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례하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이 '비전투 인력 15만 명 민간 아웃소싱'이라는 기가 막힌 발상을 내놓았다. 듣는 순간, 한숨과 헛웃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국방을 '기업 경영'의 연장선쯤으로 착각하는 실성한 효율성 타령에, 대한민국 안보가 우스워 보일 지경이다. 21세기 한국에서 유일하게 낙후된 정치분야에 한 해 '일 못하는 정치인들도 좀 수입하면 안 되냐'는 자조 섞인 농담이 돌지 않았던가. 이제는 국방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군대도 아웃소싱으로 돌리자'며 그 농담의 경계를 허물고 있으니, 평론또한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는 '국가 존립'이라는 근엄한 현실을 어이없는 논리로 덮으려는 안보 코미디에 다름 아니다.
역사적으로 조롱당하고, 폭망했던 정책만 어떻게 그렇게 창의적으로 발굴해 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역사는 이미 똑같은 짓을 벌였다가 톡톡히 대가를 치른 바보들의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영국이 그랬다. '전략 국방 검토'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군수, 유지보수, 수송 등 비전투 분야를 민간에 대거 위탁했다. '평화 배당금'이니 '효율성 증대'니 하는 미사여구로 포장했지만, 결과는 '안보 블랙홀'이었다.
영국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선에서 겪은 민간 아웃소싱의 폐해는 그야말로 비극적인 코미디였다. 전투 중 탄약이 떨어졌는데, 민간 계약업체 직원이 '주말이라 근무 시간 아니다', '위험 수당 더 달라'며 배짱을 튕겼다는 이야기는 전설처럼 회자된다. 군사작전 중 보급 차량이 멈춰 서자, 민간 운전사가 '계약서에 여기까지는 안 적혀 있다'며 철수해버린 어이없는 상황도 벌어졌다. 심지어 군 기밀이 오가는 부대 안에서, 민간 직원들이 군인보다 높은 임금을 받으며 '우리는 계약직이라 괜찮다'며 콧대를 세우는 모습은 군 사기를 땅바닥에 처박는 광경이었다. 이런 난장판 속에서 과연 누가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겠는가. 군의 지휘 통제는 무너지고, 전우애 대신 '을(乙)'이 된 군인들의 자괴감만 깊어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방부 장관이 밝힌 '비전투 분야'라는 용어 자체가 군대라는 조직과 임무분담에 심각한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군의 존재이유인 전시 상황이 닥치면 전투 인력과 비전투 인력의 구분은 더욱 모호해진다. 적이 '저 사람은 취사병이니 공격하지 말자', '저 사람은 행정병이니 포탄을 피해서 쏘자'고 할 리 만무하다. 현대전에서 후방또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적의 미사일은 보급고를 가리지 않고, 특수부대는 지휘부와 보급선을 최우선 공격 목표로 삼는다. 밥을 짓고, 장비를 수리하고,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모든 인력은 전장의 일부분이며, 이들이 무너지면 전투 부대는 단 하루도 버틸 수 없다.
혹시 전쟁이라도 나면 민간 아웃소싱 업체 사장님을 '야전 사령관'으로 임명하고, 용병들에게 '성과급 보장'이라도 할 생각인가? 아니면 전선에서 부상당한 장병을 두고 '개인 보험 처리하라'고 할 작정인가? 군대는 전쟁이라는 비극을 막고, 국가의 생존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군이라는 직업이 특수하게 요구하는 애국심과 사명감을 이해못하고 이 곳에 '주식회사'식 효율성을 들이미는 것은 군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다. 일 못하는 정치인'은 수입이라도 해올 수 있다는 농담이라도 돌지만, 전투에 특화된 '용병'도 아닌 '외부 용역'으로 때운 군대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망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신 나간 '아웃소싱' 타령이 아니다. 북한의 핵 위협이라는 실존적 위협과 주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대한민국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강력한 군대, 그리고 그 군대의 사기와 결속을 지켜낼 현명한 리더십이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120년전 을사년에 을사오적이 나라 팔어먹었는데...
2025년 국방장관이라는 놈이 나라를 적국에 바칠려고 이상한 짓을 하는구나.
궁금하네 어디에 외주를 줄지 북한? 중국?
저걸 보고 웃지않을 수가 없었어요
이래서 군대를 제대로 다녀와야 하는가
살다살다 별 소리를 다 들어봅니다.
분단국가 군대의 아웃소싱이라니
18방우 안규백이 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