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분노는 단순히 무언가를 갖지 못했을 때가 아니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의 사다리를 눈앞에서 걷어차였을 때 가장 격렬하게 타오른다. 이재명 대통령의 시대가 열린지 채 한 계절도 흐르기 전인데, 부동산 시장에는 벌써 서늘한 절망의 바람이 불고 있다.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성스러운 깃발 아래 휘둘러지는 강력한 대출 규제라는 칼날은, 투기꾼이 아닌 평범한 서민과 청년들의 희망을 먼저 베어내고 있다.
그 첫 번째 칼날은 LTV와 DSR, 이 차가운 약어들로 날아들었다. ‘빚내서 집 살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국가의 선언이다. 월급을 아껴 종잣돈을 마련하고, 은행의 도움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려던 소박한 꿈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 그들의 세계관에서 ‘영끌’은 죄악이고 ‘빚’은 탐욕이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 자산을 형성하고 가족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는 가장 건전한 시민적 욕망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게 걷어차인 사다리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누구였을까. 바로 이 지점에서 정책의 기만성이 드러난다. 논점은 외국인에게 어떠한 ‘특혜’를 주었는가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LTV·DSR 규제가 대한민국 금융기관의 대출 총량을 옥죄는 방식이라, 애초에 원화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부자, 특히 막대한 자본을 해외에서 직접 들여오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건축물(아파트, 주택 등) 거래량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중에서도 중국인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그들이 이 규제의 폭풍 속에서 어떻게 유유히 쇼핑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그들은 우리가 넘어야 할 ‘대출’이라는 허들을 만날 필요조차 없었다.
정부가 내국인의 팔다리를 묶어놓은 사이, 현금 다발을 든 외국인들은 유유히 ‘줍줍’에 나선 것이다. 자국민에게만 가혹한 규제가 결과적으로 외국인 부자들에게는 ‘코리아 부동산 프리미엄 세일’의 초대장이 되어버린 이 참담한 역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공정’의 실체다.
그래픽 : 박주현 그들은 공정과 성장의 사다리를 걷어차인 분노를 표했을 뿐인데 극우로 몰리고 있다.
두 번째 칼날은 ‘전세의 종말’을 겨누었다. 마치 부자들을 응징하는 의식이라도 치루듯 생긴 종합부동산세와 집주인의 손발을 묶는 임대차 3법의 조합은 필연적으로 전세 소멸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과거 집주인에게 전세란, 보증금 이자로 자신의 대출 이자와 세금을 충당하는 안정적 자산 운용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제 폭등한 보유세는 그 이자 수익을 아득히 넘어선다. 심지어 계약갱신청구권은 최소 4년간 집주인의 재산권을 제약한다. 수익은 막히고 비용은 폭증하는 이 기묘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유일한 탈출구는 매달 현금을 쥘 수 있는 ‘월세’뿐이다.
결국 자칭 진보 정부는 전세 공급을 말려버렸고, 그 많던 전세 매물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종잣돈을 모아 전세 사다리를 밟고 내 집으로 올라서려던 청년들의 꿈은, 이제 매달 통장에서 불타 사라지는 월세 연기와 함께 희미해진다.
그리고 이 명백한 현실을 직시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순간, ‘극우’라는 낙인이 찍힌다. ‘부모 찬스’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려는 정당한 노력이, 빼앗긴 기회에 대한 당연한 분노가, 그들의 언어 속에서는 이기적인 자들의 불평으로 둔갑한다. 유시민이 2030 남성들의 절규를 ‘쓰레기’라 칭했던 그 오만함의 연장선이다.
이 경제적 참극이 조국 사태의 기억과 겹쳐질 때, 2030의 분노는 비등점을 넘어선다. 자신들의 자녀에게는 온갖 편법으로 ‘입시 사다리’를 놓아주던 그들. 다름아닌 바로 그 조국이 2030을 향해 극우라 지칭했다.
결국 그들이 말하는 ‘극우’란, ‘그들처럼 살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석 달 만에 우리는 명확히 보았다. 그들이 걷어차는 것은 투기꾼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미래이며, 그들이 지키려는 것은 서민의 삶이 아니라 그들만의 철옹성이라는 것을. 사다리는 이미 걷어차였다. 이제 성벽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그들은, 아마 이렇게 묻고 있을 것이다. 아직도 불만이 남았느냐고. 너희, 혹시 내란세력이냐고 아니면 극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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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내란, 극우. 정말 두려운 말인데 그 의미를 오염시켰어요. 이제 진짜 극우 세력은 뭐라 불러야 할까요.
좋은 기사 꼭 필요한 기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자기하고 조금만 틀려도 극우딱지. 만만한 여자 연예인에게 개념 딱지 붙이고 몰아가기. 윤석열에 대한 문제 얘기하면 내란동조세력.
그러네요.
마자요
자기가 뭐라고 자기 비판하면 극우라는 건지 아주 오만해요
대권을 꿈꾸는 자가 저런 말 하기도 쉽지 않은데 국민을 진짜 개돼지로 보는듯요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