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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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9-10 08:32:07

    저그 통님 이익만 쪽 빼묵는 것 벤치마킹 해서 용꿈 꾸는 모냥 이죠 ㅎ  이 새퀴 정청래 김민석 에게 반감 계속 쌓아가고 있네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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