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5. 11. 12.
'내란'이라는 편리한 흉기, 다음은 누구 차례인가
특검의 황교안 체포는 시작일 뿐, 정권을 향한 모든 비판이 표적이 되고 있다
![[속보] 내란특검, 황교안 자택서 체포…압수수색영장도 집행](/api/blob/legacy-cheditor4-2511-PYH2025090106630001300_P4.jpg)
권력은 종종 단어를 무기로 삼는다. 그리고 어떤 단어는 그 자체로 공포를 조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집권 세력은 '내란(內亂)'이라는 두 글자를 바로 그런 궁극의 무기로 벼려내고 있다. 헌법상 가장 엄중하게 다뤄져야 할 이 단어를, 이제 그들은 반대 세력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가장 손쉬운 도구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2025년 11월 12일의 황교안 전 총리 체포는, 이 섬뜩한 무기의 첫 번째 공개 시연에 불과하다.
사건의 본질은 황교안이 아니다. 그가 과거에 무엇을 했든, 지금 어떤 평가를 받든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핵심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도 않은 사안을 두고, 그것을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을 ‘내란 선동범’으로 규정하고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이 정권의 폭력적인 방식 그 자체다. 이는 법 집행이 아니라, 법의 이름을 참칭한 명백한 정치 탄압이다.
분명히 하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하는지는 아직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탄핵 심판 과정에서도 핵심 혐의에서 비켜나 있던 사안이다.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명백한 의도가 있었는지는 오직 엄정한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논쟁이 한창인 행위를 지지했다는 SNS 게시글 하나를 근거로 개인을 ‘내란 선동범’으로 낙인찍고 수갑을 채우는 행위. 이는 법 집행의 외피를 쓴 명백한 폭력이며, 반대 진영을 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위한 ‘인민재판’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이 장면을 똑똑히 봐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한 개인에 대한 인과응보의 서사를 넘어선다. 이는 자신들을 향한 미래의 모든 비판과 저항을 사전에 거세하려는, 치밀하게 계산된 공포 정치의 설계도다. 오늘 SNS 게시글이 ‘내란 선동’이 될 수 있다면, 내일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칼럼이, 모레는 정권을 풍자하는 유튜브 영상이 ‘국기 문란’의 증거가 될 것이다. 권력의 심기를 건드리는 모든 목소리에 ‘내란’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길 수 있는 ‘만능 치트키’를, 지금 이 정부는 손에 넣으려 하고 있다.
정권은 이 위험한 선례를 통해 대중에게 학습시킨다. ‘권력에 맞서는 자의 끝은 저렇게 된다’고, ‘불편한 목소리를 내는 순간 당신도 잠재적 범죄자가 된다’고 말이다. 숨 막히는 침묵과 자발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사회. 그것이야말로 이 정권이 ‘내란’이라는 칼을 휘두르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러니 다시 묻는다. 다음은 누구의 차례인가. 이 질문은 더 이상 황교안 개인에게 향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권력의 폭주에 침묵하고 있는 우리 모두를 향해있다. 오늘 황교안을 옭아맨 저들의 논리는, 내일 당신의 생각을 재단하는 칼날이 될 것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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