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5. 7. 23.
[윤갑희 칼럼] '그놈의 고기타령', 북한 '이밥에 고깃국'타령과 뭐가 달라?
이재명 대통령께서 하사하신 말씀에 따르면, 그가 베풀 소비쿠폰 덕에 “어려운 사람들이 수박 한 번 사 먹고, 애들 고기 좀 먹일 수 있게” 된다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글쎄, 어디서 들었을까.
재명이네 마을에서 들었겠지.

참으로 눈물겨운 은혜이자, 자애로운 군주의 풍모다. 그의 발언을 곱씹을수록, 주권자를 향한 서늘한 경멸과 오만한 시혜 의식이 뼛속까지 느껴진다.
이 대통령의 세계관에서 ‘어려운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 그들은 존엄을 가진 주권자가 아니다. 그저 수박 한 통에 감격하고 고기 몇 점에 시름을 잊는, 원초적 욕구로만 움직이는 단순한 객체일 뿐이다. 이는 빈곤의 복잡다단한 고통을 ‘먹는 문제’로 납작하게 눌러버리는 지적 오만이며, 지폐 몇 장으로 민심을 살 수 있다고 믿는 정치적 타산이다. “이거나 먹고 잠자코 있어라”는 속내를 ‘민생 회복’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지로 감싼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진정 어려운 사람을 위한다면, 왜 그들에게 자원을 집중하지 않는가? 왜 피해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국민에게 돈을 뿌려야 하는가? 답은 명백하다. 특정 계층을 돕는 것은 정책이지만, 모두에게 뿌리는 것은 표를 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은 이미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소비로 이어진 것은 30%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은 허울일 뿐, 실체는 세금으로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매표 행위’의 극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더욱 섬뜩한 것은, 이 ‘수박과 고기’ 타령이 반세기 전 북녘의 독재자 김일성이 인민을 기만했던 ‘이밥에 고깃국’이라는 구호와 소름 끼치도록 닮아있다는 점이다. 자신은 권력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누리면서, 인민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식량을 약속하며 위대한 시혜를 베푸는 듯한 그 모습. 김일성의 약속이 60년 넘도록 공허한 메아리로 남아 체제 선전용 주문(呪文)이 되었듯, 이 대표의 ‘고기 약속’ 역시 민생 해결이 아닌, 선거를 앞둔 정치적 사탕발림에 불과하다.
주권자인 시민은 이재명 대표가 베푸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그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고기 몇 점에 감사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존재가 되기를 거부한다. 필요한 것은 경멸이 담긴 소비쿠폰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동등한 주권자로 존중하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정한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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