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10. 4.

[김변] 누가 그들을 지뢰밭으로 보냈나

사악함이 무능함을 가리지 않게

이번 지뢰사고는 수색로 '개척' 중에 발생했다. 기존에 다니던 수색로가 아닌 새로운 길을 만들다가 발생한 사고라는 것이다. 수색로를 벗어난 지대(미개척 지대)는 지뢰밭이다. 대개 줄을 치고 삼각형 지뢰지대 표시로 구분한다. 미개척지는 언제 매설되었고 얼마나 많은지 모를 지뢰의 잠재적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한국전쟁을 거친 후 60·70년대 대량으로 매설되었고 비행기로 뿌렸다는 말도 있다. 수량과 위치 파악이 안 되는 지뢰들이 남북에 걸쳐 다량 존재한다. 그래서 검증된 수색로 이외에는 지뢰지대로 구분해 둔 것이다. 이렇게 냉전의 상흔은 잔존지뢰를 통해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 진행형인 것이다. 철책근무를 할 때 동료끼리 나눴던 대화가 있다. 통일이 되어도 이 지역 지뢰를 다 제거하려면 몇십 년은 더 걸릴 거라고. 통일 후에도 한동안 지뢰사고가 발생할 거라고.


[김변] 누가 그들을 지뢰밭으로 보냈나


이렇게 수색로가 아닌 미개척지('지뢰지대'라 한다)는 북한이 굳이 내려와 이곳에 지뢰를 매설하지 않더라도 이미 충분히 지뢰사고의 위험이 존재하는 곳이다. 지뢰를 매설하기 위해 들어가다가는 지뢰사고를 당할 수 있다. 즉 지뢰를 매설하는 데 드는 자산과 기회비용이 큰 곳이다.


우리가 몰래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DMZ에 지뢰를 매설한다고 치자. 어디에 매설하겠는가? 북한군이 다니는 수색로에 할 것인가? 아니면 북한도 아직 개척하지 않아 매설 지뢰에 대한 정보가 제한된 잠재적 지뢰밭에 매설할 것인가? 미개척지에 지뢰를 매설한다면 진입로 개척이 필요한데 지뢰매설은커녕 진입로 만들다 날 샌다. 그리고 미래 어느 시점에 북한군이 하필 그곳을 개척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방법이 있는가?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미래에 다녀와야 하나? 이왕 남의 지뢰지대에서 목숨 걸고 매설하는 지뢰인데 현실적 타격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2015년에도 지뢰사고가 있었다. 당시 북한군은 우리의 수색로 통문 인근에 지뢰를 매설했다. 통문은 수색지역을 드나드는 통행문이다. 매번 다니던 길에 새로 지뢰를 심은 것이다. 살상 의도가 명백한 행위다. 도발 목적을 감안하면 매우 상식적인 방법이다. 상대를 타격한다는 목적과 작전상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수색로에 매설하면 된다. 굳이 상대가 다니지 않는 길, 미래 언젠가 개척할 것인지조차 단정할 수 없는 미개척 지역 어딘가에 목숨 걸고 들어가 아까운 지뢰를 매설할 이유는 없다. 물적·인적 투입의 정도를 생각하면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거나(비무장지대 내 무장 작전 등) 남측에 지뢰를 매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살상 의도로 수색로에 지뢰를 매설했음에도 요행히 우리가 피해를 입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은 북한군이 새삼 우리 지역에(심지어 미개척지에) 설치한 지뢰에 당한 것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넘길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 정권이 북한에 약점 잡혀 북의 심기를 살핀다는 하나의 구도에만 갇히게 된다. 이는 이 사건의 의미를 축소하는 것이다. 사악함을 비난하다가 무능함을 가려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사건의 본질은 사악함 못지않은 무능에 있다고 본다.


드러난 조각들이 부자연스러운 이유

왜 평소 다니던 수색로가 아닌 미개척지 진입작전을 하였는지에 대해 군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2025년 9월에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지뢰매설로 추정되는 '지형변화'가 있었다.
  • 2026년 9월 21일 직접 그 현장에 접근해 확인하기 위해 새로운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1년 전 이미 지형변화를 확인한 곳(목표지점)을 1년 뒤에 확인하겠다며 다니지 않던 지뢰지대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 설명이 이상하다는 데는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따질 것은 많지만 아무튼 군의 공식 입장이니 사실이라고 믿어 주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정리된다.

  • 사고지점과 목표지점은 다르다. 목표지점을 가기 위해 진입한 곳이 사고지점이다. 즉,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인근에 지뢰를 매설하였는지 여부는 본 지뢰폭발 사건과 무관하다. 당초 관측으로 북한군이 매설한 것으로 추정한 그 지뢰가 터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목표지점에는 지형변화로 지뢰매설이 추정된다고 했는데, 사고지점 지뢰에 대해서는 지형변화를 발견하지 못했다. 사고지점 지뢰를 기준으로 하면 북한은 지형변화 없는 지뢰매설 기술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당초 관측한, 지뢰매설로 추정된다는 '지형변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1년이 지난 시점에 수색대원들을 위험한 지뢰지대에 진입시킬 정도의 정보가치가 있는 것인가?

