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박주현 뭘해도 안 되는 집구석
‘뭘 해도 안 되는 집구석’이 있다. 그 집구석은 이렇다. 가장 믿을만하고 의지가 되던 이웃과는 등을 지고 동네 건달과 어울리며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집에 불이 나 대들보가 타들어가는데, 가장이라는 사람은 태평하게 잔치에 가서 웃고 떠든다. 돈 버는 식구들의 팔다리를 꺾는 것도 모자라, 귀한 손님을 모셔놓고 그 앞에서 식구들 멱살을 잡고 망신을 준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집구석이 딱 그 꼴이다. 그리고 10월 말 열릴 경주 APEC 정상회의는, 이 망해가는 집의 처참한 실체를 전 세계만방에 공개하는 ‘국제 망신’의 무대가 되지나 않을까 사뭇 긴장된다.
첫째, APEC은 이재명 정부 외교의 ‘공식 사망선고’ 현장?.
이 정부는 한미동맹이라는 대한민국의 가장 튼튼한 외교적 자산을 내팽개치고,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허울 아래 위험천만한 친중 노선을 걸어왔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핵심 동맹국의 정상인 트럼프 대통령은 주최국인 한국을 1박 2일 스치듯 지나고, 일본에서는 사흘을 머무는 노골적인 ‘코리아 패싱’ 일정을 이미 밝혔다. APEC 공식일정은 거의 불참이 확실시되고, 참여한다 해도 어느 정도 소화할지 미지수다. 회의장에서 전 세계는 텅 빈 의자를 보거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대통령의 초라한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될까 걱정이다. 이는 이념에 눈이 멀어 국익이라는 현실을 외면한 외교가 어떤 파국을 맞는지 보여주는 가장 잔인한 전시가 될 것이다.
둘째, APEC의 화려한 무대를 과연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을까?.
국가의 ‘디지털 뇌’에 해당하는 데이터센터가 화재로 전소되는 국가적 재난이 터졌다. 국가 시스템의 심장이 멎은 그 심각한 순간, 대통령 내외는 한가롭게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웃고 있었다. 이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넘어, 국가 위기 상황에 대한 최고 지도자의 인식 자체가 마비됐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증거다. 이런 나라가 과연 수십 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행사를 빈틈없이 치를 수 있겠는가. APEC을 찾은 각국 정상과 외신들은 겉만 번지르르할 뿐, 속으로는 국가 운영의 기본과 기강이 완전히 붕괴한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게 될까 시간이 다가올수록 초조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셋째, APEC을 찾은 세계 경제인들이 지켜볼 ‘기업의 무덤’으로 변한 한국의 현실.
사진 : APEC CEO SUMMIT 의 공식 의장인 최태원 회장은 행사 개막일 국정감사 출석요구를 받았다이 파국의 정점은 단연 경제다. 강성 노조의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주고 기업의 손발을 묶는 노란봉투법, 외국 투기자본이나 ‘슈퍼 개미’에게 사실상 경영권의 칼자루를 쥐여주는 상법 개정 등으로 이미 기업 생태계를 질식시켜 온 이 정부는, APEC이라는 세계적 무대를 빌려 그 광기(狂氣)의 절정을 전 세계에 과시할 참이다.
상상해 보라. 세계 유수의 기업 총수들과 투자자들이 수십, 수백억 달러의 투자를 논의하기 위해 대한민국을 찾는다.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혁신에 대한 비전과 안정적인 투자 환경에 대한 확신이다. 그러나 그들이 비행기에서 내려 실제로 목격하게 될 것은 무엇인가? APEC CEO 서밋의 공식 의장이자 주최 측의 핵심 책임자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필두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200명에 달하는 기업 총수들이 APEC 기간과 정확히 겹치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무더기 소환된 것이다. 정치인들의 호통과 카메라 플래시 속에서, 기업가 정신은 죄악시되고 경영 활동은 심문당하는 장면을 라이브로 관람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APEC은 한국이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증명할 무대가 아니다. 오히려 국가 권력이 앞장서서 기업을 적대하고,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을 넘어 아예 분질러 버리는 ‘규제와 정쟁의 지옥’ 임을, 우리 스스로 막대한 돈을 들여 전 세계에 생중계하는 거대한 ‘자해 퍼포먼스(self-harm performance)’가 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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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정말 미쳐버리겠어요
국제적인 행사를 잘치를지 심히 걱정되네요ㅡㅡ
apec 한숨납니다
기사 감사합니다
역사는 굴러가고 뒤로 가기도 한다면서요, 참을성에 한계가 오지만, 다시 제대로 굴러갈 날이 있기를 기다려야 겠지요. 그때까지 체력을 길러야 겠지요? 그 날이 오기를 .....
암울해서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재명 정부 망하거나 말거나이지만
제발 핑계 없는 행사로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 앞서는 건
대한민국 국민이가 때문이겠지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