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도시의 동맥을 흐르는 택배 트럭의 불빛은 단순한 물류가 아니다. 그것은 고된 하루를 마친 맞벌이 부부가 내일 아침 아이에게 먹일 식사를 약속받는 안도의 한숨이며, 혼잡한 마트를 갈 시간조차 없는 1인 가구에게는 최소한의 삶의 질을 유지하게 하는 생명줄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 소박한 일상의 흐름을 멈춰 세우려 한다.
모든 주장은 스스로의 얼굴을 갖는다. 논리의 정합성이라는 뼈대와 도덕적 자산이라는 표정이다. 그런 면에서 민주노총이 내민 '노동자 건강권'이라는 청구서는, 과거의 행적으로 이미 신용불량 등급을 받은 파산자의 어음과 같다.
[연합뉴스 자료사진]첫째, 그들의 사전에서 '노동자'란 대한민국 노동자가 아니다. 그 단어는 오직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는 좁은 의미로만 통용된다. 민주노총의 주장대로라면 새벽의 도로를 달리는 모든 택배 트럭 기사들은 착취당하는 피해자여야 한다. 하지만 정작 쿠팡의 다른 노동조합은 "새벽배송이 중단되면 주간 배송이 과밀화되고, 물류센터와 간선기사 등 수많은 동료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더 높은 야간 수당을 받기 위해, 혹은 주간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기 위해 새벽 근무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수많은 노동자의 목소리는 그들의 구호 속에서 깨끗이 지워진다. 이는 연대가 아닌 명백한 폭력이며, 동료 노동자의 노동 선택권마저 짓밟는 기득권의 횡포다.
둘째, 그들은 '건강권'과 '생명권'을 논할 도덕적 자격을 스스로 걷어찼다. 불과 얼마 전, 포스코 건설 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죄는 민주노총 소속이 아니라는 것, 단 하나였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그를 '왕따'시키고 지게차로 위협하는 등 조직적인 괴롭힘으로 죽음의 벼랑 끝까지 밀어붙였다. 자신들의 울타리 밖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 노동자의 생명을 파괴하는 데 일조한 조직이, 이제 와 카메라 앞에서 누구의 건강을 걱정하는가. 이보다 더 지독한 위선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셋째, 이 주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노동자의 건강이 아닌, 정치적 영향력의 과시다. 여기에 방점을 찍는 것이 바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간첩단 사건이다. 북한의 지령을 받아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간부들이 속해 있던 조직.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위협하는 활동에 연루된 조직이, 그 체제 위에서 작동하는 유통 시스템을 마비시키려 하는 것은 자기부정의 극치다. 이 모든 오만함의 배경에는 이재명 정부의 노골적인 '민노총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의 자리에 전 민노총 위원장을 앉힌 순간,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부라는 든든한 뒷배를 믿고, 그들은 이제 거리낌 없이 사회를 향해 자신들의 요구를 청구서처럼 내민다. 간첩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도, 동료를 죽음으로 내몬 조직적 괴롭힘에 대한 반성도 없다. 그저 더 큰 목소리로 새로운 투쟁을 외칠 뿐이다.
민주노총의 새벽배송 반대는 21세기에 재현된 '러다이트 운동'과 같다. 그들은 '새벽배송'이라는 혁신이 만들어 낸 새로운 산업 지형 속에서 자신들의 낡은 투쟁 방식이 설 자리를 잃을까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 시대의 흐름은 거대 조직의 억지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싸움의 본질은 '노동권 대 편의'라는 안일한 프레임이 아니다. 이것은 스스로의 논리를 배반하고 동료의 죽음에 침묵하는 위선과 국가의 정체성마저 부정한 조직이, 과연 이 사회의 미래를 논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시민들의 심판을 기다리고있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또 목숨 타령하며 막상 택배기사 분들 의견은 깡그리 무시하고 있더라구요
생각보다 반발이 심해서 당황한 듯요
회사 망가뜨려 카톡처럼 중국에 상납하고 싶어 난리인 듯
노조가 도덕적 만족감을 느끼려고 돈 더 벌겠다는 사람들의 권리까지 침해하려 함
"이 싸움의 본질은 '노동권 대 편의'라는 안일한 프레임이 아니다. 이것은 스스로의 논리를 배반하고 동료의 죽음에 침묵하는 위선과 국가의 정체성마저 부정한 조직이, 과연 이 사회의 미래를 논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시민들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민노총때문에 노동자가 죽어나갈 판
드론. 로봇주 사라고 민노총이 말하네. 지들 맘대로 없애면 다른 대책이 없냐
지들이 사람 죽이는 건 무슨 위대한 과업을 이루기 위한 희생으로 아는지
민노총 보면 한심함. 새벽 배송을 폐지하면 노동이 나아지나. 우매하고 하나 밖에 모르는 집단.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 있나. 이건 노동자가 죽었으니 회사를 폐업하겠다는 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