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멋있다 멋있어 (그래픽-가피우스)
찬양을 갈구하는 자기애
자기애적 성향이 강한 인물에게 타인은 소통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위대함을 비추는 거울이다. 조 전 장관의 SNS 활용은 이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는 소통이 아닌 자기애의 확인을 위해 대중을 동원해다.
하루에도 몇차례씩 프사를 바꿨던 조국 전 대표 (사진 = 조국 전 대표 페이스북 캡쳐)
그는 부인 정경심 씨가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던 2019년 10월 5일 밤,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서초동 집회 인파를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으로 교체했다. 가족의 위기 상황에서조차 자신의 지지 세력을 과시하며 스스로의 중요성을 확인받으려는 욕구가 앞선 것이다. 이는 타인의 고통보다 자신의 이미지를 우선시하는 나르시시스트적 자기중심성을 드러낸다. 더욱이 그는 10분 만에 세 차례나 사진을 바꾸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본인을 상찬하는 만평을 본인이 공유하는 기괴함이라니... (사진=조국 전 대표 SNS 캡쳐)
자신을 지지하는 박건웅 화백의 만평을 직접 공유한 행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는 단순한 감사 표시를 넘어, 스스로를 찬양의 대상으로 내세우는 직접적인 자기 고양 행위다.
심리학엔 자기애성 인격장애(NPD)의 핵심 진단 기준이 있다. 과도한 찬사를 요구하고 , 자신의 중요성을 과대하게 느끼며 , 타인을 자기애 충족의 도구로 여기는 대인관계가 그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가 단순히 지지자들의 찬사를 흡수한 것을 넘어, 자신의 정체성을 군중과 일치시켰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정치인이라면 지지자에게 감사를 표하며 사진을 공유하고 말텐데, 그는 자신의 얼굴을 군중의 이미지로 대체했다.
이 행위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지지자들을 압도적인 나르시시즘적 공급원, 즉 ‘찬양의 바다’로 봤을 수 있다.
둘째, 자신에 대한 모든 공격을 ‘국민’에 대한 공격으로 재구성한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대중의 숭고한 저항과 동일시함으로써, 비판을 원천적으로 차단해낸다. 조금만 벗어나서 보면 유치한데, 그와 일체감을 가진 시민들은 이게 감동적이다. 잘 먹힌다는 얘기다.
'그들은' 모든 사건이 자기 과시를 위한 무대 소품이 된다. 개인적 비극조차 예외는 아니다. 조 전 장관에게 ‘조철봉’이라는 별명을 안긴 턱걸이 영상 사건은 공감 능력의 부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조철봉이라는 별명을 낳았던 철봉 영상 캡쳐
부인 정경심 씨가 수감 중이던 시기, 그는 SNS에 턱걸이 운동 영상을 게시했다. 대중의 분노는 운동 자체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남편으로서 마땅히 보여야 할 사적인 고뇌와, 강인함을 연출하는 공적인 자기 과시 사이의 부조화에 대한 것이었다.
아마 그는 아내와 고통을 함께 나누는 모습보다, 역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욕구가 더 강했을 것이다.
비판에 대한 그의 반응은 더욱 놀랍다. 그는 성찰 대신, ‘친구 공개’ 영상이 언론에 유출된 것에 대해 “매우 불쾌하다”며 분노했다. 이는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친 영향(죄책감)보다, 자신의 이미지가 훼손된 것(수치심)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르시시스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나아가 그는 지지자들의 ‘턱걸이 챌린지’ 영상을 공유하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지지자들에 대한 충성도 테스트로 변질시켰다. 이는 타인을 착취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나르시시즘적 대인관계의 한 단면이다.
이 사건은 나르시시스트 지도자가 어떻게 사적 공간을 정치적 무대로 변질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지도자가 이끄는 국가는 필연적으로 그의 개인적인 심리 드라마에 휘말리게 된다. 국가적 현안에 대한 정책적 토론은 지도자의 인격에 대한 국민투표로 전락하고, 공론의 장은 지도자의 자아를 위한 거대한 극장이 되고 만다.
‘조만대장경’ 현상은 단순한 위선을 넘어선다. 이는 규칙은 타인에게만 적용될 뿐, 자신은 예외라는 뿌리 깊은 특권의식의 산물이다. 그는 과거 SNS를 통해 수많은 사안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지만, 그 기준은 하나같이 자신과 자기 진영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이러한 모순은 자기애적 성향의 인물에게 내적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다. 그들의 세계에서 ‘우리 편’의 모든 행동은 대의를 위한 것으로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형 권력자의 자기애적 성향은 공동체를 파괴한다. 비판은 억압되고, 충성만이 미덕이 되며, 국가는 리더 개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 모든 사안을 ‘선 대 악’의 구도로 몰아가며 사회 분열에 기름을 붓고,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리는 사법부와 언론 등 국가 기관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조국 전 장관의 사례는 하나의 경고다. 찬사를 향한 갈증, 충격적인 공감의 부재, 자기 합리화로 점철된 이중잣대는 단순한 정치적 행태가 아니라, 권력을 쥐었을 때 공동체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한 인격의 징후다. 자신감 있는 지도자와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리더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1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서초동집회 모였던 사람들이 아직도 다 자기편일거라고 생각하나봐요
박건웅 작품 공유한거 보니 조국이 자기 사면 비판한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할지 보이더군요
자기가 진짜 우리의 조국인 줄 아나봐요 ㅋ
좋은 분석 기사 감사합니다
분석을 보니 이해가 되네요.
철봉사진 보면서 도무지 이해가 안 갔는데 나르시시스트의 대마왕이었기에 가능한 거였어요 에구...
불쾌함을 넘어 위험한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ㅎㅎㅎㅎ 적확합니다
한심한 인간땜시 스트레스 받는게 넘 힘들다~~
어휴 역겨운 인간!!! 내가 조국 집회에 나갔었다니 ㅠㅠ
윤석열이 큰 일했네
조철봉이.. 뼈속까지 남 위에 있는 부르조아!!
쉽게 말해 미친놈이 권력 잡으면 다 죽음.
내가 저런거 때문에 그추운날...아휴..
내가 저런거 때문에 그추운날...아휴..
저 역겨운 지점을 본인은 끝까지 모를 것 같네요.
지금에 와서보면 조국은 본래 저런사람이었는데 왜몰랐을까... 지금은 왜 치가 떨릴 정도로 싫을까.... 나르들에게 몇년은 놀아난기분...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