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5. 8. 22.
정치보복 안 한다니까 진짜인 줄 알더라
자신의 변호사들에겐 요직을 나눠주는 잔치를 끝내고,
어제는 자신을 수사했던 검사들을 숙청했다
정부가 조폭, 마피아의 행동강령을 따른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는 ‘공사(公事)’가 아니라 ‘사사(私事)’다. 그 조짐은 이미 선명했다.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필사적으로 막아온 변호사들이 국가의 핵심 요직을 꿰차는 ‘보은의 잔치’가 먼저였다. 대북송금 사건 변호인 김희수는 국가 정보의 심장부인 국정원 기조실장이 됐고, 대장동 사건 변호인 조원철은 정부의 법률을 총괄하는 법제처장이 됐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 방패막이였던 이태형 변호사는 이제 민정비서관이 되어 검찰과 사법기관을 감시하고 있다. 압권은 금융 경력이라곤 전무한 이찬진 변호사가 대한민국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된 것이다. 그의 가장 빛나는 경력은 ‘대북송금 사건 변호’였다. ‘변호사비는 임명장으로 낸다’는 시중의 비아냥이 괜한 말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렇게 ‘우리 편’에 대한 잔치가 끝나자마자, 마침내 어제 ‘적들’을 향한 숙청의 칼날이 번득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위례·성남FC 의혹을 수사했던 엄희준 부천지청장은 광주고검으로, ‘대북송금’ 의혹의 실체를 파헤친 안병수 수원지검 2차장은 부산고검으로, ‘백현동 의혹’을 맡았던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은 대전고검으로 쫓겨났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했던 강백신 성남지청 차장 역시 대구고검으로 밀려났다. 모두 수사 기능이 거의 없는 유배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사실상 검사로서의 생명을 끊어버린 것이다.

이 살벌한 칼날은 심지어 ‘김건희 여사 의혹’을 무혐의 처분했던 검사들에게까지 향했다. 명품백 사건을 지휘한 박승환 1차장은 사표를 던졌고,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맡았던 최재훈 부장검사마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이라는 생소한 자리로 좌천됐다. 이들의 죄는 단 하나, ‘지난 정권의 검사’라는 주홍글씨였다. 새로운 권력에 충성하지 않는 자는 누구든 적이라는 선언이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나라인가. 한쪽에서는 법에 따라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수사했다는 이유로 검사들을 내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수사를 막아줬다는 이유로 국가의 중책을 나눠 갖는다. 적에게는 잔혹한 보복을, 우리 편에게는 파격적인 보상을. 이는 국가 경영의 원리가 아니라 배신자를 응징하고 식구를 챙기는 조폭이나 마피아의 행동 강령이다. 국익과 국민은 없고, ‘우리 패밀리’와 ‘적’만 있을 뿐이다. 국가 시스템을 이런 식으로 사유화하고, 공적 자리를 전리품처럼 나눠주는 행태를 국민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이번 인사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법치가 어떻게 사적인 복수와 보은의 논리에 의해 짓밟혔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치욕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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