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2일, 한국 유통 시장에 큰 영향을 줄 두 가지 일이 같은 날 일어났다.
첫째는 중국 거대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가 '알리프레시(AliFresh)'라는 신선식품 배송을 시작하며 쿠팡의 주력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둘째는 민노총 소속 택배노조가 정부와 여당이 모인 자리에서 쿠팡의 가장 큰 무기인 '밤 12시~새벽 5시 새벽배송'을 아예 금지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노동자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이 주장이 나오자마자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정작 배송 현장의 '쿠팡 노동조합'(민노총과는 다른 노조)은 "왜 민노총이 우리 일자리를 뺏으려 하느냐"며 바로 반대하고 나섰다.
반대로,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배송을 맡은 CJ대한통운은 오히려 '주 7일 배송'을 전국으로 넓히며 사업을 키우고 있다.
민노총이 유독 쿠팡만 집요하게 공격하는 것이, 의도했든 안 했든, 한국 시장에 막 들어온 거대 중국 기업 알리가 자리 잡는 것을 도와주는 셈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둘이 싸우는데 민노총이 심판질을 이상하게 한다? (그래픽 - 가피우스 생성)
민노총 택배노조가 10월 22일 모임에서 내세운 명분은 '노동자 건강'이었다. "밤새 일하는 것은 몸의 리듬을 망가뜨린다"며 "잠을 못 자고, 심장병 같은 심각한 건강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배송을 막고, 대신 '새벽 5시 출근팀'이 급한 배송을 맡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현장 노동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가장 먼저 민노총 소속이 아닌 '쿠팡 노동조합'이 반대했다. 쿠팡 노조는 10월 30일 "국회와 정부가 한쪽 말만 듣고 새벽배송을 금지해선 안 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새벽배송은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이자 쿠팡의 가장 중요한 힘"이라며 "새벽배송을 막는 것은 택배 산업 전체를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쿠팡 노조는 민노총의 주장이 되레 다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지적했다. 밤 배송이 막히면 배송기사뿐 아니라, 밤새 물건을 준비하던 물류센터 직원과 트럭 운전기사들의 일자리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노동자 간의 갈등'은 민노총 택배노조에 가입한 기사가 많지 않아 더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택배기사 10만 명 중 민노총 소속은 10%도 안 된다.
특히 민노총 쿠팡지회 소속 기사는 100~200명 정도로 매우 적다. 반대로, CJ대한통운이나 한진 기사 6천여 명이 속한 다른 연합은 "새벽엔 차도 안 막히고 일이 편해서 오히려 더 좋다"며 민노총의 주장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힘이 약한 민노총이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설득하는 대신, 정부와 정치인(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하는 모임에 나간 것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장 직원들의 동의도 없이, '법'이나 '규제' 같은 정치적인 힘으로 쿠팡의 사업 방식을 직접 공격하려 한다는 것이다.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과 작은 가게 사장님들도 크게 반발했다. 민노총 홈페이지에는 "왜 당신들 마음대로 새벽배송을 없애려 하냐"는 항의 글이 쏟아졌다. 하지만 민노총은 "게시판 성격에 안 맞는다"며 이 글들을 바로 지워버려 논란이 됐다. 쇼핑 협회와 중소상공인 단체들도 목소리를 냈다. "새벽배송은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이고, 농어민과 소상공인에게는 중요한 판매 방법"이라며 "이걸 막으면 서민 경제가 무너지고 영세 자영업자들은 먹고살기 힘들어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2025년 10월 야심차게 론칭한 알리프레시
민노총이 쿠팡의 새벽배송을 '나쁜 것'이라며 공격하던 10월 22일, 알리익스프레스는 조용히 '알리프레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지적됐듯이, 알리프레시는 단순히 중국 물건을 파는 게 아니다. 알리 안의 한국 매장 'K-베뉴(K-venue)'를 이용한 '한국-to-한국' 사업이다. K-베뉴는 CJ 비비고, 농심, 오뚜기 같은 한국 회사들이 직접 들어와 한국 사람들에게 물건을 파는 곳이다. 이곳은 2025년 7월 기준으로 작년보다 매출이 290%나 오를 정도로 엄청나게 크고 있다.
알리프레시는 한발 더 나아가, 한국 농산물이나 고기 같은 신선식품을 한국 물류망을 이용해 한국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이는 수조 원을 들여 직접 냉장 배송 시스템('로켓프레시')을 만든 쿠팡과 정면으로 싸우겠다는 뜻이다.
이 싸움에서 알리는 직접 물류망을 만드는 대신 '다른 회사와 손잡기'를 택했다. 알리 K-베뉴의 배송은 한국 1위 택배사인 CJ대한통운이 거의 다 맡아서 하고 있다. 알리는 자회사를 통해 CJ대한통운과 파트너를 맺고, 한국 배송 물량의 절반 이상을 맡기고 있다.
알리프레시도 마찬가지다. 알리프레시 물건들은 CJ대한통운이 다른 물건들과 '합배송'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이 엄청난 돈을 들여 직접 물류센터를 짓고 새벽배송을 하는 동안, 알리는 이미 다 갖춰진 1등 택배사 CJ대한통운을 이용해 아무런 위험 부담 없이 쿠팡의 핵심 시장에 들어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노총이 쿠팡의 배송(새벽배송)만 딱 찍어서 '법으로 막으려' 하는 것은, 결국 알리에게 좋은 일만 시켜주는 셈이다. 알리는 CJ라는 길을 통해, 경쟁자인 쿠팡은 발이 묶인 틈을 타 시장을 뺏어올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민노총이 '모든 노동자'가 아니라 '쿠팡'만 공격한다는 의심은, 민노총이 스스로 보여준 '오락가락'한 모습에서 가장 확실하게 드러난다.
