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5. 8. 26.
가랑이 밑은 기었지만, ‘만만치 않은 협상가’는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아첨 외교’를 꿰뚫어 본 외신들
‘전략’ 없는 외교의 종착지는 ‘조공’일 뿐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끝났다. 회담장 문을 열기 전만 해도 험로가 예상됐다. 트럼프가 SNS에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벌어지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담은 이 대통령의 ‘아첨(flattery) 전략’ 덕분에 싱겁게 끝났다. 돌발 상황은 없었다는 안도감, 바로 그 지점이 문제의 시작이다.
외신들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의 평가는 노골적일 정도로 정확했다. AP통신은 이 대통령의 전략을 ‘계산된 아첨(a calculated course of flattery)’이라 명명하며 “외교적 지뢰밭이 될 뻔한 회담을 따뜻한 환영식으로 바꿨다”고 썼다.
하지만 그 대가는 무엇이었나. 로이터통신은 “이 대통령은 젤렌스키나 라마포사가 겪었던 공개적 충돌을 피했지만, 그 순탄함에 대한 경제적 대가가 얼마인지는 아직 청구서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 회담은 칭찬이 정책적 양보와 교환되는 명백한 힘의 역학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백악관이 압도적 성공으로 자평할 거래(transaction)”라고 꼬집었다. 외신들은 정확히 본 것이다. 이것은 외교가 아니라 ‘거래’였고, 우리는 일방적으로 지불하는 쪽이었다.
아첨으로 많이 회자되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도 물론 트럼프에게 황금 골프채를 선물하며 전정긍긍했다. 하지만 그의 아첨은 철저히 계산된 ‘전략’이었다. 그는 칭찬과 골프를 무기로 미일동맹을 굳건히 하고 미국의 TPP 탈퇴라는 실리를 챙겼다. 아첨은 국익을 위한 수단이었지, 목적 그 자체가 아니었다.
이번 이 대통령의 모습은 어떤가.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고 그의 분노를 피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과거 이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트럼프 가랑이 밑이라도 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외신이 본 것은 ‘아첨’이었고, 우리 국민이 본 것은 만만치 않은 협상가의 모습이 아니라 가랑이 밑을 기는 모습뿐이었다.
외교는 상대의 환심을 사는 쇼가 아니다. 국익을 걸고 벌이는 치열한 전쟁이다. 전략 없는 아첨은 결국 조공(朝貢) 외교로 귀결될 뿐이다. 우리는 이번 거래에서 대체 무엇을 얻었는가. 이 질문에 정부는 답해야 한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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