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남자가 있다. 그는 여자친구에게 근사한 저녁을 대접해 ‘유능함’을 과시하고 싶었다. 메뉴는 세 가지. 메인인 미국식 스테이크, 곁들일 일본식 파스타, 그리고 드레싱이 중요한 중국식 샐러드. 그는 자신만만하게 세 개의 화구에 불을 동시에 켠다. 하지만 곧 주방은 재앙의 현장으로 변한다. 스테이크의 굽기를 조절하려다 파스타 삶을 시간을 놓치고, 허둥지둥 파스타를 건지려다 샐러드에 엉뚱한 소스를 들이붓는다. 결국 그의 앞에는 시커멓게 타버린 스테이크, 퉁퉁 불어터진 파스타, 정체불명의 소스에 절여진 샐러드만이 덩그러니 놓인다.
그래픽 : 박주현 초보일때는 한 번에 하나씩 해결하면서 나가는 게 정석이다
이 우스꽝스럽고도 처참한 풍경이 지금 대한민국의 외교 무대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초보 요리사는 한미일중(韓美日中)이라는 네 개의 화구를 동시에 다룰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그 서툰 연출의 결과는 외교적 재앙이다.
그제 오후, 인터넷은 잠시 술렁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방미가 아무리 ‘실무 방문’으로 격하되었다지만, 국빈용 숙소인 블레어하우스조차 제공받지 못할 것이라는 뉴스가 몇몇 언론사를 통해 쏟아져 나왔다. 동맹국 정상에 대한 이례적인 홀대. 그 자체로 충격적인 뉴스였다. 그런데 더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그 뉴스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사라지는 마법이 펼쳐진 것이다. 마치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인터넷 기록을 삭제하기라도 한 것처럼.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처럼, ‘불편한 진실’의 흔적은 곳곳에 남았다. 사라진 뉴스는 역설적으로 그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강력한 심증을 남겼다.
이 기묘한 해프닝은 단순한 가십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재명 정부의 외교가 얼마나 총체적인 난맥상에 빠져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다. 파국의 근원은 단순한 무능을 넘어선, 뿌리 깊은 ‘과시욕’에 있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유능한’척 과 ‘속도전’을 자신의 브랜드로 내세웠다. 유독 외교 무대에서는 다른 분야에 비해 더 마뜩잖은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이었을까. 한미정상회담이라는 가장 중요한 과제 하나도 제대로 풀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한일정상회담이라는 까다로운 변수를 끼워 넣었다. 그 동기는 어쩌면 하나였을지 모른다. ‘나는 전임자들과 다르다, 꽉 막힌 한일관계도 단숨에 풀어내는 유능한 대통령’이라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싶었던 것.
하지만 외교는 무대극이 아니다. 상식의 궤도를 이탈한 결정은 반드시 파열음을 낸다.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는 한일정상회담을 굳이 한미정상회담 직전에 잡은 것부터가 비상식적이다. 설상가상으로, 회담이 임박했다면 외교부 장관과 산업부 장관은 당연히 도쿄에 머물며 마지막 의제 조율에 사활을 걸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이 어디로 갔는가? 일본이 아닌 미국 워싱턴으로 날아갔다. 이는 ‘일 잘하는 척’ 하려다 뒤에서 터진 문제를 수습하러 간 것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결국 일본에게는 ‘당신들과의 회담은 우리에게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최악의 인상과 실질적 모욕을 안겨주었고, 이제 곧 열릴 한일정상회담은 외교와 산업이라는 핵심 장관들이 모두 빠진 채 열리는 ‘빈 껍데기 회담’으로 전락할 운명에 처했다.