  • 군의 발표를 조합하면, 북한의 작전은 군사분계선 인근에 마치 지뢰를 매설한 것과 같은 지형변화를 만들어 놓고 남한에 노출시켰으며, 이에 현혹된 우리 군이 그곳으로 접근하기 위해 그 많은 지뢰지대(진입한 적이 없는) 중 특별히 한 지점을 선택해 진입로를 개척하였고, 북한군은 그 지점을 미리 예측해 지형변화 흔적도 없이 지뢰를 완벽히 매설해 두고 1년을 기다렸다는 것이 된다(이마저 민주당은 이전 정권에서 매설한 것, 즉 지형변화 관측 이전에 이미 매설된 것이라고 하여 일관성이 없다).

외부에 보이는 어떤 현상들은 여러 요인과 변수가 상호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가설에 이를 적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북한 지뢰가 터졌으니 북한이 우리를 공격한 것이다. 간결하다. 하지만 미개척지의 지뢰는 냉전시대에 대량으로 매설되거나 뿌려진 것일 가능성이 높다. 정보가 없어 진입을 하지 않고 구분해 둔 지역이다. 그곳에 진입할 때의 위험부담은 남북이 동일하다.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굳이 상대측 지뢰지대(미개척지대)에 들어갈 이유는 없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매설지역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2015년처럼 아예 통문 인근에 설치하면 가장 확실하다. 내 안전도 확보하고 상대에 대한 타격도 확실하니까.


냉정한 현실

오래도록 방치된 미개척지에 새로 진입하는 경우 이러한 사고 위험은 항상 있다. 실제 지뢰사고는 전방에서 종종 발생한다. 군 복무 당시 내 업무 중 하나가 지뢰사고 사례 전파였다. 지금도 전방에서 매년 지뢰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장관도 밝힌 바 있다. 이렇게 전방은 지속적인 생명의 위협 속에 우리 군인들이 근무하는 곳이다. 당장의 교전이 아니더라도 접경지는 한 발만 엇나가면 지뢰를 밟을 수 있는 위험에 둘러싸인 곳이다. 야생동물이 지뢰를 밟아 터지기도 하고, 봄이면 불을 질러 지뢰를 폭발시키며, 직접 마주하는 상대 초소에 총을 쏘기도 하는 곳이다. 그런 위험 속에 크고 작은 사고로 우리 국민이 다치고 죽는 곳이다. 이러한 엄중한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고는 그러한 위험이 현실화된 사건 중 하나다. 북한의 고도의 작전에 우리 군이 당했다는 거창한 구도보다, 발 하나 조금 더 내밀면 언제든 발생하는 상시적 위험에 우리 군인들이 놓여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인 것이다. 지금도 그곳은 누구나 같은 사고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극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이 정치로 인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사건의 본질 : 무능이 토대, 사악함은 방아쇠

우리 장병의 목숨과 신체 훼손에 대한 책임은 우리 정부에게 있다. 북한의 소행인데 북한 심기를 살핀다는 비판에 몰두하면 우리 정부의 안보무능과 사고 책임을 희석시킬 수 있다.

우리의 안보현실은 어떤가?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대통령은 탈영 의혹이 가득한 방위 출신을 첫 국방부장관으로 임명했다. 코미디다. 군의 주요 인력은 내란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해임되고 처벌받았다. 간첩 잡는 방첩사를 없애고 실탄이 없는 총이나 몽둥이로 경계근무를 하라는 신박한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군사 동맹국인 미국과는 다방면으로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북한도 남한을 우습게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극이다. 도대체 우리나라에 국방정책이란 것이 있는지 의문인 지경이다. 우리는 역사상 유례없는 안보공백과 안보무능 상태에 내몰리고 있다.


이 사건은 그러한 환경에서 발생했다. 우리 군인들은 사고와 안전이 발걸음 하나에 갈리는 위험 속에 투입되어 있다. 정부의 안보무능이 그 예민한 경계를 넘어 잠재적 위험을 현실화시킨 것이다. 목숨이 달린 위험한 작전에 우리 소중한 국민을 투입하면서 제대로 된 안전을 보장해 주지 못했다. 안보무능, 안보무지의 현 정권은 상시적 위험 속에 작전을 펼쳐 온 우리 장병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 주지 못했다. 즉 이 사고는 현 정권의 안보무능을 여실히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우리 군인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정부라는 것이다. 북한 심기를 살피는 슬픈 현실보다 이러한 무능과 무관심, 안보공백이 국가와 국민에게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무능은 무책임으로 이어진다. 이 정권은 이 사고로 인한 우리 국민의 피해보다는 비난의 화살을 어떻게 피할 것인지에 몰두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 다친 장병들에 대한 걱정보다 짜증이 났을 것으로 보인다. 조금이라도 불똥이 튈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이번에도 고스란히 반복되었다. 애써 말을 아끼고 시선을 돌리며 의구심을 키웠다.

