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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칼럼] 민주당의 선택적 기억상실
  • 박주현 칼럼리스트
  • 등록 2025-04-29 13:17:18
  • 수정 2025-04-29 16: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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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과 이재명 사이의 정치극

그 가슴 아픈 헌신의 기억, 그리고 모욕의 기억 (그래픽=가피우스 생성)

이낙연 전 대표가 한덕수 권한대행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자 민주당은 갑자기 기억을 되찾았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출신으로 5선 의원, 전남지사,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분이 그럴 리 없다고 믿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원이 의원은 “그냥 남은 여생 조용히 살아가셨으면 좋겠다”는 막말을 시전했다. 전형적인 배드캅, 굿캅 놀이라도 하자는 건가? 한마디로 이제야 이낙연이 민주당 출신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냈단 말인가?.


정작 2023년 6월,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강연하던 이낙연 앞에 '깨진 수박' 현수막이 등장했을 때 민주당은 어디에 있었을까. 70대로 추정되는 여성과 일행이 "수박 짓을 하면 안 된다", "이재명 대표를 괴롭히지 말라"고 소리치며 강연을 방해했지만, 민주당은 침묵했다.


더 놀라운 건 2023년 3월,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이낙연을 "강제 출당시켜 민주당에서 영구 제명해야 한다"는 청원이 불과 3일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얻었을 때도 민주당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5만 명이면 마을 하나가 통째로 사라져도 될 규모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상황을 마치 '꽃놀이 패'처럼 관망했다. 


2023년 12월, 민주당 의원 80여 명이 이낙연의 신당 창당을 만류하는 연서명에 참여했다. "이 전 대표를 키워준 민주당이다. 분열은 필패"라고 했다. 키워준 자식이 집을 나가려 하자 갑자기 정을 내세우는 부모 같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자식대접은 이재명에게만 허락된 것은 두차례의 경선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들은 그전에 다른 후보들이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낙연은 2020년에도 "겸손함을 잃었거나 또는 겸손하지 않게 보인 것들에 대해 국민들께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고, 총리시절에도 국민의 힘이 요구하는 사과또한 원할한 국정운영을 위해 마다하지 않던, 어떤 상대에게도 사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품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의 자성과 달리, 그를 향한 민주당 내 '수박 깨기' 행태에는 어떤 사과의 말이나, 자성도 기억에는 없다.


이제 와서 이낙연이 '반이재명 연대'에 합류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민주당은 "당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짓"이라고 말한다. 마치 잘 다니던 직원이 퇴사 의사를 밝히자 갑자기 "넌 우리 회사 DNA가 있는데 어떻게 경쟁사로 가냐"라고 말하는 상사처럼 말이다.


진짜 이재명이 대세라면 이낙연의 행보 따위는 코웃음 칠 일이다. 오래전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만난 짝사랑 상대의 근황이 궁금하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아니지? 그럴 리 없지?"라는 불안한 목소리로 들린다.


마키아벨리는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인식"이라고 했다. 이낙연이 실제로 '반이재명 연대'에 합류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 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동안 이낙연을 향한 민주당의 태도가 그를 연대로 밀어내기에 충분했다는 사실이다.


2021년 이낙연 측은 민주당 지도부의 "일방적인 태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 '일방적인 태도'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우려한다면, 뒤늦게 이낙연의 이력을 칭송할 것이 아니라 그간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사과하는 게 먼저일 것이다.


역사는 종종 정치적 아이러니를 기록한다. 한때 당의 대표였고 국무총리였던 인물이, 이제는 당에 '큰 빚'이라도 진 것처럼 매도당하는 모습이 그 예다. 그리고 그 아이러니의 중심에는 늘 권력이라는 불안정한 지반이 놓여있다.


민주당의 '선택적 기억'은 정치의 냉혹함을 보여준다. 필요할 때만 '우리 사람'이라고 부르고, 불편할 때는 외면하는 태도. 이낙연에게 민주당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무게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그 무게가 존중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단지 이재명이라는 현재의 대세를 지키기 위한 것인지는 분명해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민주당이 이낙연의 '배신'을 두려워하는 모습은, 오히려 이재명의 대세가 그렇게 확고하지만은 않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경선때 부터 지금까지 민주당 내부발 음해 기사가 쏟아질 때 단 한번도 누군가 나서 '내부총질'-이재명에게는 그리도 흔한- 하지 말라는 발언도,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도, 정권의 총리이자 전대표에 대한 예의와 존중도 없던 민주당이, 새삼 아직도 개딸들을 앞세워 수박놀이하며 조롱하던 시절이 되풀이 될 수 있을거라 믿는 것 같아 섬찟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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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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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4-30 10:09:51

    너무 정곡을 찌른 기사 너무 감사합니다. 리자이밍 대선 때나 총선 때 자기들을 위해 목이 쉬도록 지원유세를 다니신 이낙연총리님을 마타도어하면서 낄낄대던 것들이 갑자기 소금 뿌려진 미꾸리지처럼 발작버튼 누르고 있는 비열한 모습 보고 있자니 이 모든 기가 막힌 상황을 참고 계시는 분의 마음이 어떨까 싶어 너무 속이 아픕니다. 더욱더 그분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지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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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4-30 03:14:48

    백번천번 옳은 말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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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nna2792025-04-29 16:52:10

    지금 이재명이 통합 한다고 우클릭 대는데 이낙연도 포용 못하는것들이 무슨 통합이냐? 그냥 무능국힘, 부패민주는 같이 통합해서 폐기하고 제3지대 이낙연으로 대한민국 정치역사부터 바로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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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4-29 16:36:34

    나쁜 개딸뇬들 민주당은 폭삭 망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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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cetaz12025-04-29 16:27:13

    2022년 악몽을 다시 만들어주마~ 민주당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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