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국가안보실장, 현황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오늘은 배우 故 김수미의 1주기다. 공교롭게도, 스크린 속에서 “입만 열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와!”라며 포효하던 그의 일갈이 섬뜩한 예언처럼 들리는 하루다. 그의 질타가 향해야 할 곳은 스크린 속 인물이 아니라, 지금 용산과 대통령실을 차지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일 것이다.
이 부조리극의 막은 지난 7월, 정부가 ‘완벽한 타결’이라며 축포를 쏘아 올린 그 순간부터 이미 비극이었다. 당시 정부는 ‘농축산물 추가 개방은 없었다’는 전제 하에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지구 반대편 백악관에서는 “한국이 쌀과 같은 미국산 제품에 역사적인 시장 접근권을 제공할 것”이라는, 전혀 다른 현실을 공표하고 있었다. 시작부터, 바로 그 첫날부터 같은 협상을 두고 나온 두 개의 목소리는 서로를 겨누는 총구와 같았다. 둘 중 하나는 명백한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았다. 얼마 뒤, 정상회담의 결과물에 정작 가장 중요한 관세 관련 ‘서면 합의문’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이 황당한 부재(不在)를 덮기 위해 희대의 궤변을 내놓는다. “합의문조차 필요 없을 만큼 완벽한 회담이었다.” 실패의 증거인 ‘합의문 없음’을 ‘완벽함의 상징’으로 둔갑시키려는 이 기만적인 언어는, 이 정부의 국정 운영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한 달 뒤, 이재명 대통령이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요구를 들었다면 탄핵감”이었다는 섬뜩한 고백을 내놓음으로써, 거짓말을 한 쪽이 누구였는지 스스로 자인한 셈이 되었다. 국민을 향해 터뜨렸던 축포는, 사실 자신들의 실패를 감추기 위한 기만과 허세의 연막탄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런 식의 말 바꾸기는 외교 무대를 넘어 경제 정책의 심장부에서도 반복되었다. 고환율로 시장의 불안이 극에 달했던 지난 9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시장에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 경제 수장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없다”고 정반대의 말을 했다. 단기적인 시장 안정을 위해 일단 거짓말부터 던지고 보는 그 저열한 습성이 또다시 반복된 것이다.
거짓말의 사슬은 집요하게 이어졌다. 10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국회에서 “농산물 관련해 유일하게 새로 들은 것은 대두”라고 실토했다. 이는 ‘농축산물 협상은 없었다’던 7월의 대국민 약속이 완전한 거짓이었음을 정부 스스로가 인정한, 두 번째 자백이었다. 하지만 이 코미디의 절정은 여기서 시작된다. 불과 일주일 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정감사장에서 “대두와 관련한 구체적인 요구는 없었다”고 또다시 말을 뒤집은 것이다. 이제 그들은 외부의 비판에 반박하는 것을 넘어, 일주일 전 청와대 동료의 발언마저 정면으로 부정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부처 간 엇박자가 아니다. 거짓말이 처벌받기는커녕 임기응변의 유능함으로 포장되는 청와대의 병든 조직 문화, 거짓이 시스템적으로 체화된 총체적 붕괴의 증거다.
이 모든 혼란의 정점에는 리더십의 완전한 부재, 즉 이재명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은 이 난맥상을 조정하기는커녕, ‘타결’과 ‘탄핵’ 사이를 오가는 애매한 언어로 혼란을 증폭시키는 주역이 되었다. 시스템이 붕괴하고 거짓이 일상화되는데도 침묵하고 방관하는 리더,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마주한 위기의 본질이다.
진실은 단 하나다. 그들은 무능했고, 지금도 무능하며, 그 무능을 감추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모른척하는 언론과 국민들이 더 무섭습니다.
미약하지만 원고료 보냅니다.
오늘만 사는 정부
오죽하면 리짜이밍 별명이 입벌구일까
거짓말을 또 다른 거짓말로 덮는 정부.
그래서 입벌구 범죄자는 안 된다고 그렇게 얘기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