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5. 9.
[박병석] 국정조사 주요 쟁점 정리 Part2 (리호남, 검사들의 저항, 부재가 문제인 쟁점, 사이비 법정)
1부 : http://www.factfinder.tv/article/2961?mcode=m84xb1v 에 이어서.
1부는 국정조사에서 민주당의 '연어술파티' 주장이 파탄 났고, 서민석 변호사의 "국가정보원 문건이 나오기까지 800만 달러는 다 무죄라고 생각했다"는 녹취 발언 등으로 미뤄볼 때 서민석의 변론 입장은 대북송금 유죄성을 (내심으로) 인정하면서 이화영을 변호하는 입장이었을 가능성이 크며 (녹취 전문을 보기 전까지는 속단할 수 없으나, 따라서 박상용이 양형거래를 제안한 것이 아니라 서민석이 먼저 제안하고 박상용이 완곡하게 거절하는 통화의 일부가 공개된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이화영 아내에 의한 서민석 해임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국정조사에서 거짓말 동기가 명백하고 말 바꾸기를 일삼는 사기꾼 남욱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편취하는 민주당의 태도를 지적하고 백광현의 녹취 공개로 남욱의 말은 더욱 믿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을 봤다.
2부는 이어서 남은 내용적 쟁점인 리호남 문제를 다루도록 하겠다. 그리고 국정 조사 자체의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박상용 검사의 용기뿐만 아니라 여러 검사들이 원칙적인 부분들에 대해 대단히 분명하게 소신을 드러냈다. 이원석 검찰총장과 송경호 서울지검장, 홍승욱 수원지검장의 발언은 검찰이 호락호락하게 짓밟힐 수 없는 조직임을 보여준다. 국정조사에 등장하지 않은 부분이 문제적이라는 부분도 지적하고 넘어갈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국정조사의 진행 자체의 문제적 부분을 지적하겠다.
1. 리호남은 허수아비 쟁점
국정조사에서 대북송금은 허구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민주당 측이 꺼내든 것은 국정원장 이종석이 제시한 리호남의 부재 증명이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이종석이 제시한 것들은 이미 법원에서 다뤄졌고 채택되지 않은 것이었다.
박선원 의원이 주장한 리호남은 당시 대회장인 콘라드 호텔에 오지 않았고 초청 명단에도 없었다는 사실은 당시 리호남이 쌍방울 측과 접촉하여 돈을 받아갔다는 것을 부정하는 데 별다른 관련성이 없다. “리호남은 미 국무부에서도 주목해 제재 대상으로 삼은 북한 인사인데, 공식 행사장에 나올 리가 있었겠느냐”, “그 할배(리호남)가 중국 이름으로 된 여권 12개를 갖고 다니는 걸 나도 봤고, 우리 직원 중에도 본 사람이 있다”는 쌍방울 직원의 구체성을 띤 과거 증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제제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북한 요원이 공개 행사장에 초청받을 리도 만무하고,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말이 안된다. 초청 받지 않았고, 공개 행사장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오카다 호텔에서 밤에 만나 돈을 전달했다는 방용철, 김성태 등의 진술을 전혀 배척하지 못한다.
아태평화국제대회 기간 중 열린 기업인의 밤 행사에서 쌍방울 방용철 부회장의 공개 발언(2019. 7. 24.) “어떤 경우가 와도 우리 송명철 부실장, 리호남 참사한테 약속한 거 하겠습니다”도 리호남이 쌍방울-경기도의 대북사업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음을 증명한다. 행사 이전 시기 리호남을 접대한 내역 기록, 위챗으로 사전에 일정 조율한 기록, 호텔, 렌터카 등 각종 비용 정산서에 나오는 리호남 이름, 방용철이 후일 당일치기로 해외 출장 가서 리호남에게 30만 달러 전달하고 돌아온 출장 기록, 그리고 생생한 당일 묘사 등을 부정하려면 여권 출입국 기록보다는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황당하게도, '리호남이 2019년 7월 필리핀에 있었느냐'는 사실 공소 취소에 이를 수 있는 쟁점이 애초에 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이화영 재판에서 법원은 공작원인 리호남의 신분적 특성, 쌍방울 측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 가진 신빙성, 국정원 직원 등의 반대 진술의 신빙성을 모두 종합해 '당시 리호남이 쌍방울 측을 접촉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70만 달러를 전달받았다'고 결론 내렸지만, 그러면서도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닌 개인 또는 단체에 지급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리호남이 받은 금액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결과적으로 이화영은 7년 8개월 형을 받았다. 리호남이 허수아비나 유령이라 하더라도 불법 대북 송금이 있었다는 사실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형량에도 전혀 관련이 없다. 피고인에게 무죄 나온 부분의 팩트가 결정적으로 틀렸다고(틀렸다고 믿어 주더라도) 검찰이나 혹은 특검이 이것 때문에 ‘공소 취소’를 할 수는 없다. 취소의 실익이 없고, 원칙에도 어긋난다.