여기에 화룡점정이 된 것이 북한에 대한 정권의 비굴함이다.
현 집권세력은 자신의 책임을 다른 곳에 돌리고 회피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런 기질을 감안하면 북한 지뢰 사고에 대해, 그 지뢰가 수십 년 전 묻혔거나 떠내려온 것이든 북한을 비난하고 책임을 돌리는 데 그 진화된 능력을 한껏 발휘했을 법하다. 그런데도 꾹 참는다. 자기들 무능으로 발생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북한과 대립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북한이 대놓고 우리 수색로나 통문에 지뢰를 설치하면 소극적 대응이라도 하는 척을 하겠는데, 이 사건은 자기들이 우리 군인을 보호하지 못한 무능이 크기 때문에 이것으로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기는 더욱 어려운 것이다. 안보무능의 책임과 북한 심기경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에 처한 것이다. 그 처지를 보고 있자니 내가 너무 부끄럽다.


책임이 희석되지 않아야

이번 사고는 우리 지역 비무장지대에서 우리 부대가 미개척지(지뢰지대)에 길을 내면서 발생했다. 우리가 세운 작전을 수행하던 중 발생한 사고다. 작전지 선택도, 부대 투입 시기도, 진입로 개척 방법도 우리가 정했다. 정체 모를 지형변화를 포착했다는 시점부터 1년이 지난 시점이다. 북한군 지뢰라는 이유로 정권의 책임이 희석될 수는 없다. 문제를 면밀히 분석해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 1년 전 정보, 그것도 정보가치에 의문이 드는 불확실한 내용으로 1년 뒤에 수색부대를 미개척지에 투입시키는 작전을 누가 지시하였는지 밝혀 지휘책임을 물어야 한다.

  • 지뢰지대에 투입하는 경우 지켰어야 할 안전조치나 절차를 지켰는지 밝혀야 한다. 통상의 수색로가 아닌 새로운 수색로 개척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작전이다.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고 투입시켰는지 밝혀야 한다.

  • 다른 장비나 로봇 등 대안이 없었는지, 사람을 위험지대에 투입하는 것이 최선이었는지 그 판단의 적절성도 따져 보아야 한다.

북한의 소행인데 정부가 심기를 살핀다는 구도로만 접근하면 위와 같은 근본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미꾸라지 같은 이 정권에게 출구전략 마련의 빌미를 줄 여지도 있어 더욱 유의해야 한다.


뻔뻔한 출구전략을 경계해야

이 뻔뻔한 정권이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출구전략은 지뢰매설 시기에 있다. 북한 지뢰냐 아니냐에 집중해 북한 심기를 왜 살피느냐, 북한에게 왜 반격을 못 하냐에 몰두하면 지뢰매설 시기로 꼼수를 부릴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지뢰매설 시기를 보수정권 때라 우기고 나섰다. 보수정권 때 북한이 내려와 심은 지뢰에 지금 정권의 장병들이 피해를 봤다는 식으로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안보무능의 책임을 져야 할 입장에서 피해자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북한의 심기를 정면으로 건드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안보무능 책임도 희석시키는 것이다.


미개척 지뢰지대에는 북한 지뢰와 우리 지뢰가 혼재되어 있다. 그 자체가 위험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작전을 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절차와 보호조치가 있다. 그것을 지켰는지, 얼마나 신중하게 작전을 계획하고 실행했는지가 책임소재를 밝히는 하나의 요소이다. 그 지뢰가 북한 지뢰인지는 다음 쟁점이다. 위험한 지뢰지대의 작전에서 정부와 국방부, 지휘체계가 우리 군인들을 보호하는 데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중요하다. 이 사건은 우리 정부가 안보공백을 자초하고 군사력을 저하시키는 기조로 가는 가운데, 어처구니없는 국방부장관 임명과 교체 과정의 공백 등 국방에 총체적 난국을 초래한 상태에서 발생했다. 지뢰가 어디 것인지, 언제 매설되었는지로 희석될 문제가 아니다.


반복되지 말아야

지뢰폭발은 당장 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다.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작전의 형태나 위험이 여전하다는 것은 안타깝다. 기술이 지배하는 첨단시대에 정말 대안이 없을까? 우리 소중한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면서 작전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왜 굳이 사람을 직접 미개척지, 미확인 지뢰밭이라 불리는 곳에 투입시켜야 했을까?


이번 사건의 책임자를 빠짐없이 조사해 처벌하고, 정부의 안보무능과 공백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멈춰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대통령 개인의 사법리스크가 국가의 안보위험을 가중시키지 않도록 재판과 처벌이 완료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정권이 바뀌더라도 사고 위험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고의 원인과 내용에 대한 분석과 대책은 정치 공방을 떠나 별도로 깊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김변] 누가 그들을 지뢰밭으로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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