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강훈식 비서실장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회견, 그중에서도 에너지와 첨단기술 비전에 대한 발언은 대한민국이 지금 2025년이 맞는지 의심케 했다. AI 혁명이 세상을 초 단위로 바꾸고 세계가 총성 없는 에너지 전쟁을 벌이는 이 마당에, 대통령이 내놓은 해법은 놀랍게도 '재생에너지'와 '국가 펀드'였다. 미래로 가자는 건가, 과거로 역주행하자는 건가?. 이는 단순한 정책 발표가 아니라, 국가 성장 엔진을 스스로 끄겠다는 '미래 포기 선언'이다.
독일은 '에네르기벤데'라는 거창한 구호 아래 수십 년간 철저히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국가적 재앙에 가까웠다. 안정적인 기저 전력 부족으로 전기료는 유럽 최고 수준으로 폭등했고, 결국 원전 비중이 70%에 달하는 프랑스에서 전력을 수입하는 '에너지 구걸' 신세로 전락했다. 20년간 무려 888조 원의 추가 비용을 쏟아붓고도 탄소 감축 효과는 미미했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수십 년을 준비한 독일마저 이럴진대, 우리는 무엇을 믿고 그 실패의 길로 뛰어들려 하는가.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새만금을 중심으로 서해안에 해상풍력·태양광 벨트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던 바가 있다. 결국 재생에너지의 대부분이 태양광사업이 주를 이룰테지만, 태양광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지정학적 부담을 의식한 탓인지 재생에너지란 용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용어를 바꾼다고 본질이 바뀌는가. 이 기시감은 어디서 오는가. 바로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나라를 뒤흔들었던 '태양광 이권 카르텔'의 망령이 어른거린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권의 태양광 사업 과정에서 수천억 원의 혈세가 불법 대출 등으로 줄줄 샜고, 여의도 140배 면적의 멀쩡한 산림이 파헤쳐졌다. 그야말로 국토 파괴형 토착 비리의 온상이었다. 그리고 그 비리의 중심 무대였던 태양광 사업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영농형 태양광 지원" 법안을 내고, 동생과 아내가 관련되어 태양광 사업으로 청문회때 많은 의혹이 일었던 게 정말 단순한 우연의 일치인가. 국민은 대통령이 말하는 '재생에너지'가 과거의 실패와 이권의 길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의 눈으로 보고 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대통령의 현실 인식 부재다. AI 혁명은 '전기 먹는 하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불과 2년 뒤면 지금의 두 배로 폭증해 일본 전체 사용량과 맞먹을 것이라 경고했다. 반도체 공장과 AI 클러스터는 24시간, 365일 중단 없는 고품질의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돌아가는 국가의 심장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그 해법으로 태양광과 풍력을 내세웠다. 연평균 가동률이 20%도 채 안 되는 태양광은 밤과 궂은 날씨엔 무용지물이다. 풍력이라고 사정이 다른가. 그나마 낫다는 풍력 역시 가동률이 30%를 넘기기 어렵다. 바람은 변덕스럽고, 육상에선 소음과 환경 파괴 문제로 주민 반대에 부딪혀 깃대 하나 꽂기 어렵다. 해상풍력은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긴 건설 기간, 어민들의 생존권 문제가 걸려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그다지 친환경적이지도 않고 탄소배출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대다수 선진국들의 결론이다. 결국 태양과 바람이라는 변덕스러운 자연현상에 국가의 명운을 맡기는 도박과 같다. 밤이 되고 바람이 멎으면 AI와 반도체 공장도 멈추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이것이 정상적인 국정인가.
그리고 국민을 대상으로 한 회견이면 그에 앞서 최소한의 팩트체크는 예의 아닌가? '원전 건설 15년'이란 숫자는 대체 어디서 나왔나. 이는 명백한 사실 왜곡이거나, 세계 1위 K-원전 기술력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다. 국내보다 훨씬 척박한 UAE 사막에 지어 세계의 찬사를 받은 바라카 원전의 평균 건설 기간은 7.9년에 불과했다. 그것도 코로나 팬데믹이란 인력난, 물류난 속에서도 세계 최단 공기 기록을 세웠다. 대통령의 '15년' 발언은 우리의 위대한 성취를 스스로 폄훼하고 국민을 호도하는 자해행위 아닌가. SMR이 "기술 개발이 안 됐다"는 단정 역시 마찬가지다. 바로 옆 중국은 이미 상업용 SMR을 돌리고 있고, 빌 게이츠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뛰고 있다. 세상이 저만치 달리는데 우리 리더만 눈과 귀를 닫고 있다.
AI·반도체같은 첨단산업에 150조를 쏟아붓겠다는 발상은, 개발독재 시절의 유물인 '관치금융'을 무덤에서 파낸 것이다. 정부가 '승자'를 점지하던 '선택과 집중'은 추격자(Fast Follower) 시대의 낡은 공식일 뿐, AI처럼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선도자(First Mover) 산업의 본질과는 맞지 않는다.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어느 땅에서 금맥이 터질 줄 알고 국민의 노후 자금인 연기금에까지 손을 댄단 말인가. 정부는 정답을 알 수도, 알아서도 안 된다.
역사는 이미 그 실패를 증명했다. 경쟁력 잃은 자동차 산업을 살리려다 공중분해된 영국의 브리티시 레일랜드, 천문학적 적자만 남긴 유럽의 콩코드 여객기가 그 산증인이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마음껏 뛸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지, 직접 선수나 심판으로 나서 시장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활발한 산업의 발전을 원하는 정부라면 차라리 기업의 목줄을 쥐고 흔드는 상법개정안이나 노란봉투법이나 재고하길 바란다.
결국 대통령의 100일 구상은 에너지와 산업, 두 축에서 모두 대한민국을 '갈라파고스'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세계는 AI 혁명을 위해 원자력으로 회귀하고 민간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는데, 우리는 태양광이란 낡은 깃발 아래 국가 개입이란 과거의 방식으로 퇴행하고 있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원전마피아로 몰아야 태양광 조폭들이 한 탕 크게 해묵죠
이재명이 아는건 포플리즘으로 국가를 등쳐먹는 도둑질밖에 모른다네요.
절대 그럴 리가 없는 자. 왜냐하면 저만 잘났고, 자신의 잘못, 부족함을 인정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아는 종류의 종자인지라. 나라만 거덜나고 애꿎은 국민들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겠죠.
독일을 위사하여 스페인 이탈리아..등의 서유럽 국가들이 넓은 영토, 풍부한 일조량 강점으로 태양광 밀어 붙었지만 국내 밸류체인이 값싼 중국산의 물량공세에 모두 붕괴되고 효율도 떨어지고 남아돌아 싸리문 대신 담장으로 쓰이고 있죠. 이걸 따라 한다고 얼어죽을~
무식한게 신념을 가지는게 제일 무서운거라고.. 했던가요...
맞는 말씀이에요.
가만히 좀 있어라.
하지만 그자에겐 제일 어려운 일이겠죠.
옳으신 말씀
그러나 자기만 옳은데다
독선적 종족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