도대체 왜 그렇게 민주당은 리호남의 부재를 입증하려고 난리 쳤던 것일까?
대법원까지 거쳐 법정에서 이미 팩트로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죄 입증이나 공소 취소와는 전혀 무관한, 실익이 없는 쟁점임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영화에서도 다뤘을 정도로 전설적인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라는 ‘자극적 소재’가 딱 쇼츠각 나오기 좋다는 것 말고 다른 판단이 있었을까?
그 난리법석에도 불구하고, 리호남 관련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은 대부분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의 쟁론 과정을 거쳐 판사에 의해 기각된 것들이었다.
2. 검사들의 저항
이번 국정조사에서 확실하게 드러난 것은 검사들의 자신감과 단호한 입장이다.
박상용 검사는 검찰에서 가장 먼저 불법적인 국정조사와 공소취소 공작을 비판했다. 당시 주요 검찰 수뇌부들도 각자 입장문과 청문회 증언을 통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수사 당시의 검찰총장이었던 이원석, 대장동 수사를 진행했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송경호, 대북송금 수사를 진행했던 당시 수원지검장 홍승욱이 일관되게 수사의 정당성과 국정조사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국정조사에 불려 나온 당시 수사팀 검사들도 민주당 국회의원 마음대로 이야기를 끊고, 답변을 막는 황당한 조건 속에서도 비교적 분명하게 당시 수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수사 검사를 불러서 수사 내용과 절차에 대해 국회에서 죄인 취조하듯 닦달하는 행태는 대한민국 민주헌정사에 가장 부끄러운 기억의 하나로 남을 것이다. 민주주의 3권분립 원칙과 법치국가 사법 시스템이 정립된 곳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검사가 혐의자 신문할 때도 요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증인, 참고인 대하듯이 하지는 않는다. 민주당 국정조사특위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헌법과 법률의 수호가 아니라) 독재자 수호를 위해 날뛰는 멍청한 사냥개의 모습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박상용 검사
박상용 검사는 국정조사의 위법성부터 향후 공소 취소로 이어질 위험성까지 사실상 모든 주요 쟁점을 다 비판하고 경고했다. 국정조사 증인 선서를 거부했고(선서 거부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 3조”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이다), 검사 직무를 정지 당하면서 오히려 시간의 여유가 생겨서인지 각종 언론과 유튜브에 출연하여 본인과 당시 수사 검사의 입장을 분명한 어조로 밝혔다. 민주당 정치인들과는 달리 정연한 논리와 당시 수사 관련 상세한 상황 묘사를 제시했다. 자신이 진심을 다해 진행한 수사에 대한 확신이 없고서는 보이기 힘든 태도다.
박상용이 다시 검찰 일을 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감찰 이후로 있을 징계 절차에 대한 법적 대응에 긴 시간을 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직무정지 상태에서 이재명과 민주당의 대북송금 재판 공소취소 작전에 맞서는 대응을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합법을 가장한 징계 절차를 통해 우선 박상용을 공소 취소 대응 전선에서 떼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그렇지만 과연 과거에 벌어진 이재명 범죄 혐의를 모두 지우는 작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박상용이 완벽한 무죄일지라도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털어내는 데만 몇 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그러고 나면 다시 박상용을 수사 일선에서 볼 수 있을까? 그랬으면 정말 좋겠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사치다. 지금 박상용은 자존심과 인생을 건 생존 투쟁 전선에 서 있다. 박상용의 투쟁과는 별도로, 이제 검찰의 투쟁은 주연 배우들이 훨씬 늘어나야만 하는 시점에 왔다. 보다 많은 검사들이 명운을 건 싸움에 나서야 한다.
