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
자신의 나약함이나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허세를 부리거나, 문제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고, 이성적인 대화 대신 감정적으로 떼쓰고, 비겁하게 권위에 기대는 미성숙한 사람.
요즘 뉴스를 보노라면 이 나라에 ‘천하제일 하남자 대회’가 열린 것인가 싶다. 총장대행, 장관, 수석, 그리고 최고 권력자까지, ‘대장동 항소 포기 건’ 하나를 두고 누가누가 더 비겁한지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허세를 부리고, 책임을 회피하고, 권력 뒤로 숨는 이들. 지금 국민이 정치에서 보고 있는 것은 모든 면에서 미성숙한 ‘하남자들’이다.

‘인간’ 노만석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이 가져온 후폭풍은 엄청났다. 국정지지율을 대폭 깎아먹었고 한동안 현정부를 지지하던 보수인사들이 등돌리게 만들었다. 여당 성향 방송패널들조차 이 건 만큼은 대놓고 ‘쉴드’ 를 못 치는 상황이다. 한 여당 패널은 “관세협상, 김현지 사태 때도 난감했는데 이번 건은 너무 노골적으로 저지른 무리수라 대응하기가 더 어렵다.” 고 전했다. 항소포기에 대한 국민 여론 또한 적절 29%, 부적절 48%로 크게 갈린다.(한국갤럽, 11~13일 전국 1003명 대상 조사)
민심이 이런데도 이 중대한 사안의 책임을 지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인사는 단 한 명도 없다. 항소 포기 결정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 묻는 기자 질문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법무부 의견을 참고한 후 중앙지검장과의 협의 아래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항의차 찾아온 평검사들 앞에서는 ‘나도 힘들었다’ 며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으로 놀랍고 또 딱하다. 조직장으로서 외풍의 막지도, 직을 걸고 결단하지도 못한 채 스스로 조직(법무부, 중앙지검)이라는 익명성 뒤에 숨어드는 비겁함. 한참 젊은 후배들 앞에서 본인 감정을 앞세우는 나약함. 아무리 ’대행’이라고는 하지만 검찰총장이라는 직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 아닌가. 그는 ‘검사 아닌 인간 노만석으로 살고싶다’ 고 말했다. 그는 법조인의 원칙도, 조직도 지키지 못했지만 사퇴함으로서 ‘인간 노만석’ 으로 살고싶다던 바램만은 이뤘다.
‘신중’하게 낯뜨거운
법무부는 항소 포기의 이유를 행정 효율화 프레임으로 포장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월 국무회의에서 '기계적 항소' 관행을 언급하며 "국민에게 잔인한 고통을 준다"며 개선을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지적이 일리가 있다 하더라도 검찰과 법무부가 ‘기계적 항소 자제’ 의 첫 사례를 사실상 ‘대통령 사건’인 대장동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너무 낯뜨겁지 않은가.
이 사태의 (표면적) 정점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논리는 실로 대담하다. 그는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되었으니 항소를 포기해도 문제없다”는 놀라운 주장을 하며, 7,000억 원대 범죄 수익 환수에 대해서도 "민사소송에서 받을 수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는 법리적 정의를 깡그리 무시하고 아닌 단순한 '재판 비용-효율'의 논리로 심각한 불의를 봉합하려는 무리수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정장관이 검찰에 '신중하게 검토하라’고만 했을 뿐 외압은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하남자 정치’의 정수인 ‘책임 회피’의 기술이다. 장관의 한 마디가 무엇인가, 아무리 에둘러 말한다 해도 상명하복 조직에서 장관의 발언은 헛기침 조차도 권력의 의중이고 ‘오더’ 로 받아들여지지 않는가. 정성호 장관은 '나는 명령하지 않았다'는 알리바이를 확보하면서, 가장 비겁한 방식으로 검찰에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민망한 ‘교수 티’
이러한 사회지도층의 하남자 행보에 ‘학계’가 빠질 수 없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교수 티 안 내려 했는데’ 라고 운을 떼며 대장동 부당이득 추징이 ‘애초에 불가’ 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직 교수’ 의 주장은 곧장 법조계의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중앙일보가 인용한 한 부장판사는 “부패재산몰수법의 취지 자체가 피해액을 형사 절차에서 간명하게 산출해서 추징한다는 것인데, 민사로 해결해야 한다면 해당 법이 있을 이유도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엄연히 관련 법이 있고, 검찰이 할 수 있는 일을 성남시가 굳이 민사로 해결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항소 포기 사태에 가장 활발히 발언하는 야권 인사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판결문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형사사건 결과가 확정된 뒤 민사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데, 이 경우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일축하며 조 전 대표에게 토론을 제안했다. 조 전 대표는 변호사인 당 대변인의 말을 인용하며 “정 토론하고 싶다면 당대표도, 국회의원도 아닌 저와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답했다. 자기 이름을 딴 정당의 주인이나 다름 없는 이가, 결정적인 순간에 대리인을 내세워 회피하는 모습 또한 하남자의 전형 아닌가.
권력? 공직? 하찮고 하찮다
우상호 정무수석도 한술 거들었다. 그는 항소포기와 추징 포기에 대한 비판에 대해 짐짓 억울하다는 투로 "우리는 김만배, 남욱이 패가망신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체 ‘우리’ 는 누구이며 ‘패가망신하길 바란다’ 는 ‘희망사항’은 무슨 소용인가. 국가기관의 법적 책무를 '개인의 감정적 바람'으로 대체하는 그의 발언이야말로 용산과 여권의 입장이 얼마나 궁색한지를 드러낸다. 민간사업자가 수천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한 검찰의 항소와 국가의 추징, 마땅히 해야 할 법적 수단을 다 포기하게 해 놓고 그저 특정인에 대해 ‘망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행동할 의무를 가진 권력자가 스스로의 무책임함과 비겁함을 만천하에 고백한 것과 다름없다.
과거 야당이었을 때 이들이 어떠했던가. 무수한 윤석열 정부 관련 사건들, 채상병 사건과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등에 대해 '단 1%의 의혹도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 ‘특검을 도입하자’ 고 목소리를 높이며 줄탄핵을 했던 이들이, 입장이 바뀐 후에는 정확히 반대로 돌변해 덮기에 급급하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국회 5분 발언과 방송에 대거 출연해 아예 ‘대장동이 대통령이랑 무슨 상관이냐’ 며 핏대를 세우고 있다. 그들은 이제 입법을 통해 대통령 관련한 모든 형사적 혐의를 없애려고까지 한다. 법과 국가기관을 개인 맞춤형 면책수단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국민이 선거로 부여한 ‘입법권’이 그러라고 있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검찰총장, 장관, 수석, ‘야당’ 의 전 대표와 대통령. 도망다니고, 책임을 전가하고, 대리인을 내세우고, 어딘가로 열심히 숨어드는 대한민국의 하남자들. 그들은 너무나 흠이 많고 하찮은 나머지, 그들의 방패인 권력 그 자체마저 하찮은 것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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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진짜 정치인
진짜 상남자
사람다운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목마르게 그리운 시절입니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 미약하나마 원고료 보냅니다.
이글이 널리널리 퍼져 인간을 이롭게하라~~이지경 인대도 부적절하다는게 48프로 밖에 안나온다는게..기사 감감사합니다.
기사 감사합니다
하남자 전성시대라고 할만하다는
잘 읽었습니다. 통탄할 일입니다. 공적 마인드가 사라졌어요.
잘 읽었습니다. 통탄할 일입니다. 공적 마인드가 사라졌어요.
하*오브더*하 남자들 누구를 1위로 해야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