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 준비로 출입통제 중인 턱틀라 사원 안치실 (프놈펜=연합뉴스)
이번 주가 마지막 골든타임.
이것은 비유가 아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비웃듯, 이들은 거점을 통째로 옮기거나 잡혀 있는 청년들을 국경 너머 더 악랄한 미얀마, 라오스 조직에 팔아넘길 준비를 마쳤다. 이번 주가 지나면 생존자들은 깊은 정글 속으로 흩어져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마치 바퀴벌레 소굴을 들췄을 때, 재빠른 어미들은 이미 흩어지고 미처 부화하지 못한 흰 알들만 무력하게 남아있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마지막 경고다.
왜 하필 한국인인가. 범죄 조직의 대답은 서늘하고 명료하다. “중국 인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면 사형이다.” 그 한 문장에 모든 계산이 담겨 있다. 그들은 두려운 국가의 국민은 건드리지 않는다. 그들의 범죄는 치밀한 계산 아래 이뤄진다. 어느 국가가 자국민의 안위에 둔감한지, 어느 국민의 목숨값이 더 헐값으로 취급되는지, 그들은 정확히 알고 있다. 한국인을 목표로 삼는 것은, 그들이 한국 정부의 대응을 ‘지나가는 태풍’으로 여기고, 우리를 “금방 잊어버리는 개돼지”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한 모욕이 아니라, 그들이 수많은 경험을 통해 학습한 데이터 기반의 결론이다.
국민적 분노가 들끓자, 국가는 비로소 움직이는 듯 보였다. 대통령은 ‘가용 자원 총동원’을 지시했고, 외교부와 경찰의 고위급 인사들로 구성된 ‘정부합동대응팀’이 현지로 급파됐다. 양국 간 합동 TF를 구성하고, 범죄 연루자 64명을 전세기로 송환하는 모습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서류상으로 모든 것은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다르다. 합동대응팀이 방문한 곳은 범죄자들이 이미 떠난 텅 빈 건물이었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송환 작전’은 구출이 시급한 피해자가 아니라 이미 현지 경찰에 구금되어 있던 범죄 혐의자들이었다. 정작 구해야 할 피해자들은 이 소란 속에 더 깊은 곳으로 팔려나가는 ‘풍선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현지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할 대사는 수개월째 공석이었다. ‘총력 대응’이라는 구호는 요란했지만, 그 실체는 공허했다.
국가가 부재한 곳에서, 이름 없는 개인들이 서로에게 국가가 되어주었다. 편도 티켓 한 장 들고 프놈펜으로 향하던 10대 청년을 필사적으로 막아선 대한항공 직원. 낯선 땅에서 탈출한 탈북 청년의 귀국을 위해 자기 주머니를 털어 비행기 표를 사준 교민들. 그들은 다만, 위기에 처한 동포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인간의 도리임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사진 : 정부의 대응을 비웃듯 현재도 캄보디아 유인책등은 경찰에게 핑계를 대는 방식을 알려주고 있다.
정부가 ‘보여주기식 대응’에 골몰하는 사이, 비극의 증거는 프놈펜의 한 사원에서 조용히 쌓여가고 있었다. 야간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박 씨. 그는 같은 대학 선배에게 속아 캄보디아로 갔고, 고문 끝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의 시신이 화장된 바로 그곳, 차가운 냉동 안치실에 한국인 남성의 시신 3구가 더 누워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들의 사인은 모두 똑같다. ‘심장마비’. 현지에서는 돈으로 사인을 바꾸는 일이 흔하다는 증언이 나오지만, 대사관은 “범죄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간다. 이번 주가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캄보디아의 어딘가에서는 한 청년이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잠시 분노하고, 잠시 슬퍼하다, 이내 모든 것을 잊고 살아갈 것인가. 범죄자들의 조롱섞인 예언대로 ‘개돼지’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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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필요할때나 청년 찾지.. 이 정부 존재의 이유는 대통령 사법 방탄 뿐인가요.
너무 화나고 눈물나네요. 그 수많은 청년들을 나라가 방치하다니요...
한국인들은 국내에서도 개돼지 취급 받는데, 이젠 해외에서까지도 똑같은 취급을 받는군요. 이게 나라인지. 대텅은 제 범죄 혐의 없애는데 혈안이 돼 있고, 정부와 여당은 구출쇼만 하고 있고,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