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MBC 비공개 업무보고가 열린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거대 여당 소속의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공영방송 보도를 총괄하는 박장호 MBC 보도본부장이 마주한 이날, 전례 없는 대립이 벌어졌다.
사건 발생 전, 2025년 과방위 국정감사는 이미 극심한 여야 대립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태였다. 특히 10월 14일과 16일,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의원 간의 '욕설 문자' 논란은 파행의 절정이었다. 두 의원이 원색적인 비난을 주고받으며 국정감사가 중단되자, 최민희 위원장은 "기자분들 나가주십시오"라며 취재진의 퇴장을 명령하고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 장면은 국감의 혼란을 상징하며 언론에 보도되었고, 훗날 MBC와의 직접적인 갈등의 불씨가 되었다.
갈등을 촉발한 것은 10월 19일 MBC 뉴스데스크가 방송한 <고성·막말에 파행만…'막장' 치닫는 국감> 리포트였다.
이 보도는 과방위를 포함한 여러 상임위의 파행을 비판하며, 최 위원장이 취재진을 퇴장시키는 장면과 함께 "피감기관을 앞에 두고 욕설 문자의 진위를 가리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라는 내레이션을 덧붙였다. 국감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 어찌보면 늘상적인 흔해빠진 게으른 논평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민희는 자신의 리더십이 공개적으로 비판받는다 느낀 모양이었다.

결국 10월 20일, 비공개로 진행된 MBC 업무보고 자리에서 사건이 터졌다. 최 위원장은 회의 시작과 함께 해당 리포트 전체를 재생한 뒤, 박장호 보도본부장에게 보도의 중립성을 따져 물었다. 박 본부장은 "개별 보도 사안에 대한 질의는 부적절하다"며 방송 편집권 독립 원칙에 따라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격분한 최 위원장은 박 본부장을 강하게 질책하며 회의장에서 퇴장할 것을 명령했고, 박 본부장은 결국 자리를 떠났다.
논란이 커지자 최 위원장 측은 언론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MBC 리포트가 사실관계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양비론적으로 사안을 몰아갔으며, 박 본부장의 답변 태도는 질의하는 의원을 평가하는 행위였기에 "답변을 안 할 거면 불편한 이야기 듣지 말고 나가시라"는 취지로 퇴장을 명령했다는 것이 해명의 골자였다.
다른 걸 다 떠나, 이게 해명인지 조차 모르겠다. 2차 가해에 가까운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후 MBC 기자들의 항의 성명이 발표되자, 최 위원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친(親)국힘 편파보도가 자랑스러웠나"라고 맞받아치며 논란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그는 "MBC의 친국힘 편파보도가 언론자유인가?"라고 반문하며, 국민의힘이 MBC를 비난할 때는 침묵하던 기자들이 자신의 '한 문장' 지적에는 반발하는 것은 특권 의식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방송장악ㆍ언론탄압하는 자들에는 무릎 꿇고, 저항한 참언론인들을 오히려 따돌렸던 그게 그대들의 언론자유인가?"라며 MBC 기자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최 위원장의 행동은 즉각적이고 조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MBC 내부에서는 기자회와 노동조합이 한목소리로 이번 사태를 언론 독립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규정했다. MBC 기자회는 성명을 통해 "명백한 부적절함을 넘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최 위원장이 개별 보도의 책임이 있는 보도국장이 아닌 보도본부장을 문제 삼아 '잘못된 대상'을 겨냥했고, 언론중재위 등 공식 절차 대신 국감 권위를 이용해 '잘못된 방식'으로 개인적 불만을 표출했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역시 이를 "명백한 권한 남용"으로 규정하며, 과거 언론 자유를 위해 싸웠던 최 위원장의 이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에 "충격과 실망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위원장의 직권 남용'으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과방위원장 자리가 최민희 의원 본인 민원 해결용인가"라며, 최 위원장이 상임위를 사적인 공간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특히 자신이 직접 등장하는 보도를 문제 삼은 행위는 국회법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 위반 소지가 명백하다며,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몇 가지 원칙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첫째는 '언론의 자유' 문제다. 헌법 제21조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며 검열을 금지한다. 권력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비판 보도를 한 언론인에게 불이익을 암시함으로써 스스로 보도를 주저하게 만드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 역시 심각한 언론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 '권력자를 비판하면 보복당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어 권력 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 자유의 본질을 훼손할 소지가 크다.
둘째는 '국회법 위반' 논란이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막강한 권한을 갖지만, 그 권한은 국회법 테두리 안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특히 현행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과 국회법은 공직자가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직무 수행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사적 이해관계'란 금전적 이익뿐 아니라,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수 있는 모든 관계를 포괄한다. 최 위원장이 자신의 명예나 정치적 평판과 직결된 보도에 대해 공적인 상임위원장 권한을 이용해 직접 문제를 제기한 것은 명백한 이해충돌 상황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편집권 독립'의 원칙이다. 특히 공영방송의 '보도국장 책임제'는 정치적 외압은 물론 내부 경영진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보도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핵심 장치다. 최 위원장이 보도국장을 건너뛰고 그 상급자인 보도본부장을 직접 추궁한 행위는 이 원칙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비춰졌고, MBC 내부의 격렬한 반발을 낳았다.
이 사건은 한때 언론 자유의 투사였던 인물이 권력의 정점에 서자, 비판적인 언론을 향해 과거 자신이 싸웠던 대상과 유사한 방식으로 권위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실망과 함께 권력과 언론의 건강한 긴장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언론의 공정성을 상실하고 권력 그 자체가 되어버린 MBC에 대한 동정까지 할 마음의 여유는 시민들에게 없다.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그들만의 리그 같기도 한데 아무튼 최민희는 노출되면 될 수록 그 수준이 어지간 하네요.
얼마나 대단한 기산가 했더니 저것도 못 견디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심지어 MBC인데
이제 슬슬 언론도 사법부처럼 압박할텐데 과연 펜으로 싸울지 지금처럼 무기력한 척들만 할지 궁금하네요
그러게요. 선 넘으면 돌아오기 힘들텐데.. 나 살기도 힘든데 알아서 하겠죠 뭐.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