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노란 봉투법'을 두고 "일단 해보고 부작용이 생기면 고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뭇매를 맞고 있다. 국가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법을 '실험' 대상으로 삼겠다는 발상에 국민은 경악했다. 그로서는 조금 억울할지 모르겠다. 지금은 모른 척 김용범 실장 뒤에서 함구하고 있지만 사실 이 황당하고 무책임한 논리의 '원조'가 바로 이재명 대통령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래픽 : 박주현 경제 실험의 결과가 '문제가 심각하다' 라는 평가가 나오면 바로 고칠 수 있는건가?
시간을 정확히 2023년 2월 15일로 되돌려보자.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그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기자들 앞에 선 자리에서, 노란봉투법의 부작용 우려에 대해 똑같은 말을 했다. "세상에 부작용 없는 약이 어디 있나", "문제가 심각하면 그때 또 고치면 된다"고 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이 발언을 보도했던 수많은 기사 원문이 지금은 대부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는 사실이다. 진실을 지우려는 시도일지 모르나, 인터넷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이 발언은 그의 국정 운영 방식의 본질, 즉 '철학의 부재'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남았다.
그의 태세 전환은 단순한 '말 바꾸기'가 아니라, 바로 이 '철학 없음'에서 비롯되는 필연적 귀결이다. 위안부 합의가 그렇다. 야당 시절엔 거리의 투사처럼 "매국"이라 외치며 정권 공격의 날카로운 무기로 삼더니, 대통령이 되어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현실적 필요 앞에서는 "국가 간 약속"이라는 말을 꺼내 든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 "세금 도둑", "눈먼 돈"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는 어떤가. 자신이 그 자리에 앉자마자 "국정 운영의 필수 경비"로 둔갑했다. 민간기업에서 사고만 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기업 오너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세우던 그다. 그러나 정작 100% 정부 지분으로 자신이 최종 책임자인 코레일의 비극 앞에서는 입을 굳게 닫았다. 그가 외치던 '정의'는 공격할 상대가 있을 때만 유효한 것인가.
결국 이 모든 것은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그의 모든 발언과 행동은 국가의 미래나 국민의 삶이라는 일관된 철학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오직 상대를 쓰러뜨리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상황에 따른 '정치적 도구'였을 뿐이다. 필요가 다하면 언제든 버릴 수 있는 구호들이었던 셈이다. 이것이 바로 철학 없이 상대를 공격하고 분노를 자극하는 방식으로만 살아남은 정치 기술자의 초라한 현실이다.
더 큰 비극은 그의 '철학 없음'이 이제 대통령 개인을 넘어 정부 전체의 기조가 되어 국가를 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리더가 이끄는 대한민국호(號)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국민은 불안하다.
아마 퇴임때가 되어 온갖 실험이 엉망으로 끝나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너희들이 뽑아놓고 나보러 뭐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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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9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어쩌라고 대통령
애들 장난도 아니고 정말..
저런게 대통령이 되서는 나라를...어휴
내로남블 끝판왕..
이로남불!!
죽어나는 건 국민들이죠ㅠㅠ
저런 인간을 뽑은 인간들. 범죄자가 나라를 번창하게 만든다고
철학 없는 자가 권력욕만 남아 나라를 망치고 있네요. 정말 큰릴이에요.
나라 말아먹는 놈들만 득실거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