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전현희 총괄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전현희 의원이 미국 내 한국인 근로자 억류 사태를 두고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탓했다. 그 주장이 얼마나 사실을 왜곡하고 양심을 저버린 이야기인지, 명확한 팩트를 통해 명명백백히 들여다보자.
팩트의 시작은 18년 전, 바로 그 협상 테이블에 있던 당사자의 증언에서 출발한다.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김현종이 자신의 저서에서 밝혔듯, 2007년 한미 FTA 타결 당시 한국은 미국 행정부로부터 ‘한국인 전용 전문직 비자 입법을 적극 지원한다’는 공식 서한을 받아냈다. 이는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다. FTA를 체결한 뒤 1~2년 안에 별도 비자 쿼터를 받는 것은 국제적 관행이었다. 실제로 호주는 연간 1만 500명, 싱가포르는 5400명, 칠레는 1400명의 자국민을 위한 전용 비자를 일찌감치 확보했다. 우리에겐 그들과 같이 국익을 실현할 ‘골든타임’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그 기회를 걷어찬 장본인이 바로 지금의 집권 세력, 민주당이다. 2008년 당시 야당이던 그들은 국회에 최루탄까지 터뜨리는 폭력적 방식으로 FTA 비준을 4년간 가로막았다. 그 사이 미국도 정권이 교체되어 서한은 종잇장이 되어버렸고, 결국 2011년이 되어서야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단독으로 국회 비준을 통과했다. 나라의 미래가 걸린 약속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 발목을 잡는 동안, 비자 확보를 위한 외교 동력은 완전히 소실됐다. 이것이 지금 사태를 낳은 모든 문제의 뿌리이자 원죄(原罪)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주장할 것인가?
전정권을 탓하는 논리가 얼마나 초라하고 빈약한지 생각해 보면, 윤석열 정권도 여러 차례 미 의원접견과 외교장관의 노력에도 해결하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그건 문재인 정권도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이다. 다만 국민들은 매번 반복되는 ‘전정권 탓’를 비난하는 것이다.
칠레라고 농업이 없고, 호주라고 진보 세력이 없겠는가. 그러나 국가 간 맺은 중대 합의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 그 이행을 폭력적으로 가로막은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그렇게 국익 확보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세력이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모습은 자가당착이다. 지금의 사태는 어느 한 정부의 ‘무능’ 탓이 아니라, 18년 전 국익보다 정쟁을 앞세운 그릇된 ‘선택’이 낳은 예고된 결과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몇 십 년을 지지했던 민주당 파면 팔 수록 혐오스럽네요.
진영에 갇혀 속아 산 세월이 참 억울하네요. 저런 무능하고 뻔뻔한 자들이었는 줄도 모르고.
팩트체크 감사합니다
팩트체크 감사합니다. 몰랐던 건데 역시....
팩트체크 감사합니다
앗..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