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5. 7. 22.
민생을 돕고싶은 건가, 아님 코나아이를 돕고 싶은건가?
감옥에서 쿠폰 받고, 시골에선 쓸 곳 없고...
카드 발급비 2천원 vs 타사 무료... 전국 지자체 '멘붕'.
현금 지급하면 끝날 일을... 왜 의심을 불러일으키며 특정업체를 고집하는가?
<그래픽 :박주현>
코나아이의 황금 거위와 우리의 민생
충북의 어느 작은 군청 공무원이 한숨을 쉬었다. 12만 장의 소비쿠폰을 발급해야 하는데, 한 장당 2천원씩 수수료를 내라고 한다. 계산해보니 2억4천만원이다. 다른 카드사에 문의하니 거의 공짜라고 한다.
이게 지금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현주소다.
현 정부가 내놓은 설계도는 그럴듯했다.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원에서 55만원까지 소비쿠폰을 지급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 하지만 실행 과정을 들여다보니 웃지 못할 상황들이 속속 드러났다.
먼저 서울구치소 이야기부터 해보자.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의 모든 수감자들이 이 쿠폰을 받는다. 온누리상품권 형태로 받아서 출소할 때까지 고이 간직했다가 나중에 쓴단다. 교도관이 수감자에게 "경기 활성화를 위해 쿠폰을 드립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경기 활성화가 목적인 정책에서 당장 쓸 곳도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셈이다.
지방 소도시는 더 기막하다. 연매출 30억원 이하라는 조건을 맞추는 가맹점을 찾기 어려운 곳이 태반이다. 그래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농협 하나로마트까지 사용처에 포함시키자는 논의가 나온다. 결국 살려야 할 골목상권은 뒷전이고, 이미 잘나가는 대형마트만 배불리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혹시 이게 우연일까?
이 모든 혼란의 중심에 '코나아이'라는 회사가 있다. 경기 지역화폐를 운영하는 이 업체는 카드 발급 수수료로 장당 2천원을 요구한다. 일반 카드사들이 무료이거나 500원 정도에 선불카드를 만들어주는 것과 비교하면 4배나 비싸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지자체들은 아예 지역화폐를 포기하고 선불카드로 갈아탔다. 지역경제의 구세주라던 지역화폐가 높은 수수료 때문에 외면받는 코미디가 벌어진 것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코나아이만 웃는다"고 지적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이렇다. 코나아이는 웃고, 국민은 당황하고, 정부는 손뼉을 친다.
해법은 뻔하다. 현금으로 주면 된다.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때 저소득층에게 현금을 줬더니 95.9%가 소비로 이어졌다. 발급비용도 안 들고, 사용처 고민도 없다. 하지만 정부는 '소비 진작'을 명분으로 현금 지급을 거부했다.
참 이상한 논리다. 소비를 늘리려면 현금이 가장 효과적인데, 그걸 배제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어서 특정 업체만 살찌우는 길을 택했다. 목적지로 가는 고속도로가 있는데, 굳이 산길로 돌아가면서 톨게이트 요금까지 내는 꼴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누구나 예상하지만, 또 누구도 선뜻 말을 못한다.
그렇게 민생회복이라는 그럴듯한 간판 아래서 벌어지는 일은 이렇다. 수감자는 쓸 수도 없는 쿠폰을 받고, 지방 주민들은 쓸 곳이 없어서 답답하고, 그 사이에서 코나아이 같은 업체들만 수수료를 긁어간다.
카프카의 『성』에서 주인공이 성에 들어가려 애쓰지만 결국 들어가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민생회복이라는 성문 앞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성 위에서는 누군가 태평하게 차나 마시면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을 테고.
진정한 민생회복은 복잡한 게 아니다. 쓸 곳 없는 지역엔 현금을, 당장 쓸 수 없는 사람들에겐 나중에,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 세금으로 특정 업체만 배불리는 황당한 구조부터 없애는 것. 하지만 이런 구조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박주현 기자
- [칼럼] "내 가방은 내 것이다", 명품 제국의 오만을 꺾은 상식2026. 2. 26.
- [칼럼] 육·해·공 사관학교 통합, '국방 혁신'인가 '군대 해체'인가2026. 2. 20.
- [칼럼] 궤변에 답한다, 그 '정의'는 누구를 위한 비상구인가2026. 2. 13.
- 이재명의 역사 분탕질: 박대령의 훈장 박탈 사건2025. 12. 16.
- 한은, 대출채권 담보 긴급여신 도입2025. 12. 16.
- 총구 앞 '화장' 논란과 4성 장군의 궤변2025. 12. 16.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