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2024. 8. 30.
최재경 가짜 녹취록 보도로 기소된 허재현. '미필적 고의' 아니겠지?
르포액트 허재현 기자가 기소됐다.
대체 어떤 일로 기소된 것인지 정리해보자.
지난 대선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의 '가짜 최재경 녹취록' 기사에 대해 "이재명 캠프 대변인의 말만 들은 뒤 사실 여부에 대한 검증은 전혀 없이 허위 사실을 보도했다"고 검찰이 판단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려면
(1) 보도 내용이 허위라는 점
(2) 허위사실임을 인식하고 있던 점
(3) 비방할 목적이 있었음
이렇게 3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
허재현 기자는 허위 사실임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고, 검찰은 미필적 고의성 입증을 자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의 공소장에 따르면 허재현 기자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아무런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당사자 반론권도 전혀 주지 않은 채 내용을 둔갑시켜 보도했다"
고 적시했다.
문제가 된 기사를 요약해본다.
. 윤석열이 TV 토론회에서 거짓말을 했다
.'윤석열이 검사 시절 부산저은행 사건에서 조우형(대장동 대출 브로커) 수사결과를
최재경(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게 보고했다.
. '그랬던 윤석열이 토론회에서 조우형을 모르는 것처럼 말했다'는 내용이다.
. 근거? 근거는 최재경 녹취록.
허재현 기자는 문제의 '이모(조우형 사촌형)씨와 최재경의 녹취록'을 보도에 활용했지만,
(여기서 반전!)
해당 녹취록 속 인물은 최재경이 아닌 민주당 의원실 보좌관이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 대변인 송평수 변호사가 민주당사에서 허재현을 만났고, 가짜 녹취록을 건네면서 화자가 최재경이라 알려줬다는 것.
그 말을 들은 허재현이 별 검증 없이 보도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캠프, 민주당 보좌관, 민주당사... 민주당,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여기서 검찰이 강조하는 것은 허재현 입장에서 송평수 변호사가 딱히 관련 사건 수사에 참여했거나 해당 정보를 알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자료와 설명을 100% 신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의 쟁점은 무엇이 될까?
검찰은 허재현이 윤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녹취록을 조작·인용해 허위 보도를 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허재현이 녹취록의 인물이 최재경이 아닌 것을 알면서 보도했다'고 적지는 않았다.
또한 허재현 기자는 '취재원을 명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당시 녹취 속 인물이 최재경이라는 것을 철저한 사실 확인 작업 등을 거쳐 검증했다'고 주장해왔다.
설마 기자가 취재원 없이 뇌피셜로 기사를 썼겠나. 또한 취재원 보호도 해야 하니 미리 언론을 통해 취재원을 밝힐 이유는 없을 것이다. 법정에서 비공개로 밝히면 될 것이다.
반면 검찰은 허재현과 함께 기소한 봉지욱 전 JTBC 기자(현 뉴스타파 기자)의 경우 확정적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
'봉지욱은 확정적 고의, 허재현은 미필적 고의'라는 것이 검찰 입장이다.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 Recklessness)란 무엇인가?
특정한 행동을 할 때 특정 결과가 반드시 발생하지는 않지만 (명확한 인과관계는 아니지만)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 결과를 방치하면서까지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례에서
(1) '녹취록의 화자가 최재경인지 정확히 검증하지 않고 기사를 썼을 때' (원인)
(2) 알고 보니 가짜일 수도 있다 (가능성)
허재현의 주장은 녹취록이 가짜일 지 몰랐다, 나름의 검증을 했다는 주장을 하게 될 것이고 (검증을 했는데 왜 가짜일 지 몰라??) 검찰의 주장은 '가짜일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 검증 없이 보도 했으니 미필적 고의'가 되는 것이다.
판례에 의하면 이러한 허위사실유포 범죄의 경우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 (서울고법 2016. 3. 4., 선고, 2015노3544, 판결)
즉 허재현이 '저는 몰랐는데요'만으로 버틸 수는 없다는 의미다. 즉 허재현은 최선을 다 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행동으로 최선을 다 했음을 입증해야만 한다.
검찰도 쉽지는 않다. 이러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의 입증책임은 검찰에게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입증해내겠는가. 검찰 역시 어려운 숙제가 남아있다.
행위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의도를 알 수 있다
가짜 최재경 녹취록을 누군가에게 받아 중학생이 블로그에 게재했다면, 저 중학생에게는 사실 여부를 파악할 능력도 없고, 사실 여부 파악 없이 게재한다는 것이 가짜뉴스가 될 가능성에 대해 인지할 능력도 없다고 누구나 판단할 것이다. (아마 매우 꾸중을 듣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허재현 기자 정도 되면 이런 보도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할 지, 못할 지에 대해 판단이 모호해진다.
나는 허재현 기자는 취재와 보도에 대해 잘 아는 매우 훌륭한 기자라는 확신을 주는 사례가 있다.
때는 2021년 4월.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에서는 이낙연 당시 대선 경선 후보를 비판하기 위해 동양대 최성해의 육성 녹취파일을 재생한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최성해가 이낙연 측근을 2019년에 만났다.
최성해는 조카에게 '대선에서 윤석열에 줄을 섰지만 혹시 몰라 이낙연 측근을 만나 이낙연에게도 보험을 들었다. 그래서 동양대는 망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말을 하는 통화파일이었다.
나는 당시 최성해의 저 녹음 파일에 담긴 최성해의 주장이 맞는지, 허언인지 등을 체크하기 위해 당시의 이낙연 측근과 직접 통화해 검증을 했고, 이를 유튜브 채널 '정치신세계'에서 방송한 바 있다.
문제의 이낙연 측근은 경북권 대학 관계자 4곳과 만나는 자리에 최성해도 배석했을 뿐이라는 점을 확인해주었다.
이후 최성해는 조카에게 허세를 떨었을 뿐 대화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내놓았다.
나는 나름 깔끔하게 팩트체크를 했는데도, 방송이 나간 후 대쪽같은 허재현 기자에게 혼쭐이 났다.

정치신세계를 민주진보진영에 끼워준 점은 대단히 고맙지만 '기자의 취재가 근본적으로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며 '팩트체크가 아니라 그냥 아무말 대잔치'라며 꾸중을 했고, 본인 독자들에게 이런 방송은 보지 말라며 신의한수나 가세연 같은 쓰레기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모욕죄로 고소할 법도 하지만 '기자의 취재'가 뭔지 한 수 배웠으므로 그냥 참았다.
내 취재가 깔끔하게 사실관계를 검증하고 결과적으로도 사실로 입증되었지만 허재현 기자는 '기자의 취재'에 대해 부족하다 질타한 만큼 허재현 기자는 '팩트체크를 제대로 안 하면 허위보도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모를 리가 없다 생각한다.
법원은 이런 허재현 기자를 '기자의 취재도 모르는 기자'로 만들지 않길 바란다.
그냥 '미필적 고의'를 가졌다 결론 내리는게 모두를 위해 좋지 않나 생각한다.
또한 저 글을 보면 단순히 취재만 잘 하는 기자가 아니라 '진영'을 위한 강한 신념을 가졌으며 사이비 언론은 '퇴출'되어야 한다는 언론시장 정화에 대한 깊은 고민마저 있어 보인다.
'허기자의 진영'에 대해 비판적인 나에게 '똥파리' 운운하는 저토록 뜨거운 '진영의식'을 보면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신념도 얼핏 느껴진다.
글을 마무리 하며 문득 '이 훌륭한 기자에게는 확정적 고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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