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치킨값 잡으라’는 대통령, 아직도 ‘계곡 도지사’인가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0-17 08:19:51

  • 시장 무시한 오르반식 가격 통제의 비극적 결말
  • 대통령의 경제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

청년 주간 행사 관련 브리핑하는 강훈식 비서실장청년 주간 행사 관련 브리핑하는 강훈식 비서실장 (서울=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치킨 중량을 줄이는 '꼼수'에 제동을 걸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가격은 두고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을 막아 서민 물가를 잡겠다는 것이다. 시중에서는 "대통령이 서민 먹거리까지 챙긴다"는 말이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정상적 국정의 모습인가.


문제의 본질은 치킨이 아니다. 국가 최고 지도자의 시대착오적 경제 인식이다. 가격은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자유 시장경제의 대원칙이다. 정부 역할은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소비자가 합리적 선택을 할 환경을 만드는 데까지다. 원재료 값과 인건비 폭등 속에서 기업이 내놓은 고육지책까지 '꼼수'로 낙인찍고 국가가 개입하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반(反)시장적이다.


이런 식의 가격 통제가 어떤 비극을 낳는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불과 3년 전인 2022년, 헝가리의 '스트롱맨' 오르반 총리는 치솟는 물가에 지지율이 흔들리자 설탕, 밀가루, 식용유 등 6대 핵심 식품에 가격 상한제를 강행했다. 결과는 어땠나. 기업들은 즉각 생산을 줄였고, 수도 부다페스트의 상점 진열대는 텅 비었다. 소비자들은 돈이 있어도 물건을 못 사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정부는 백기를 들었다. 시장을 이기려는 모든 시도는 이처럼 처참한 실패로 끝난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 그 실패한 길을 답습하려 하고 있다. 독재를 꿈꾸는 자들은 실패한 포퓰리즘을 따라 하는 매뉴얼이라도 있는 것 아닌가.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 불법 시설물을 철거해 큰 박수를 받았다. 막강한 행정력으로 눈앞의 문제를 단칼에 해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한 나라 경제는 계곡과 다르다. 수많은 기업과 소비자의 이해가 얽힌 유기체다. 대통령 지시 한마디로 치킨 무게를 늘릴 수는 있겠지만, 그로 인해 질 낮은 수입 닭이 식탁에 오르거나 영세 가맹점주들이 문을 닫는 '보이지 않는 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금 정부가 할 일은 구조적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거시 정책이다. 과도한 국가 부채를 줄이고, 법인세를 낮춰 기업 투자를 유도하며, 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키는 일이다. 그런 근본은 외면한 채, 국민 눈과 귀를 치킨 같은 지엽적 문제로 돌리는 것은 국정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자리는 박수받기 좋은 일을 찾는 자리가 아니라, 인기가 없더라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옳은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다. 대통령은 더 이상 계곡을 정비하던 도지사가 아니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1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31 22:48:10

    할 줄 아는 게 저거 뿐인게죠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alsquf242025-10-18 22:28:08

    살다살다 통닭값 대통을 다 보고 삽니다
    국가 수반이 할 일도 모르는 게
    대통은 왜 그리 한다고 난리부르스를 춰댔는지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18 12:54:51

    언론들 언론사들 다죽었다 요새 볼 만한 논조의 기사는 팩트파인더 밖에 없다 팩파 화이팅!!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18 12:45:42

    좋은기사 잘 읽었습니다. 거짓말과 포퓰리즘으로 대충 떼우고 넘어가려는 현정부에 신뢰가 없습니다. 부패한 무능력인데 권력을 쥐고있어 걱정입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18 10:08:30

    올바른 기사입니다 감사해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17 21:34:46

    뭐시 중헌지 진짜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 하는건지 저는 쟤 안뽑았다구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17 21:29:50

    팩트파인더만 맞는말 하는 요즘.. 다른 언론들 부끄러운줄 알아라.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17 19:41:41

    공공배달앱 한다고 설쳐대다가 세금만 쓰고 폭망했는데 저 버러지 대가리에는 지가 저질렀던 실패는 실패라고 인정 안하는 호르몬이 분비 되나봄. 빨리 좀 확 뒈졌으면 좋겠음.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0-17 17:15:56

    비싼 치킨 피해서 알아서 잘 먹을테니 저질러놓은 일이나 해결 좀.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17 15:00:11

    나라 운영을 작은 지자체처럼 하려고 드니. 즈변에서 조언하는 자도 없나 봐요. 하긴 독재자들이 남 말 절대 안 듣죠.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17 09:55:47

    자살이 증가하니 자살을 금한다 명령을 내리는 북돼지와 뭐가 다름?
    혼자 독재가 제일 쉬웠어요 예능 찍는 중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17 09:35:56

    독재를 꿈꾸는 자들은 실패한 포퓰리즘을 따라 하는 매뉴얼이라도 있는 것 아닌가.
    명문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17 09:14:31

    동네 이장이 딱 맞는..지지율 떨어지니 치큰으로 올릴려고 꼼수를...글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17 09:05:03

    공산정권의 자상하신 수령님 컨셉이지만 실상은 법카유용 범죄자.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분석] 론스타 4천억 승소 역겨운 광팔이 민주당... 3년 전에는? 2025년 11월 19일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
  2. 썩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의 차이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오묘한 냄새가 난다. 개중에는 잘 마르고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 하면, 물기를 머금은 채 질척하게 썩어가는 쿰쿰한 악취도 있다. 인간의 나이 듦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는 전혀 다른 화학 작용을 일.
  3. 민주당 '유동규 녹취록 속 대통령은 '윤석열'? 백광현 되치기 기자회견 17일 오전 백광현 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와 남욱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재명' 이름이 언급되어 있어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후속편으로,  (2023년 봄 녹음)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피고인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록에서 ...
  4.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5. 대통령의 '무지(無知)'가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다. 적대국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내뱉는 안보 관련 발언은 천금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해외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인식은 가벼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는 50년간 대북 심리전의 핵심이었던 대북 방송을 "바보짓...
  6.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대장동 항소 포기와 사법 시스템 붕괴 비판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이 19일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를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를 도와준 국가 주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
  7. 탱크만 없는 계엄령, 그 거대한 수용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
  8. YTN의 ‘자발적 복종’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
  9. 프랑켄코리아 (Franken-Korea) 정치라는 무대 위에는 때때로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것.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정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창의성 없는 방식으로, 역대 정권들이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와 가장 추악했던 .
  10. 국민연금 손대려는 정권, 그래놓고 청년더러 "속았다" 하는가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붐비는 객차 안,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고개를 끄덕이는 4050 중년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의 작은 화면 속에서는 어김없이 '그'가 등장한다. 더부룩한 수염에 특유의 건들거리는 말투, 김어준 씨다.그 화면 속에서 김어준 씨와 패널들은 혀를 차며 말...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