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분석] 박검사 탄핵청문회는 이재명 대북송금 재판의 연습게임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4-10-04 18:36:34
  • 수정 2024-10-11 08:34:49

민주당이 대북송금 리스크를 피하려 최선을 다해 밀고 있는 '주가조작설' (이미지 = 가피우스)

박검사 탄핵청문회는 이재명 대북송금 재판의 연습게임


2일 법사위의 박상용 검사 탄핵 청문회는 주진우 의원의 '김형태 - 이화영'녹음 파일 재생 외에는 별 중요한 장면이 없었다.

다만, 그날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들고온 PPT들과 발언을 보면 향후 펼쳐질 '이재명 대북송금 재판'의 전략을 모두 엿볼 수 있다. 


그날 청문회 핵심 쟁점인 '음식고문설'을 제외하면 쌍방울 주가조작설이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다.



증인 김현철 변호사에게 질의하는 장경태 의원 (사진=MBC유튜브 캡쳐)


민주당 입장에서 대북송금 관련 '나노스 주가조작설'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화영도 이재명도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대북송금'은 '자신들의 이익인 주가조작'을 위해 '자발적으로' 벌인 일이며 그 과정에 대해서는 이화영도 이재명도 모른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그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해 박상용 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주가조작의 규모와 국정원 문건 등을 자주 등장시킨 것이다.



국정원 말로는 주가조작이 있었다는데?


2023년 6월 20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공판에서 비공개로 국정원 요원 김모씨가 증인신문에서 국정원 요원인 '안부수'와의 관계를 끊은 계기를 '안부수가 북한을 방문하는데 임의로 쌍방울 김성태 회장을 끌어들이는 바람에 보안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 증언을 했다. 


구체적 증언내용은 "그리고 쌍방울인지 나노스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거기에서 대북 사업의 계획을 발표했을 겁니다. 그래서 주가가 실제로 뛰었고요...대북 사업가인 안부수 회장이 앞에서 끌고 있는 것을 내세워서 주가를 부양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판단도 했고요. 그렇다는 얘기를 제가 들은 바도 있어서 이 표현을 그대로 쓴 겁니다"이었다.


당시 국정원문건의 정확한 워딩을 옮기면 '주가조작 가능성', '주가조작 공모정황'과 '주가부양'이었다. 

물론 이를 최초 보도했던 뉴스타파와 민주당은 이를 혼용하거나 '주가조작'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주가조작이 있었다는 건가, 없었다는 건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의외로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주가조작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2일 박검사 탄핵 청문회에서도 이화영과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이 주가조작을 방향으로 수사했으나 대북송금으로 수사방향을 틀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것은 사실이다. 검찰은 안부수와 쌍방울의 주가조작을 충분히 다루었고, 주가조작 여부를 전문분석기관인 증권선물위원회에 판단 의뢰했다.

결과는 '시세조종이 발견되지 않았음'을 확인받았다.

그러던 중 검찰은 김성태 회장 해외 도피 중 쌍방울 직원들의 환치기 수법을 통한 대북송금과 그 목적인 스마트팜 비용 대납을 자백받은 것이다.

여기서 검찰이 어찌해야 하나? 자백까지 받은 범죄를 눈 감고 가라는 말인가?


김승원 의원이 준비한 주자조작설을 설명하는 자료화면 (사진-MBC유튜브 캡쳐)

김승원 의원이 정성껏 준비한 저 주가 그래프가 민주당의 유일한 믿을 구석이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저 그래프를 반복해 보면서 '대북송금은 쌍방울 주가조작용'이라 굳세게 믿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 판단도 아니고 증권선물위원회의 판단을 어쩌라는 말인가.

또한 호재를 적극 홍보해 (그것을 쌍방울은 N프로젝트라 부른다) 주식을 올리는 것은 대한민국 모든 기업이 하는 일이다. 이것을 우리는 '주가부양'이라 부른다.



이화영과 이재명의 유일한 믿을 구석, 국정원 보고서 


이화영도 이재명도,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도 '어쨌든 국정원 보고서에서 주가조작(가능성) 이라잖아!'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이 말은 '국정원 보고서'는 신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정원 보고서에는 북한 김성혜가 안부수에게 스마트팜 비용을 달라고 졸라대는 내용도 들어있다.


김성혜가 스마트팜 비용을 내달라 안부수에게 닥달했다는 내용의 국정원문건 (사진:뉴스타파 홈페이지 캡쳐)

사실 대북송금이 스마트팜 비용 대납의 성격이냐, 주가조작을 위한 자금이냐, 혹은 대북사업 합의서에 따른 내용이냐를 '택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화영에게 9년 여를 구형한 대북송금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스마트팜 비용 대납'이며, 이왕 대북사업 합의까지 한 차에 이를 통해 주가부양도 하고 돈 벌면 나누자는 것은 북측과 쌍방울의 '부수적인 사업'이었던 것으로 보이고(주가조작은 미수에 그침), 대북사업 합의서는 쌍방울 측 주장을 보면 '스마트팜 비용 대납'이라 쓸 수 없으니 합의서에 '가라'로 쓴 내용이라 보는 것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일 것이다. 


