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명장의 조언, 어떤 사람들은 3루에서 태어나 3루타를 쳤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 김남훈 기자
  • 등록 2024-09-17 08:02:34
  • 수정 2024-11-24 10:02:54

  • 미식 축구의 전설 베리 레인 스위처 감독
  • 어떤 사람들은 3루에서 태어나 3루타를 쳤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 특권과 능력을 구별하는 자기 객관화가 있어서 실력을 키울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3루에서 태어나 3루타를 쳤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배리 레인 스위처(Barry Layne Switzer, 1937-)는 미국 미식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감독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대학 풋볼과 프로 풋볼에서 모두 최고의 성과를 이뤄낸 몇 안 되는 감독 중 한 명인 그는, 오클라호마 대학교 미식축구 팀을 이끌며 1973년부터 1988년까지 3번의 전국 챔피언십과 12번의 컨퍼런스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의 지도력과 전략은 대학 풋볼에서 전설로 남을 만한 기록적인 승률을 남겼다. 오클라호마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스위처는 1994년부터 1997년까지 NFL의 댈러스 카우보이스를 지휘하게 되는데, 1995년 시즌에 팀을 슈퍼볼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는 NCAA(대학 풋볼)와 NFL(프로 풋볼)에서 모두 우승을 거머쥔 세 명의 감독 중 한 명으로, 이는 그가 가진 탁월한 지도력과 전략적 능력을 입증하는 성과였다.


명장 베리 스위처(사진=오클라호마 역사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스위처의 성공은 단순한 승리의 기록으로만 정의될 수 없다. 그의 인생은 어린 시절 가난과 역경을 겪으며 자라난 경험을 통해 형성되었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 즉 *자기 객관화*를 통해 자신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스위처는 자신의 성공이 결코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는 자신의 입지를 겸손하게 바라보며, 다른 이들에게도 삶의 본질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가 남긴 말, *어떤 사람들은 3루에서 태어나 3루타를 쳤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Some people are born on third base and go through life thinking they hit a triple.)*는 그의 자기 객관화 능력을 잘 보여준다. 이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특권을 누리는 이들이 자신의 성공이 전적으로 자신의 노력 때문이라고 믿는 것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누군가는 출발선에조차 설 수 없는 반면, 누군가는 이미 목적지에 가까운 위치에서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3루에서 태어난 이들은 그들의 특권을 당연시하며, 자신의 위치를 '노력의 결과'로 포장하곤 한다. 스위처는 이런 태도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자신이 이루어낸 성과 뒤에 존재하는 수많은 요소들—가족, 사회적 지원, 선천적 재능 등을—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이러한 특권이 자신의 노력과 겹쳐져야만 진정한 성공이 완성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스위처는 자신이 지도한 선수들에게 노력과 겸손의 가치를 가르쳤다. 그는 선수들이 자신의 위치를 과대평가하거나, 자신의 성공을 전적으로 개인의 힘으로 돌리는 것을 경계했다. 그 대신 자신이 받은 도움과 사회적 특권을 인지하는 자기 객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회적 불평등과 특권에 대한 성찰을 일깨워 주며, 성공한 이들이 사회에 대한 책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스위처는 성공을 누리면서도 자신의 출신과 배경을 잊지 않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큰 책임감과 사회적 의무를 느낀 인물로 기억된다. 


그는 겸손한 자기 객관화를 통해 개인의 노력과 사회적 배경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통찰력을 보여줬다. 이는 단순히 스포츠계에서의 성공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강조한다. 스위처의 이러한 철학은 그를 단순한 스포츠 감독이 아닌, 인생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사상가로 만들어 준다. 


사회가 더 공정하고 포용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각자가 자기 객관화를 통해 자신의 특권을 인정하고, 그것에 따른 책임감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그는 우리에게 남긴 것이다.


프로필이미지

김남훈 기자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newrumi2024-09-17 22:28:47

    자기객관화라는 게 정말 어려운 덕목인것 같아요.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분석] 론스타 4천억 승소 역겨운 광팔이 민주당... 3년 전에는? 2025년 11월 19일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
  2. 썩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의 차이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오묘한 냄새가 난다. 개중에는 잘 마르고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 하면, 물기를 머금은 채 질척하게 썩어가는 쿰쿰한 악취도 있다. 인간의 나이 듦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는 전혀 다른 화학 작용을 일.
  3. 민주당 '유동규 녹취록 속 대통령은 '윤석열'? 백광현 되치기 기자회견 17일 오전 백광현 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와 남욱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재명' 이름이 언급되어 있어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후속편으로,  (2023년 봄 녹음)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피고인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록에서 ...
  4.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5. 대통령의 '무지(無知)'가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다. 적대국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내뱉는 안보 관련 발언은 천금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해외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인식은 가벼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는 50년간 대북 심리전의 핵심이었던 대북 방송을 "바보짓...
  6.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대장동 항소 포기와 사법 시스템 붕괴 비판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이 19일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를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를 도와준 국가 주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
  7. 탱크만 없는 계엄령, 그 거대한 수용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
  8. YTN의 ‘자발적 복종’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
  9. 프랑켄코리아 (Franken-Korea) 정치라는 무대 위에는 때때로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것.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정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창의성 없는 방식으로, 역대 정권들이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와 가장 추악했던 .
  10. 국민연금 손대려는 정권, 그래놓고 청년더러 "속았다" 하는가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붐비는 객차 안,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고개를 끄덕이는 4050 중년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의 작은 화면 속에서는 어김없이 '그'가 등장한다. 더부룩한 수염에 특유의 건들거리는 말투, 김어준 씨다.그 화면 속에서 김어준 씨와 패널들은 혀를 차며 말...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