국민을 설득하는 게임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특검을 통한 공소취소를 저지하는 것에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의 생사가 달려있고, 크게는 민주주의의 명운이 달려있다. 연기된 재판 나중에 받으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판을 이렇게까지 키워버린 것은 이재명과 민주당이다.
저지의 성패는 검찰 혼자의 힘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쓰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결국 국민이 결정한다. ‘윤석열이 유죄라고 해서 이재명이 죄가 있어도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며, 이재명도 혐의가 있으면 다른 국민과 마찬가지로 재판받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실을 국민이 진심으로 납득해야 한다. ‘이재명이 반드시 재판 받아야 하겠구나’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국정조사 국면에서 검찰은 자신들의 수사가 정당했고, ‘공소 취소’에 이를만한 마땅한 사유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국민의 마음을 얻고자 싸우는 판에서는 성공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국민의 마음을 놓고 싸우는 정치판은 ‘입증의 게임’이 아니라 ‘선동의 게임’에 가깝다. 제아무리 진실일지라도 승리하려면 대중이 알아먹을 수 있는 언어로, 수용가능한 강도로, 시점을 잘 살펴가면서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재판은 판사의 마음을 얻는 게임이지만, 이 게임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게임이다. 그리고 국민은 판사처럼 전문 지식이 없고,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도 않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 홍승욱 전 수원지검장
이들은 여러 차례의 입장문을 통해 정연한 논리를 보여줬고, 책임감을 보여줬다. 워낙 명문이고 자체로 손색없는 논리를 제시했지만, 그 명문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드물다. 심지어 취재 기자들도 입장문들을 다 소화한 사람이 드물 것이다. 검찰 후배들에게 용기를 줬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고, 법조인들이나 전문가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한다. 향후 전개될 정치 투쟁에서 무기가 될만한 주요 논리들이 거의 망라되어 있다.
끝까지 비껴서지 않는 당당한 모습을 기대한다.
입장문의 내용은 향후 중요 계기 때마다 반복해서 인용될 수 있을 것이다.
박상용의 주요 글들과 세 사람의 입장문들을 이 글 대신 국민들에 읽히고 설명하는 것이 100배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검사의 저항은?
검사들이 견결히 입장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정치적인 의제화도 힘을 받을 수 있다.
특검법 통과 시도, 감찰, 징계위원회, 향후 특검 수사 과정(은 없어야겠지만) 등 주요 계기 때마다 맞춤 메시지가 여러 경로로 나와야 한다.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도 목소리가 나오겠지만 잉걸불은 결국 검찰의 단호한 결기와 저항일 수밖에 없다.
검사들의 저항이 단순한 생존 투쟁이 아니라 사법 시스템을 수호하기 위한 투쟁이고, 헌법과 법률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며, 적법한 수사가 위헌, 위법적인 방식으로 부정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결단의 발로라는 점을 100번이라도 반복해서 알려야 한다. 그래야 여론의 들불이 지펴질 수 있다. 이 싸움은 검사의 저항에서 시작하지만,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끝까지 ‘공소취소’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국민과 이재명/민주당의 싸움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포기하지 않는 한, 사법 시스템 수호 싸움이 결국 민주주의 수호 싸움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 결국 ‘민심’이 최후의 심판을 내리는 게임이 된다. 싸움의 시작은 검찰과 이재명의 충돌이었지만, 싸움의 끝은 국민과 이재명의 대회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이 ‘셀프무죄’라는 헛된 꿈을 내려놓지 않는 한.
