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검찰의 항소·상고를 제한하라 지시했다. 1심에서 무죄를 받은 국민이 검찰의 무분별한 항소로 대법원까지 가며 고통받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만 들으면 국민 인권을 위한 결단처럼 들린다.
하지만 왜 하필 지금인가. 과거 대선 과정에서부터 숱한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고, 지금도 주변 인물들의 재판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런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검찰의 손발을 묶는 제도를 만들라고 지시하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봐야 하는가. 시중에선 ‘국민’을 방패 삼아 결국 자신과 측근들을 위한 ‘사법 방탄’을 쌓으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것이 상식적인 의심 아닌가.
대통령은 검찰 항소를 무고한 시민을 괴롭히는 ‘악(惡)’처럼 말한다. 현실은 정반대다. 1심의 상식 밖 판결로 풀려난 권력자와 흉악범들이 검찰 항소 끝에 2심과 대법원에서 단죄된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검사의 항소권은 이처럼 1심의 오류를 바로잡아 사회 정의를 세우는 최후의 보루다. 이걸 ‘남용’이라며 제한하는 건 사법 시스템의 한 축을 허물자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대통령은 미국 사례를 염두에 둔 듯하다. 미국은 수정헌법의 ‘이중위험금지’ 원칙에 따라, 배심원단이 내린 무죄 평결에 검사가 항소하지 못한다. 이는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의 판단을 ‘주권자의 최종 결정’으로 여기고 국가 권력의 남용을 막는 최후의 보루로 삼는 영미법계의 철학이 담긴 산물이다.
그러나 우리 법체계는 그 뿌리부터 다르다. 우리 형사소송법이 본받은 독일과 일본 등 대륙법계는 ‘실체적 진실 발견’을 최고 이념으로 삼는다. 법관의 1심 판결은 진실로 가는 과정의 하나일 뿐, 그 자체가 최종 확정은 아니다. 1심의 사실 오인이나 법리 오해를 바로잡아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고,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 그것이 2심과 3심의 존재 이유다. 검사의 항소권은 바로 이 ‘오류 시정’을 위한 필수적인 장치다. 이런 법철학의 근본적 차이는 무시한 채, 우리 몸에 맞지 않는 남의 옷을 멋대로 잘라 붙이겠다는 것 아닌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1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3심 까지 유죄 입증해야 하는 검사의 직업윤리 보장하랏!!
자기 범죄 면소를 위해서라면 위헌도 서슴지 않는 자.
범죄자가 매번 지 살고 싶어서 인권 타령하고 어려운 분들 이용해 먹는게 아주 치가 떨리게 싫네요
공유해요
개인의 사법리스크가 국가의 리스크.. 아무리 생각해도 딱 들어맞는 말이네요.
좋은기사 잘읽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지나 만들어진 질서를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는게 무엇보다 괴롭네요
이재명이 어떤 말을 끌어다 붙여도
어차피 자신의 죄를 없애기 위한 위인설법일 뿐
그냥 전과 5범 무결법 만들어라 행정 수반의 지속적인 헌법 파괴 행각 지겹다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기사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한국은 독일.일본 에서 따온 대륙법 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