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푸틴과 김정은이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통화했다. 푸틴은 회담 정보를 공유했고, 김정은에게 '영웅적 지원'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적국(敵國)의 수장들은 서로를 챙기며 '의리'를 과시하는 이 기가 막힌 풍경 앞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자조 섞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바로 그 시각, 우리 정부가 처한 현실은 어떤가. 국가 안보의 생명줄인 한미 정상회담은 변변한 환영식조차 없는 '실무 방문'으로 격하되는 수모를 당했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혈맹' 대우를 받으며 국제 정치의 주역인 양 행세하는데, 정작 대한민국은 75년 동맹으로부터 홀대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시중에서는 "나라의 근본이 무너지고 있다"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심지어 오늘 발간된 트럼프 2기 첫 북한인권보고서마저 그 내용이 대폭 축소되고, 체제비판도 사라졌다.
이 모든 비정상적 상황은 어디에서 비롯됐는가. 바로 이재명 정부의 외교 무능과 이념 편향적 국정 운영이다. 정부 요직을 친중·반미 성향 인사들로 채우고 동맹의 가치를 폄훼하더니, 결국 돌아온 것은 국제 사회의 냉대와 대한민국의 고립뿐이다. 동맹을 폄훼하고 적과 아군을 구분 못 하는 리더십이 국익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는지, 그 처참한 성적표가 국민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의리를 지킨 상대를 챙겨주는 것은 사람 사이나 국가 간에나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푸틴이 김정은에게 보이는 모습은, 저들 나름의 방식대로 그 위험한 거래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그 보상이 우리에겐 치명적 위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재미를 본 북한의 도발이 더욱 대담해지고 그 대가로 러시아의 기술까지 손에 넣는 상황은,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시나리오 아닌가.
더 큰 문제는 이 위기를 막아내야 할 우리 스스로가 길을 잃었다는 점이다. 동맹과의 신뢰를 걷어차 버린 정부에게 남은 것은 국제적 고립뿐이며, 이제는 한미 관계의 복원조차 요원해 보이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비정상적인 북·러 관계를 탓하기 전에, 가장 정상적이고 핵심적인 한미동맹부터 파탄 낸 이 정부의 무능과 독선을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제사회가 이토록 엄중하게 흘러가는 상황에도 뒤늦은 임명식과 특별사면으로 권력과시나 하는 한심하기 짝에 없는 정부의 모습에 80주년 광복절의 의미마저 퇴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