미국과의 신뢰가 왜 흔들리는지는 바로 그 ‘사라진 뉴스’가 답하고 있다. 워싱턴이 이재명 정부에 보내는 ‘불신’의 신호는 단순히 아마추어적 행보에 대한 실망감을 넘어선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외교적 관례를 깨고 첫 방미의 격을 낮춘 이면에는, 훨씬 더 근본적이고 심각한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송금 의혹’이다. 동맹국의 대통령이 적성국에 뒷돈을 댔다는 의혹, 이것은 워싱턴에게 단순한 외교적 결례가 아니라 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안보적 배신’의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국빈급 예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유능한 퍼포먼스’를 위해 벌인 한일회담 끼워넣기 같은 경거망동은, 이들의 시각에 괘씸함이라는 기름을 부었을 뿐이다.
이 와중에 중국을 향한 어설픈 손짓은 화룡점정이다.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파탄 날 위기에 처한 바로 그 순간, 왜 굳이 중국에 특사를 보내 워싱턴을 자극하는가. 아마 대통령은 영화 ‘광해’처럼 양 강대국 사이에서 줄을 타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 줄 기회라 여기고 심취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치기 어린 행동은 미국은 커녕 중국에게도 통하지 않았다. 자신들과의 만남은 일본보다 후 순위로 밀리고 특사의 격마저 흡족하지 않으니, 중국은 당연히 불쾌감을 느끼고 특사의 카운터파트 급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일 잘하는 척’ 하려던 과시욕이 미국에게는 굴욕을 당하고, 일본에는 모욕을 줬으며, 중국은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모든 혼란이 과연 대통령 한 사람의 미숙함 때문일까, 아니면 특정 이념에 사로잡힌 외교안보 라인 전체의 구조적 실패일까. 분명한 것은, 외교를 쇼로 착각하는 순간, 국익은 무대 뒤편의 잿더미로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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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9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팩트가 없는데 계속 찾아보기를.
미국한테 깨져도 다른 나라들과의 외교 성과로 가리려는 줄 알았더니 저런 자신감이 있었단 건가요? 어쨌건 다 망해가는건 사실. 북한도 개무시하죠
그래 그자리에 오르기까진 니맘대로 주물럭 거렸지 능력없는 오만함이 한 국가를 처참히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올게 뻔하다취임 석달도 안돼서 나라곳간 외교 다 털어먹은 역대 최악의 무능정권 1찍들 대가리 박아라
천박함과 싸구려가 드러나도 언론은 침묵하니 지지율이 나오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어서도 새지요
팩트파인더 귀하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경기도지사, 대권을 잡은 지금까지 쇼맨쉽으로 정치하던 인간에게 뭘 기대 하겠나. 아직도 이재명이 일 잘한다는 착각에 빠진 인간들이 50%가 넘으니 통탄할 일이네!
총체적 난국입니다.
올해가 가지전에 나라가 거덜날것 같아 걱정이네요..정곡을 찌르는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명이 울것다. 아주 뼛가루를 내버리는 기사
나라 꼬라지를 보면 너무 참담하고 마음둘 데가 없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이미 침몰하고 폐허가 되어버렸을 대한민국을 누가 어떻게책임을 지고 어떻게 되살려야 할까요 ㅠㅠ
지 쑈 대로 3곳 에서 동시에 가랑이를 길려다가 한곳도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가랭이만 찢어져 너덜너덜 거리는 거죠.
경기동부 성남파 라인들의 철저한 아마츄어 리즘 이겠지요 ㅠㅠ
로긴을 하게 하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정곡을 찌르는 글이네요.
욕심은 태산 같으나 무능해서 불법으로 갈취한 자에게 나라를 맡겼으니
부패하니까 무능하지
이런쇼가 먹힐거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이 정부
범죄리스크가 결국 국가 리스크가 되어
나라를 절단내고있네요.
빠르게 끌어내리지 않으면 정권내내
이어질 무능과 리스크 감추기 쇼 또는
강한 국민탄압만 높아질듯.
이재명식 최악의 유능 코스프레 쇼정치가 결국 대통령까지 가서야 국익 다 날려먹으면서 전 세계에 낱낱이 드러나는군요. 다음 정부 부터는 이런 쓰레기 쇼정치는 사라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