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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를 내각제처럼 운영하는 민주당
  • 박주현 칼럼리스트
  • 등록 2025-05-06 15:05:58
  • 수정 2025-05-06 15: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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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들이 내각제를 혐오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민주당의 행태들.


오해라는 건 때로 현실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낙연 전 총리를 주축으로 하는 개헌연대는 국민이 가장 원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책임총리제를 통한 권력분산을 추진하는데, 이를 두고 '내각제 개헌'이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치는 나라에서 국회가 국가수반과 행정부를 장악하는 내각제를 이야기한다는 건 마치 음주운전자에게 더 빠른 자동차를 사주겠다고 약속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기묘한 역설 속에서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다.


국회의원들이 모인 곳을 국민들은 '싸움판'이라 부른다. OECD 공공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 국회는 30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20.56%라는 수치는 무엇을 의미할까. 100명 중 80명은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보다 국회 신뢰도가 낮은 나라는 체코와 칠레뿐이었다. 사실 이런 통계는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통계청 사회지표 조사에서도 국회는 7개 공공기관 중 꼴찌였고, 2014년엔 89%가 국회가 역할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민이 국회를 불신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싸우기만 한다", "자기 이익만 챙긴다", "법안 처리가 느리다", "국민 생각은 안 한다". 이런 국회에 행정부 구성권을 넘기자는 내각제 주장은 마치 도둑에게 금고 열쇠를 맡기자는 제안처럼 들린다.


여론조사에서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응답이 거의 50%에 달하는 반면, '의원내각제'를 선택한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내각제는 6.8%의 지지율로 바닥을 쳤다. 이 수치는 여야 지지자를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나타났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대다수 국민은 내각제를 원치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내각제를 추진한다면 그 세력은 존립이 위태로울 것이다.


내각제의 단점은 여러 나라의 사례에서 확인된다. 빈번한 내각 교체로 인한 정치 불안정은 마치 배의 키를 자주 바꿔 끼우는 것과 같다. 목적지는 같은데 방향이 계속 바뀌니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일본은 1990년대 초부터 20여 년간 총리가 회전문을 돌듯 바뀌었고, 그리스는 포퓰리즘 정책 남발로 경제위기를 자초했다. 현재 한국 정당의 수준으로는 내각제가 아닌 "내각무책임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상황의 진짜 아이러니는 따로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정작 민주당이 헌법이 규정하지도 않은 내각제적 국정운영 방식을 추구하는 데에는 함구하면서, 4년 중임제를 제안하는 개헌연대를 내각제 추진 세력으로 몰아붙인다. 


특히 민주당은 근래 폭주에 폭주를 더해가며, 바꿀수 있는 모든 법을 바꿔 국회에서 국가수반을 사실상 임명하려 하고 있다. 게다가 대선을 앞두고 승리를 예상해 각종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쏟아내고, 기획재정부의 대통령실 귀속, 검찰의 사실상 해체, 과학기술 분야 전담 부총리 신설 등 내각 구성을 미리 그리는 모습이다. 마치 이재명을 국가원수로 임명하기 위해 모든 법을 재단하는 것처럼 보인다. 결혼식 전부터 신랑의 옷장을 차지할 계획을 세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 기이한 것은 이런 민주당의 지지자들이 개헌연대 뉴스마다 찾아가 '내각제 개헌'이라며 비난하는 모습이다. 자신들은 실질적으로 의회가 행정부와 사법부를 좌지우지하는 체제를 만들려 하면서, 대통령제를 기반으로 책임총리제와 권력분산을 통해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는 세력을 비난한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저 사람이 내 모습을 따라 한다'고 비난하는 상황과 다름없다.


훗날 역사가들이 우리 시대를 기록한다면 이런 문장을 쓸지도 모른다. "국민이 원하는 4년 중임제를 추구하는 개헌연대를 '내각제 추진'으로 몰아세우면서, 정작 민주당은 헌법의 테두리 밖에서 의회 중심의 행정부 통제를 시도했다." 혹은 "신뢰받지 못하는 국회가 더 큰 권력을 요구하고, 국민은 이를 거부했으나, 정치권은 우회로를 통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 했다."


헌법 개정은 집을 새로 짓는 일과 같다. 기초공사부터 지붕까지 모든 것을 바꾸는 작업이다. 그런데 헌법에서 규정하지도 않는 권능을 사용해 사법부와 행정부를 손에 넣고 뒤 흔들려는 민주당을 보면 내각제는 우리나라에선 먼나라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다는 확신이 든다. 여론조사는 국민들이 원하는 집의 모양을 명확히 보여준다. 4년 중임 대통령제라는 단단한 구조다.


진정한 개헌 논의는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자 헌법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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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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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6 19:05:00

    좋은 기사 잘 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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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5-06 16:48:17

    개헌연대에 내각제 프레임을 씌워 부정적으로 만드는 시도에 확실한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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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t4m2025-05-06 15:31:57

    아주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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