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TN 민주당 압박에 '항소없는 밤' 삭제
- 과거 보수정권 하에서 일어났던 '돌발영상' 삭제사건과 판박이
- 민주당과 진보가 원했던 것은 언론 자유였을까 '우리 편'이었을까
어떤 기억은 풍경으로 남는다. 십수 년 전, 나는 없는 형편에 현금 서비스를 받았다. 그 돈을 흰 봉투에 넣어, 친구네 빵집에서 산 케이크 상자 밑바닥에 몰래 숨겼다. 그리고 '뉴스타파' 사무실 한구석에 두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들의 사무실을 기억한다. 번쩍이는 전광판이나 값비싼 스크린 대신, 그들은 '빌딩 창문'을 스튜디오 배경으로 썼다. 창밖으로 보이는 회색 도시의 풍경은 CG가 아닌 그들의 진짜 배경이었다. 그것은 가난했지만 정직한 선언처럼 보였다. 권력의 화려함을 흉내 내지 않고, 도시의 맨얼굴을 증언하겠다는.
그 시절, 나는 YTN에서 쫓겨난 노종면 기자를 '국민TV'에서 잠시 보았다. 그는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사장'에 맞서 싸우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었다. 그의 눈빛, 그의 헌신은 언론 자유라는, 지금은 낡은 LP판처럼 되어버린 단어를 위한 순교자의 눈동자 같았다. 그와 뉴스타파는 같은 종류의 저항이었다.
그래서 그 케이크는, 그 현금 서비스는, 나의 연대이자 기도였다.
민주당이 '국기문란' 압박에 YTN에서 삭제된 '항소없는 밤' (주진우 이슈해설 갈무리)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2025년 11월, 나는 서글픔을 느낀다.
YTN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항소 없는 밤'이라는 풍자 영상을 인용 보도했다. 그러자 집권한 더불어민주당은 YTN을 향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YTN은, 2008년에도, 2024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권력의 질책 앞에 굴복해 그 영상을 삭제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비극적인 희극이지만,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다른 이름이었다. 노종면. 이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된 그다.
그는 자신의 옛 직장, 동료들이 피 흘리며 지켰던 그 YTN을 향해 "저질 영상", "YTN 역시 공범"이라고 말했다. 그가 휘두른 칼은 '국기문란'이라는, 서슬 퍼런 네 글자였다.
'국기문란'
불과 1년 전, 윤석열 정부와 김백 사장 체제의 YTN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비판이 담긴 '돌발영상'을 불방시켰을 때, 또 윤 대통령의 '소주병' 발언을 풍자한 돌발영상을 방송 하루 만에 삭제했을 때, YTN 노조와 진보 진영은 그것을 "권력의 외압"이자 "검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옳았다. 그것은 명백한 언론탄압이었다.
그렇다면 2025년의 '항소 없는 밤' 삭제는 무엇인가? '소주병 풍자'는 언론 자유의 영역이고, '항소 없는 밤 풍자'는 국기문란인가? 풍자의 내용을 정권이 심사하겠다는 것인가? 민주당이 스스로 발의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조차 '풍자'는 예외로 둔다고 하지 않았는가.
결국 그들이 지키려 한 것은 '언론 자유'라는 원칙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유리한 보도'라는 결과였던가.
힘없는 자의 방패는 힘 있는 자의 칼이 된다. 노종면은 그가 9년간의 해직 생활 동안 맞서 싸웠던 그 '압력' 자체가 되었다. 이동관이 YTN에 전화를 걸어 '돌발영상'을 내리게 했던 2008년의 그 풍경과, 노종면이 YTN을 '공범'이라 부르며 '국기문란'을 외치는 2025년의 풍경은, 권력이라는 거울 앞에서 정확히 포개어진다.
나의 서글픔은 뉴스타파가 권력 앞에 무력해졌다는 사실에서 오지 않는다. 나의 서글픔은, 그 빌딩 창문을 배경으로 세상을 고발하던 그들이, 이제는 권력의 창문 안에서 바깥의 풍자를 '국기문란'이라 재단하는 것을 보는 데서 온다.
내가 그때 준비했던 케이크는 이제 어디로 갔을까. 그것은 아마도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르고, 가장 씁쓸한 교훈을 샀던 나의 순진함이었을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변한다. 특히 권력을 쥔 자들의 언어는, 너무나 빠르고 너무나 완벽하게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