3. 국정조사에서 ‘부재’했던 것들
국정조사의 정식 명칭은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다. 명칭에 근거해서 보자면 핵심은 1) 정권으로부터의 부당한 수사 지휘, 2) 검찰의 조작 수사와 기소를 밝혀내는 것 두 가지이다. 그런데 1)에 대해서는 국정조사에서 언급된 것이 거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거나, 민정수석을 통한 지시, 법무부장관을 통한 지시 등이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당한 수사 지휘 경로인데 이 중에 강하게 주장되거나 입증된 것이 있나? 무엇보다도 당시 법무부장관 한동훈조차 증인으로 부르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이원석은 검찰총장이 된 이후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남은 물론, 통화나 문자조차 없었다고 증언했다. 어떻게 해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인지에 대한 입증이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 박성준 의원이 제보받았다며 주장하고 제시한 하루에 두 번씩 보고했다는 ‘수사상황 보고 문건’이 있는데 하루에 두 번 보고한 것이 진짜인지, 진짜라면 합법인지, 과연 통상적인 일일 보고 이상의 내용이 담겨 있는지, 보고 이외에 불법적인 ‘수사 지휘’ 증거는 있는지는 다퉈봐야 할 일이다. 재판 중인 사안이라 그런지 국정조사에 출석한 당시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관련 증언을 거부했다.
청문회는 말 그대로 듣는 자리이다. 특정 국회의원의 입장을 관철하는 것이 목적인 자리가 아니다. 객관적으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입장을 가능한 한 공평하게, 그리고 제한 없이 들어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장동 수사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증인 중의 한 명일 수 있는 유동규도 증인에서 배제되었다. 대북송금 사건 수사 검사 박상용도 증언 기회를 얻지 못했다. 박상용 검사 본인의 증인 선서 거부가 있기는 했다. 증인 선서를 하고 증언하면 어떤 증언을 하더라도 일단 위증으로 고발하고 특검으로 간다는 민주당의 시나리오를 사전에 들은 이상 이에 따를 수 없었다는 것이 박상용의 주장이다. 사실 증인 선서 거부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 3조”에 따라 박상용에게 당연히 허용되는 권리이다. 박상용은 본인이 이미 감찰 및 여러 수사, 재판이 걸려 있기 때문에 증인 선서를 거부할 권리를 지닌다. 부당하게 모욕당하고 참아야 할 의무는 없고. 박상용은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았더라도 묻는 질문에 답을 하겠다고 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또한 서해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유가족인 이래진씨도 민주당의 반대로 증인이 되지 못했다. 사실상 국민의힘이 요구한 증인은 140명 중에서 단 한 명도 채택되지 못했다. 사실상 증인 채택이 민주당 단독으로 이뤄졌다. 과연 이런 증인 채택이 절차적 정당성을 지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 국정조사에서 부재했던 또 한 가지는 ‘여야 합의’이다. 통상 국회에서 이뤄지는 국정조사는 여야의 합의로 계획서를 만들고, 여야 합의로 의사 일정을 진행한다. 그리고 결과보고서도 여야 합의로 채택한다. 그러나 계획서도, 증인 채택도, 의사 일정도, 의사 진행도, 결과보고서도 여야 합의는 없었다. 이번 국정조사 뿐만 아니라 당분간 어떤 국회 활동에서도 여야 합의는 불가능해 보인다.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라는 것이 사안에 대한 편견 없는 청취가 가장 중요할 텐데 여야 합의의 부재는 시작부터 편견을 깔고 들어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4. 국정조사는 ‘사이비 법정’
재판은 최소한 효과적인 입증과 변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변호인 측과 검찰 측에 충분한 시간을 주고자 한다. 출정한 증인과 참고인들에게 불필요한 질문이나 모욕, 협박 등이 가해지면 판사가 제지한다. 증인 선정도 변호인과 검찰의 의견을 청취하고 판사가 결정한다. 판사는 판결 전까지 예단을 가지고 재판을 진행해서는 안 되며, 내심의 예단이 있더라도 최소한 노출해서는 안되고, 그 예단이 절차적 정당성과 형평성을 그르치도록 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재판은 뇌에 쥐가 날 정도로 지루한 과정을 때로는 형평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위해 감내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도 결국 재판에서 진 측은 억울한 마음을 갖기 마련이지만, 최소한 절차에 대한 시비는 줄일 수 있다.
국정조사는 여러 측면에서 재판과 유사한 형태를 띠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 법정의 기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그 결정적인 부분이 주로는 형평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부분들이었다.
첫째, 국정조사는 위법성을 배태하고 시작된 조사였다. 국정조사 및 감사에 대한 법률 제 8조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訴追)에 관여할 목적”의 국정조사를 금하고 있다. 국정조사가 끝나자마자 공소취소특검법을 발의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애초에 국정조사가 ‘공소취소특검’으로 가기 위한 명분 축적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실제 국정조사 과정에서도 재판과 소추에 대한 관여가 노골적으로 숱하게 있었다.
