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4일 – 정부가 ‘역대급 규제’라던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정확히 한 달.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삼중 규제(조정대상지역 + 투기과열지구 + 토지거래허가구역)로 묶고, LTV를 40%로 낮추고, 15억 초과 주택은 대출 한도를 4억~2억 원으로 제한했지만,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다.
서울 아파트값은 대책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KB부동산 기준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72% 올라 2020년 9월 이후 5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도 11월 셋째 주 0.20% 상승하며 4주 만에 다시 오름폭을 키웠다. 심지어 대책 직후 한때 0.17%까지 떨어졌던 상승률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전세시장이다. 집토스가 국토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신규 규제지역에 편입된 서울 21개 구의 아파트 전셋값은 대책 시행 후 한 달 만에 2.8% 급등했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1.2%)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강남·서초·송파·용산 등 기존 규제지역도 전셋값이 2.7% 올랐다. 갭투자가 원천 차단되면서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른 결과다.
거래는 얼어붙었지만 가격은 올랐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대책 전후 74% 급감했다. 매물이 나오지 않으니 남은 소수의 거래만 신고가로 체결되고, 그 신고가들이 평균을 계속 끌어올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집토스 관계자는 “15억 원 초과 고가 아파트가 상승을 주도했다”며 “현금 동원력 있는 사람들만 시장에 남았다”고 전했다.
‘똘똘한 한 채’ 쏠림은 더 심해졌다. 신축·대형·학군지·재건축 기대 단지는 오히려 더 올랐다. 입주 10년 이하 아파트는 평균 3.4% 상승하며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2.0%)를 압도했다. 송파·용산·성동·동작 등 한강벨트와 강남권이 상승을 이끌었고, 규제의 칼끝이 닿지 않는 대형 오피스텔(전용 85㎡ 초과)은 한 달 새 0.44% 올라 규제를 비웃듯 치솟았다.
정부가 원했던 “투기 수요 차단”은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그 부작용이 너무 컸다. 갭투자꾼이 사라지면서 전세 매물이 증발했고, 실거주 의무 때문에 매물 잠김이 가속화됐다. 결국 현금 부자는 더 비싼 값에 사들이고, 무주택자와 세입자는 전세난에 신음하는 양극화만 더 깊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수요 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근본 원인은 공급 부족인데, 2026년 이후 입주 물량이 급감할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규제만 반복하고 있다.” 실제로 하나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까지 연말까지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중단하며 은행권이 먼저 백기를 들었고, 정부와 금융당국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15 대책은 시장을 잠시 얼어붙게 했을 뿐, 집값 상승의 불씨를 끄지는 못했다. 오히려 전세난과 자산 양극화를 키우며 “현금 부자만 살아남는 시장”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결국 이번 대책은 또 하나의 ‘규제의 역설’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이러니 우파에서는 좌파만 집권하면 집 값이 뛴다고 하죠
좌파 우파가 무슨? 이라고 생각했는데 통계가 말해주더라는
잘 읽었습니다. 걱정이 많아지는군요.
기사 잘 읽었습니다.
기사 감사합니다
부동산 얘기만 나오면 예전에 잘 몰라서 그래도 규제가 장기적으론 도움이 될 줄 알았던 제 모습이 반성이 되네요
규제를 하면 할수록 부작용이 더 심하던데 그걸 알면서도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요
심각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