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6. 8.
잠실 재선거 요구, 선거소송으로 담을 수 있는가?
잠실 재투표 요구, 선거소송으로 담을 수 있는가
6월 3일 지방선거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를 비롯한 여러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잠실 일대와 올림픽공원 개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밤을 새우며 “재선거”를 외치고 있다. 그들은 단순히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유권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참정권을 침해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장면은 인상적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송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과연 그럴까.

선거소송의 실제 모습
행정소송법상 민중소송은 국가나 공공기관의 위법 행위에 대해 자기의 직접적인 법률상 이익과 관계없이 시정을 구하는 소송이지만, 행정소송법 제45조는 “법률이 정한 경우에 법률이 정한 자에 한하여” 제기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선거 분야에서 이 역할을 하는 것이 공직선거법상 선거소송이다.
지방선거에서 선거의 효력을 다투려면 두 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선거소청을 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219조에 따라 선거인·정당·후보자는 선거일부터 14일 이내에 해당 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시·도선거관리위원회(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할 수 있다.
2026년 6월 3일 선거라면 6월 17일까지가 마감이다. 소청이 기각되거나 각하되면, 그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관할 고등법원에 선거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제222조 제2항). 소송의 상대방은 해당 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이 소송은 선거구 단위로 다투는 것이지, 전국 단위 재투표를 요구할 수 있는 절차가 아니다. 또한 공직선거법 제224조는 규정 위반이 있더라도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하여” 선거의 전부 또는 일부 무효, 또는 당선 무효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순히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부족이 특정 후보의 당락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소송이 제기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되어 있지만(제225조), 실제 인용 여부는 각 선거구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선거소송이 포착하지 못하는 것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선거소송은 애초에 유권자의 참정권 침해를 직접 판단하고 구제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선거라는 집합적 행위의 결과(누가 당선되었는가)가 절차적 하자로 인해 왜곡되었는지를 사후적으로 따지는 기술적 장치일 뿐이다.
따라서 참정권이 침해되었더라도, 그 침해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소송은 기각될 수 있다. 반대로 참정권 침해 없이 다른 하자가 있더라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 인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선거소송은 참정권 침해 그 자체를 중심에 두고 움직이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잠실에서 재선거를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선거소송 사이에 깊은 간극이 생긴다. 그들이 호소하는 것은 “내 한 표를 행사할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권리 침해다. 이것을 단순히 “선거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으로 해석하고 접근하면, 그들의 진정성과 뜻은 상당 부분 축소되거나 왜곡될 위험이 있다. 이들의 명분과 요구를 제대로 담기에는 현행 선거소송이라는 제도가 너무도 작은 그릇이다.
더 나아가 어설픈 소송 시도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정당이나 세력이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경우, 애초에 참정권 침해를 외쳤던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거나, 민중을 다른 의도로 동원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생긴다. 이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참정권 침해가 던지는 근본 질문
참정권 침해 문제는 선거의 효력 여부를 넘어서는 훨씬 더 큰 가치에 관한 것이다. 시민들의 분노와 재투표 요구는, 결국 “이 국가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운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이 질문을 선거소송이라는 좁은 법적 절차 안에 가두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제기한 더 큰 물음을 희석시킬 위험이 있다. 소송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소송이 이 사태가 드러낸 참정권 침해와 민주적 정당성의 위기를 온전히 담아내거나 해결할 수 있는 그릇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잠실에서 밤을 지새우며 재투표를 외친 시민들의 모습은, 단순한 선거 불복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에 대해, 그리고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묻는 행위다. 이 물음을 소송이라는 한정된 절차에 가두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그들의 외침에 국가와 정치가 진지하게 성찰하고 답할 때다.

김성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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