재판도, 국정조사도 결론이 미리 나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종교에서는 진리에 대한 믿음이 다른 모든 것의 전제지만, 과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재판이나 국정조사에서는 진실은 도달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여야 한다.
(결국 도달할 수 없을 수도 있고, 도달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하겠지만 인간으로서 최선을 다해 진실에 다가가려는 시도를 철학자 칼 포퍼는 ‘verisimilitude(진리에 다가서는 것, 진리근접성, 진리유사성)’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그러나 이번 국정조사는 “이재명은 무죄여야 한다”, “공소취소가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그 결론으로 가기 위한 요식 행위 정도로 이뤄졌다. 흡사 마녀 재판과 같은 과정이었다.
위법적인 국정조사를 강행함으로써, 앞으로 진행 중인 재판과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가 다시 이뤄질 수 있는 전례가 만들어져 버렸다. 지옥문을 열었다. 정권이 바뀌고 다수당이 바뀌어 역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민주당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때가 오면 입법부가 사법부나 검찰의 일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새로 주장할 수 있을까? 면면을 보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철면피들 같기는 하다.
둘째, 증인 선정, 의사 일정 협의, 의사 진행, 결과보고서 채택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일방 독주로 이뤄진 조사였다. 민주당은 애초에 형평성이니 절차적 정당성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민주당의 목적이 편견 없이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이번 국정조사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과 품위조차 내던진 최악의 국정조사였다. 역대 이렇게 진행된 국정조사가 또 있었던가 싶다. 과거에는 최소한 협의 흉내라도 냈었다.
셋째, 국회의원들의 국민 무시, 안하무인. 의사 진행에 있어 서영교 위원장의 전횡은 가히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위원장이면 최소한 원만한 의사 진행을 위해 노력해야 할텐데 그런 것은 애시당초 안중에도 없었다. 별 내용도 없는데 호통치는 목소리는 어찌나 큰지 불쾌해져서 TV를 끈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서영교뿐만이 아니었다. 국회의원이 증인과 참고인에게 호통칠 권리를 언제부터 가졌는지 모르겠다. 증인, 참고인도 국민이고 인권이 있다. 이화영 말고는 유죄가 확정된 사람도 없는데, 유독 이화영만 존중 받고 대부분의 증인들은 오히려 죄인 취급을 받곤 했다. 죄인도 재판에서 그렇게 취급 당하지는 않는다.
그냥 국회의원들의 인간적 미성숙 노출 수준이 아니었다. 국회의원들의 특권의식에 쩔은 사악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범죄 혐의자 수사할 때도 이렇게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아무 때나 말을 막고, 짜르고, 호통치고, 듣고 싶은 말만 선택적으로 들었다. 아이들에게 나중에 국회의원 되려면 저렇게 무식하고, 예의 없고, 몰상식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가르칠 것인가? 꼼꼼한 준비와 논리보다 큰 목소리와 드라마틱한 광대짓 연출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칠 것인가?
넷째,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 13조에는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안에 한정하여 감사 또는 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의 재판에 변호인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이 국정조사위원으로 들어와서 당시 수사 검사를 다그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대한민국 국회와 사법 시스템이 얼마나 우스운 꼴이 되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 또한 전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역시 민주당 책임이 될 것이다.
다섯째, 국정조사특위는 박상용을 ‘정당한 이유 없이 증인 선서를 거부한 혐의’로, 쌍방울 김성태와 방용철을 ‘위증 혐의’로, 강백신·김경완·엄희준·정일권 검사와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대장동 수사 관련 ‘위증 혐의’로, 김만배·정영학·정민용 등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고 동행명령을 거부한 혐의로 고발하는 등 총 31명을 사실상 민주당 단독 의결로 고발했다. 앞서 보았듯 박상용은 증감법상 선서 거부 이유가 분명하며, 쌍방울 김성태와 방용철은 법원에서 일관되게 한 진술의 연장선에서 증언한 것이 ‘위증’으로 고발된 것이며, 검사들의 경우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견지해왔던 입장을 반복한 것임에도 ‘위증’으로 고발되었다.
