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보도에서 삭제한 대목 일부. 사진=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
'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유물 같았던 그 단어를 굳이 먼지 쌓인 창고에서 꺼내 든 의도는 명백하다. 비판을 비판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반역’의 프레임을 씌워 논의의 장 자체를 파괴하겠다는 선언이다. 풍자의 본질은 권력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불편함은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척결의 대상’이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행위와 동일선상에 놓는 오만함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더욱 분석해볼 지점은 YTN의 ‘자발적 복종’이다. 이는 정당의 압박에 못 이긴 수동적 굴복이 아니다. 미래에 닥쳐올지 모를 유무형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지극히 계산적인 자기검열 시스템의 작동이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묘사했듯, 가장 효율적인 통제는 외부의 감시가 아니라 스스로의 머릿속에 심어진 내부 감시관이다. YTN은 ‘국기문란’이라는 네 글자 앞에서, 다른 모든 언론사를 향해 ‘가장 안전한 길’이 무엇인지를 몸소 증명해 보였다. 이제 방송사들은 알아서 ‘위험한’ 아이템을 거르고, ‘불편한’ 인물을 배제하며, ‘안전한’ 방송만을 만들 것이다. 이것이 바로 1980년대 ‘보도지침’의 21세기 버전, ‘보이지 않는 보도지침’의 실체다.
법적 절차를 통한 제재는 번거롭다. 판결을 기다려야 하고, 여론의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정당이 직접 ‘국기문란’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리면 과정은 단순해진다. 언론사는 사회적 생매장의 공포 앞에서 스스로 무릎을 꿇는다. 이는 법치주의를 우회하는 가장 폭력적인 방식이자, 민주주의 시스템의 근간을 파괴하는 행위다. 그들은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을 YTN이 조장한다고 비난했지만, 정작 법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언론사를 겁박함으로써 사법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것은 바로 자신들이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그토록 수호하려는 ‘민주’란 대체 무엇인가. 혹시 그것은 전두환의 ‘민주정의당’이나 북한의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처럼, 이름에만 존재하고 실체는 없는, 비판과 반대를 용납하지 않는 통제와 억압을 위한 수사는 아닌가. 진실을 감지하는 사회의 신경망을 한 가닥씩 끊어내는 이 기이한 풍경 속에서, 그런 의심은 점점 확신이 되어간다.
이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칼럼 하나를 썼다는 이유로 집권당의 고발을 받고 경찰서에 앉아 있어야 했던 나로서는, 거대한 방송사가 자발적으로 백기를 드는 이 기이한 풍경 앞에서 서늘한 두려움을 느낀다. 개인의 입에 물리려던 재갈이, 이제는 사회 전체의 목을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바람보다 먼저 눕는 언론들
한심하네요. 언론이 언론이길 포기했군요
남북한이 한민족은 맞는 듯. 민주주의란 탈을 쓰고서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공무 사찰 등 당정이 독재를 하는 데도 지지율이 높게 나오니... 저주 받은 한반도
이래서 ytn 보기 싫은데 공공 장소엔 꼭 저 방송을 틀더군요
부모님이 민주당보고 공산주의라는거 되게 듣기 싫어서 싸웠었는데ㅋㅋㅋ 진심 공산주의다...
사람들이 정말 모르고 있는 걸까요?
이똥과 저들이 말하는 민주는 중국과 북한 권력자들이 휘두르는 권력과 같은 말이 더ㅣㄴ 것 같아요.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