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5. 11. 8.
檢, ‘대장동 비리’ 항소 포기…수사팀 “지휘부가 부당하게 막았다” 파장
법무부와 논의 끝 이례적 결정…수사팀 “내부 결재 끝났는데 자정 임박해 ‘항소 금지’ 지시”
'특경법상 배임’ 혐의 등 1심 법리 다툴 기회 상실…‘李 대통령 재판’ 연관성 등 정치적 논란 불가피
검찰이 국민적 이목이 쏠렸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1심 판결의 법리 적용과 양형에 문제가 있어 항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일선 수사팀의 입장을 검찰 지휘부가 항소 시한 마감 직전에 뒤집은 것으로, 극히 이례적인 결정에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이창수)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 씨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시한인 7일 자정까지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피고인 5명은 전원 항소한 상태여서, 검찰의 항소 포기로 인해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 금지의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에게 징역 8년, 김씨에게 징역 8년과 추징 428억 원을 선고하는 등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이 기소한 핵심 혐의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죄에 대해서는 “손해액을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보고, 그보다 형량이 낮은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이는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특경법과 달리, 업무상 배임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 상한이 낮다.

이에 대장동 수사·공판팀은 법리적 쟁점과 일부 사실오인,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내부 결재 절차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수사팀은 8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 6일 대검 지휘부 보고가 끝날 때까지도 이견 없이 절차가 마무리돼 항소장 제출만 남겨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장 제출 마감 당일인 7일 오후,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는 돌연 수사팀에 항소장 제출 보류를 지시했고, 자정이 임박한 시점에 ‘항소 금지’라는 최종 지시를 내렸다고 수사팀은 설명했다. 수사팀은 “부당하고 전례 없는 지시로 인해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하게 됐다”며 사실상 윗선의 압력으로 항소가 무산됐음을 공개적으로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검찰 지휘부의 이번 결정은 법무부와의 논의 끝에 내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항소가 필요하다는 검찰 의견에 법무부 측이 구형량의 절반 이상이 선고됐고 법리 적용에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면서 최종적으로 항소를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의 배경에 정치적 고려가 짙게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검사들이 책임을 면하려고 무죄가 나와도 항소·상고해서 국민에게 고통을 준다”며 검찰의 항소 관행을 비판한 것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배임죄 폐지 움직임과 맞물려, 검찰이 배임죄 법리를 적극적으로 다투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이번 결정은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인 이 대통령의 대장동 관련 재판과도 직결돼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야권에서는 즉각 비판이 터져 나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검찰의 항소 포기 직후 페이스북에 “11월 8일 0시 대한민국 검찰은 자살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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