첫 번째는 산업재해를 대하는 '이중잣대'다.
2025년 10월 초, 대구에서 쿠팡 배송을 하던 40대 기사가 뇌출혈로 숨졌다. 숨진 기사에게 '고혈압'이 있었다는 게 확인됐지만, 민노총 택배노조는 바로 "가방 청소 같은 숨겨진 일이 많았다"며 "이건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병으로 숨진 것'이니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 달라고 했지만, 민노총은 "고혈압이 아니라 과로가 원인"이라고 계속 주장하며 공격했다.
하지만 불과 석 달 전인 2025년 7월, CJ대한통운으로 보이는 C택배사 기사 3명이 연달아 숨졌을 때 민노총의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민노총은 "확인해 보니 세 사람 모두 당뇨와 고지혈증이 있었다"고 잘라 말하며, 이들이 '원래 있던 병'과 '날씨(더위)' 때문에 숨졌다고 했다. 쿠팡 기사의 '고혈압'이나 CJ 기사의 '당뇨'나 모두 심장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도, 민노총은 쿠팡 기사만 '원래 있던 병'은 무시하고 '과로사'라고 주장한 것이다.
더 확실한 사례는 10월 15일에 일어난 CJ대한통운 사망 사고다.
알리프레시가 나오고 민노총이 쿠팡 새벽배송을 금지하자고 말하기 딱 일주일 전이다.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70대 노동자가 후진하는 트럭에 끼어 숨지는 큰 사고가 있었다. 이건 '병'이 아니라 확실한 '사고'인데도, 민노총은 이 일에 대해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없이 '침묵'하고 있다.
만약 민노총이 정말 '노동자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쿠팡 기사의 '과로(병)' 문제만큼이나 알리의 파트너인 CJ대한통운의 '사고(사망)'도 똑같이 비판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민노총은 CJ의 큰 사고에는 조용히 있다가, 정확히 7일 뒤 쿠팡의 '새벽배송'만 문제 삼았다. 이렇게 '골라서 침묵'하는 모습은 민노총이 내세운 명분을 무너뜨린다.
민노총의 '이중잣대'는 사업 방식을 비판할 때도 똑같이 보인다. 민노총의 주장대로라면, 노동자가 쉴 수 있게 일의 강도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쿠팡의 '새벽배송'만 공격할 뿐, 알리의 파트너(CJ)가 일을 더 힘들게 만드는 정책은 못 본 척하고 있다.
민노총이 쿠팡의 새벽배송은 '과로를 부른다'며 '막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바로 지금,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을 업계 표준처럼 만들며 밀어붙이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주말에도 배송하는 지역을 전국 134개 읍·면까지 넓혔다. 이것이야말로 노동자들의 주말을 없애고 일을 더 힘들게 만드는 정책이다.
재미있는 점은 민노총이 '주 7일 배송' 자체를 반대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한진택배가 주 7일 배송을 하려 할 때, 민노총은 "우리와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한다"며 '전면 거부'를 외치며 싸웠다.
하지만 알리와 손잡고 한국 물동량 1위를 차지한 CJ대한통운이 '주 7일 배송'을 확대하는 것에는 조용하다. 쿠팡의 '새벽배송'을 공격했던 것 같은 모습이나, 정부에 '법으로 막아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새벽배송'은 노동자 건강에 나쁘니 막아야 하고, '주 7일 배송'은 괜찮다는 뜻인가? 이 앞뒤가 안 맞는 모습은 민노총이 '노동자 권리'라는 하나의 기준이 아니라, '쿠팡'이라는 특정 목표물을 정해놓고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민노총의 '쿠팡 공격'은 현장의 많은 노동자들(쿠팡 노조, 다른 택배기사 연합)이 반대하는데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 공격은 정확히 쿠팡의 손발을 묶어버리고, 알리프레시에게는 '경쟁사가 알아서 무너지는' 최고의 이익을 선물하고 있다. 민노총의 이 이상한 싸움이 한국 노동자의 건강이 아니라, '중국 쇼핑몰'이 한국 시장을 차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1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민노총 진짜 너무 속보이네요 이중잣대
노동자의 건강은 핑계고,쿠팡을 죽이고 cj와 손잡은 알리를 키우겠다는 거네. 어쩐지 몇 년 전부터 대형커뮤에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가 엄청 나돌았는데 그때부터 밀밥을 깔아 둔 거였군
궁금한 부분이었어요 쿠팡만 저런가 쿠팡만 시설이 안 좋은가 쿠팡이 특히 안전에 신경을 덜 쓰는가 제가 가봤을 때는 아니어서요
또 쿠팡만 특히 산재가 많은가 궁금했었는데 언론엔 잘 안 나오고 찾아보니 오히려 책임을 지는 시스템은 쿠팡이 다른데보단 낫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때부터 다른 의도가 있나 싶었죠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미약하나마 원고료 보냅니다.
민노총은 대체 어느 나라, 누구를 위해 일하는 집단일까요?
민노총을 극협한다.
민노총도 공산당
민노총은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는 다 없애버리고 싶나봐요.
국민이 외면하는 민주노총 존재 이유가 있나. 지들끼리 지랄하는거잖아. 지금 하는게 간첩질과 다른가
민노총은 간첩당. 민주당과 아재명의 개. 짖으라면 짖고 물으라면 무는 충실한 개. 4천억으로 너희만을 위한 화사를 안 차리는 이유가 뭐야
어떤 시대를 사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주7일 노동을 죄악시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디서 괜찮다 어디는 아니다
결국은 다 돈인데 민노총과 민주당 정권은 중국 돈 맛 보더니 눈에 뵈는 게 없는 것 같다
지금시대에 민노총의 존재 이유가 있을까요?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조직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