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5. 9. 23.

국민을 바보로 아는 ‘특활비 쇼’ 이러려면 차라리 공개하지 마라

‘역대 최초 공개’라는 특활비 내역, 영수증은 없고, 사용장소도 대부분 비공개

내용은 총체적 난국인 외교·인사에 돈 썼다는 자백 뿐… 국민을 바보로 아는가

이재명 정부 첫 세종 국무회의
이재명 정부 첫 세종 국무회의 (세종=연합뉴스)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 대통령실이 ‘역대 최초’라며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했지만, 그 결과물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해답이 아니라 국민의 지성에 대한 모독이었다. 영수증 한 장 없이 엑셀로 정리한 PDF 파일 몇 장 던져 놓고 ‘투명성’을 운운하는 것은, 동네 구멍가게만도 못한 회계 처리를 국정 운영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런 식의 ‘공개’는 검증을 원천 차단한 ‘통보’일 뿐이며, 얼마든지 조작 가능한 ‘홍보 자료’에 불과하다. 진실을 공개한 것이 아니라, ‘공개했다’는 사실만 만들려 한 삼류 연극이다.


이 기만극이 더 참담한 것은, 어제의 자신을 오늘의 자신이 부정하는 ‘내로남불’의 극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불과 작년, 이들은 야당의 칼날을 휘두르며 검찰이 제출한 특활비 영수증을 향해 “빵 값, 커피 값까지 증빙하라”고 외쳤다. 수사상 밝힐 수 없다는 이유로 비공개된 영수증의 상호까지 공개하라며 현미경을 들이댔던 그들이었다. 영수증은 일체없고, 거의 모든 집행장소가 대부분 비공개인 이런 집행내역은 상상도 못했다. 그때 그들이 세웠던 엄격한 기준은 다 어디로 갔는가. 정권의 주인이 되니, 그토록 부르짖던 ‘투명성’의 기준이 고무줄처럼 늘어난 것 아닌가. 자신들이 만든 덫에 스스로 걸려든 꼴이다. 투명성이란 가치가 국정의 원칙이 아니라, 정적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음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사진 : 역대 최초 공개라며 홈페이지에 등록한 집행내역의 일부
사진 : 역대 최초 공개라며 홈페이지에 등록한 집행내역의 일부

기가 막힌 것은 그 내용이다. 대통령실은 특활비 대부분을 ‘외교·인사 분야’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것이야말로 이번 사태의 본질을 드러내는 자백이다. 현 정부의 외교가 총체적 난국이며 인사가 참사 수준이라는 것은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바로 그 실패한 분야에 국민 혈세를 쏟아부었다고 자랑처럼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많은 돈을 쓰고 얻은 결과가 고작 이것인가? 이것은 예산 집행 내역서가 아니라 정부의 ‘무능과 실패에 대한 청구서’다.


시중에선 “성과도 없이 쓴 돈, 당장 토해내라”는 말이 나온다. 지극히 상식적인 분노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진실을 가리는 교묘한 쇼가 아니다.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는 정직함과 책임을 지는 자세다. ‘최초 공개’라는 얄팍한 수사로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특활비 쇼’ 이러려면 차라리 공개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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