오히려 대장동 1기 수사팀의 15쪽 보고서와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증언을 통해 "저희는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라는 정용환 검사의 증언이 위증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고발하지 않았다. 또한 남욱도 검찰의 진술 유도와 회유가 있었다는 증언이 백브리핑의 통화녹음 공개로 인해 위증일 가능성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고발하지 않았다. 사실 남욱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말을 바꾼 전력이 있었다. 남욱은 또한 1,000억이 넘는 범죄 수익을 지키고 자신의 형량을 줄여야 한다는 명백한 위증 동기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남욱의 주장을 철석같이 믿어주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애초에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위법적인 국정조사를 강행했고, 그 근본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박상용은 증인 선서를 거부할 합법적인 권리가 있었다. 그러나 헌법과 증감법, 형사소송법마저 개무시하고 민주당은 ‘고발’을 강행했다.
이쯤 되면 ‘고발’의 의도를 의심해 봐야 한다. 민주당은 ‘고발’ 자체를 자신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내려도 되는 징벌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디까지 더 국회 수준이 낮아질 수 있는 것일까.
이상 다섯 가지 대목으로 살펴봤다시피 민주당 독주로 진행된 ‘국정조사’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헌법과 법률을 깡그리 무시한 만행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영교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호통과 고함을 섞어가면서 애초 목적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특히 이재명과 관련된 사항들에서) 재판이나 보도를 통해 과거에 이미 나온 것 이상의 새로운 사실이 나온 것은 거의 없었다. 공소취소를 해야 할 만한 스모킹건급의 새로운 증거는 물론 없었고, 과거 수사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겠다고 느낄만한 것조차 없었다. 연어술파티도 판타지였고, 리호남은 재판에서 기각된 주장의 재방송이었고, 남욱의 주장도 백브리핑의 유동규-남욱 통화녹음 공개로 인해 오히려 말바꾸기 의혹만 더 커졌다.
5. 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었던 국정조사. 그리고 공소취소특검법.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결론은 국정조사 시작 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봐야 한다. 애초에 국정조사는 공소취소특검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이었다. 이제 민주당은 지방선거가 끝나면 ‘공소취소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지방선거 전에 위헌이고 위법인 특검법이 지방선거 끝나고 나면 갑자기 합헌이고 합법이 될 리는 없다. 개꼬리를 3년 묻어둬도 소꼬리가 되지는 않는다. 특검법 통과와 특검 수사( 및 공소취소)를 수월하게 하고자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은 직무정지에 더해 징계 절차까지 진행하면서 박상용을 공소취소 방어전선으로부터 격리시키는데 성공하고 있고, 추가적으로 당시 수사 검사들 입막기 및 무력화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민주당 전당대회 시기인 8월 이전에 ‘공소취소특검’에 돌입하고자 할텐데 과연 검찰이 순순히 죽어줄까? 국민은 이를 용납할까? 당장 지방선거 결과가 더욱 중요해졌다. 그리고 양심적 법조인들의 목소리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해졌다.
애국심은 대통령에 대한 사랑이 아니다. 나라에 대한 사랑이다. 나라의 근본인 헌법과 법률을 따르고 지키려는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심이다. 사랑하는 이재명일지라도 헌법과 법률을 지켜야하고, 재판 받을 일 있으면 평등하게 재판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애국심이다. 지금 헌법과 법률을 망가뜨리고 있는 사람은 누구이고 지키려는 사람은 누구인가? 위헌적인 법률을 숱하게 양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헌, 위법적인 국정조사를 감행했고, 이제 위헌, 위법적인 공소취소특검법마저 감행하려는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지금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을 가장 위협하는 세력 아닌가?
이들이 주장하는 개헌이 그렇게 공허해 보일 수 없다. 있는 헌법이나 제대로 지키는 사람들이라면 믿는 시늉이나마 해줄 수도 있을텐데.![[박병석] 국정조사 주요 쟁점 정리 Part2 (리호남, 검사들의 저항, 부재가 문제인 쟁점, 사이비 법정)](/api/blob/legacy-cheditor4-2605-75bd03e030f8d3ec841933de5aca98bf2d99f045.jpg)
박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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