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이 한일 정상회담 참석 일정을 취소하고 미국으로 긴급히 출국하면서, 지난달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조 장관의 방미는 출국 전날 결정돼 직항이 아닌 미국 내 다른 도시를 경유해 워싱턴 D.C.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긴박하게 진행됐다는 이야기다. 표면적으로는 양국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이유로 들었지만, 외교부 장관이 인접국 정상회담을 불참하고 제3국으로 향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봉합된 것으로 알려진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문제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일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고 바로 미국으로 떠난 조현 외교부장관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30일, 정부는 미국의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약속하는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쌀, 소고기 등 민감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 타결 직후 "한국이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혀 논란을 촉발했다. 양측의 발표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당시 정부가 국내 여론을 의식해 미국의 요구를 축소 발표했거나 추가적인 양보 약속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 장관의 이번 방미는 이 발표 내용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긴급 처방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외교 정책의 핵심 기조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 요구는 해당 기조를 시험하는 첫 번째 중대 시험대가 되고 있다. 굳건한 한미동맹 유지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도, 당장 국내 농가의 생존과 직결된 통상 현안에서 국익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동맹 관계 유지를 위해 민감한 경제 현안에서 양보를 거듭할 경우, '실용 외교'라는 구호는 결국 미국의 국익에 복무하는 수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현 장관의 방미에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외교·통상 라인의 핵심 인사들이 연이어 미국을 찾은 것은 이번 사안의 시급성과 중대성을 방증한다. 이는 단순히 정상회담 의제 조율 차원을 넘어, 관세 협상 타결 이후 미국의 추가적인 요구가 구체적이고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외교·통상 라인을 총동원해 미국 설득에 나선 모양새지만, 이는 역으로 한국이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김남훈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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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행. 최대행이 FTA 지속하는 협상하려 할때 탄핵까지 남발하며 저지하더니 트럼프의 관세폭탄을 막을 대안도 없이 그랬었다는 것이 더 화가 나네요 나라의 미래를 위해 당보다 국가가 먼저라는 이낙연전총리 말씀처럼 여야를 떠나 협치로 미국의 인맥을 총동원했었다면 타결될 수 있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똥줄타긋네
기사 잘 읽었습니다
손톱 물어뜯으며 안절부절한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