나노스 주가 조작으로 대체 얼마를 벌겠다고 북한을 오가는 온갖 리스크를 지고 북에 500만불을 건네는 하는 정신나간 주가조작범들이 있겠나. (심지어 추가로 이재명 거마비까지 300을 더 넣고)

눈을 들어 '도이치모터스'를 보라. 그깟 수고 하지 않고도 통정거래 만으로 주가조작을 하지 않나. 

제발 상식의 눈으로 보았으면 한다. 



사실은 주가조작설이나 국정원 문건은 중요하지도 않아!


좀 허탈한 이야기지만,  이화영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1심 재판부는 전언이나 전언의 전언에 불과한 국정원 문건을 주요한 증거로 보지도 않았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로부터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 스마트팜 비용 대납을 보고했다고 들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진술을 유죄 증거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전 회장은) 경기지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향후 대북사업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납의 유인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전격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북한에서도 신뢰할 만한 지원이 있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믿음의 근거는 이 전 부지사의 부탁으로 경기도의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함으로써 경기도가 지원할 것으로 신뢰했다는 것 외에는 다른 사유를 상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스마트팜 비용 대납에 대해 이 지사에게 보고했냐’고 물어봤을 때, 이 전 부지사가 ‘당연히 그쪽에 말씀드렸다’는 취지로 반복해 진술한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뭔가 음습하고 있어보이는 '국정원문건'보다는 전체 증거, 진술의 개연성을 더 중시하는 것이다. 검찰 역시 '이재명에게 대북송금을 보고했다'는 이화영의 오락가락 진술을 '이재명 대북송금 공소장'에 넣지도 않았다. 물증은 차고 넘친다는 자신감 때문이라 한다.


민주당이 청문회에서 아무리 '유튜브각'을 노리며 그럴듯하게 지지자들을 속여봐야 법원의 판단은 상식을 따른다. 

TAG

프로필이미지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4-10-05 08:07:16

    오늘도 심혈관을 정말 정성스럽게 기울인 기사 잘 보았습니다.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4-10-04 20:42:14

    끝이 보인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angel_10042024-10-04 19:57:47

    "법원은 뭔가 음습하고 있어보이는 '국정원문건'보다는 전체 증거, 진술의 개연성을 더 중시하는 것이다. 검찰 역시 '이재명에게 대북송금을 보고했다'는 이화영의 오락가락 진술을 '이재명 대북송금 공소장'에 넣지도 않았다."

  • 프로필이미지
    alsquf242024-10-04 19:42:41

    국정원 발(?) 주가조작설 vs 물증, 관련인 진술
    ** "법원의 판단은 상식을 따른다. "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분석] 론스타 4천억 승소 역겨운 광팔이 민주당... 3년 전에는? 2025년 11월 19일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
  2. 썩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의 차이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오묘한 냄새가 난다. 개중에는 잘 마르고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 하면, 물기를 머금은 채 질척하게 썩어가는 쿰쿰한 악취도 있다. 인간의 나이 듦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는 전혀 다른 화학 작용을 일.
  3. 민주당 '유동규 녹취록 속 대통령은 '윤석열'? 백광현 되치기 기자회견 17일 오전 백광현 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와 남욱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재명' 이름이 언급되어 있어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후속편으로,  (2023년 봄 녹음)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피고인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록에서 ...
  4.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5. 대통령의 '무지(無知)'가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다. 적대국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내뱉는 안보 관련 발언은 천금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해외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인식은 가벼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는 50년간 대북 심리전의 핵심이었던 대북 방송을 "바보짓...
  6. 탱크만 없는 계엄령, 그 거대한 수용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
  7.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대장동 항소 포기와 사법 시스템 붕괴 비판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이 19일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를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를 도와준 국가 주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
  8. YTN의 ‘자발적 복종’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
  9. 프랑켄코리아 (Franken-Korea) 정치라는 무대 위에는 때때로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것.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정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창의성 없는 방식으로, 역대 정권들이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와 가장 추악했던 .
  10. 국민연금 손대려는 정권, 그래놓고 청년더러 "속았다" 하는가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붐비는 객차 안,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고개를 끄덕이는 4050 중년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의 작은 화면 속에서는 어김없이 '그'가 등장한다. 더부룩한 수염에 특유의 건들거리는 말투, 김어준 씨다.그 화면 속에서 김어준 씨와 패널들은 혀를 차며 말...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