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이틀째인 4일, '이륜차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 국민청원을 이끄는 '바이크튜닝매니아(바튜매)' 회원들의 강행군이 이어졌다. 이들은 전날 밤 10시까지 서울 성수동 RSG 카페에서 서명운동을 벌인 뒤, 새벽 3시 반에 기상해 라이더들의 성지 순례 코스를 돌았다. 오전에는 양평 '양만장(양평만남의광장)', 오후에는 강화도 '강만장(블랙바트 강만장 2호점)'을 거쳐 저녁에는 김포 '김만장(김포 롱블랙477)'에 집결해 연휴를 즐기러 나온 라이더와 시민들에게 청원 동참을 호소했다.
아침 일찍 양만장에 설치된 국민청원 안내 보드
시민들에게 청원 서명을 받고 있는 윈디님, 마리와호비님
현장에서 캠페인을 이끈 회원 '윈디'는 청원 운동을 시작한 지난 20일간 전국을 돌며 직접 인증받은 서명만 5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비로 물티슈 1,000개를 주문, 아내와 함께 밤새 청원 홍보 스티커를 붙여 준비했다. 그는 이 물티슈를 나눠주며 라이더에게는 통행권의 필요성을, 일반 시민에게는 "우리 모두의 교통안전을 위한 이벤트에 참여해달라"고 설득했다. 그의 진심이 담긴 물티슈는 단순한 홍보물을 넘어,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중요한 소통 도구가 되었다.
블랙바트로 이동 다시 서명 독려, 참여자에게 커피 무료로 제공항 강만장 사장님(사진 좌)
윈디님이 사비로 준비한 천 개의 물티슈
윈디는 캠페인 과정에서 가장 힘든 순간은 일반 시민의 거절이 아닌, 동료 라이더들의 냉소적인 반응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물건을 팔러 온 사람 취급하며 '나는 안 한다'고 잘라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마음의 상처가 되는 것은 같은 라이더들의 외면"이라고 말했다. 일부 라이더들은 "나는 그 길로 다닐 일이 없다"며 무관심을 보이거나, "과거에도 해봤지만 어차피 안 된다"는 체념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제도와 법을 바꾸는 것이 하루아침에 될 리 없지만, 임계점을 만들기 위한 에너지를 모으는 과정에서 동료들의 이런 반응을 마주할 때 가장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저녁 김만장에 집결한 바튜매 회원들
응원의 의미로 시민이 선물해준 네잎 클로버
고된 강행군 속에서도 시민들의 격려는 큰 힘이 되었다. 특히 이날 오전 양만장에서 서명에 동참해준 시민행동은 윈디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다. 서명을 마치고 자리를 떴다가 다시 돌아와 "너무나 필요하고 고마운 일을 해주신다"며 자신이 직접 제작한 '금도금 네잎클로버' 목걸이를 선물했다. 윈디는 "그분 말씀을 듣는 순간, 몇 주간 전국을 돌아다녔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질 정도로 기뻤다"며 "이런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마음이 모여 5만 명 동의를 꼭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청원은 43,500명으로 성원 5만명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팩트파인더=김남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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